서른 중반에 시작한 맨땅 헤딩 스포츠 산업 입문서
- 이벤트 매니지먼트 초보, 크게 헛스윙하다
서른 넘어서야 길을 정하고
겨우 도전 다운 도전을 해보며 실패는 여러번 해봤다.
이미 실패한 일이다.
되돌릴 수 있거나,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든 배워가야 한다.
4. 구장 섭외
체육 대회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결국 행사장소다.
장소는 행사의 질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예산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산을 아끼고,
스폰서 섭외가 용의하고,
참가자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처음에는 제약회사가 가진 연수원을 알아보았다.
(앞서 얘기한 제약회사 스폰서가 섭외되기 전이다.)
현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천재적인 발상이라 생각했다.
지금에야 부끄럽지만, 당시 아직 여물지 않은 머리로 나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하지만 연수원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큰 제약회사도 드물고,
그렇게 큰 제약회사가 학생들의 어설픈 대회를 후원해줄리 만무했다.
더 큰 문제는, 연수원을 이용할 경우
식사를 반드시 구내 식당에서 먹어야 한다는 조건이 걸린 곳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식사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잔디의 상태도 장담할 수 없었고,
그물이 설치되어 있는지, 경기를 위한 라인이 제대로 그려져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더 넉넉했다면 더 다양한 장소를 알아볼 수 있었을텐데,
2007년에는 지금처럼 좋은 조건을 가진 축구시설이 많지 않았다.
현실적인 선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결국 효창 구장을 예약했다.
당시 효창운동장은 철거가 계획되어 있었고, 당연히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대신, 싼 가격으로 대관할 수 있었다.
부가세까지 약 200만원 초반의 돈으로 서울-경기-강원 지역 예선과 본선까지
3일을 잡을 수 있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정말 이곳에서 경기를 할 생각이냐고 묻는 관리인이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의 식사 비용까지 청구했다.
관례라고 하는 말에 초짜 이벤트 기획자는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비용의 한계로 경기 시간이 아주 짧아지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고
구장 관리 상태가 엉망이었지만
축구에 목마른, 전국 규모의 대회를 가져본 적 없는 대학생들에게
효창운동장은 축구의 성지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효창운동장으로 대회 장소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에 참가 학교 모두가 들떴다.
실제로 경기를 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