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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믈 Jan 07. 2022

꿈의 구장 청소부, 프로 스포츠 문지방 넘기 (4)

서른 중반에 시작한 맨땅 헤딩 스포츠 산업 입문서

- 이벤트 매니지먼트 초보, 크게 헛스윙하다


서른 넘어서야 길을 정하고

겨우 도전 다운 도전을 해보며 실패는 여러번 해봤다.

이미 실패한 일이다. 

되돌릴 수 있거나,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든 배워가야 한다.



4. 구장 섭외


체육 대회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결국 행사장소다.

장소는 행사의 질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예산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산을 아끼고,

스폰서 섭외가 용의하고,

참가자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처음에는 제약회사가 가진 연수원을 알아보았다.

(앞서 얘기한 제약회사 스폰서가 섭외되기 전이다.)


현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천재적인 발상이라 생각했다.

지금에야 부끄럽지만, 당시 아직 여물지 않은 머리로 나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하지만 연수원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큰 제약회사도 드물고,

그렇게 큰 제약회사가 학생들의 어설픈 대회를 후원해줄리 만무했다.


더 큰 문제는, 연수원을 이용할 경우 

식사를 반드시 구내 식당에서 먹어야 한다는 조건이 걸린 곳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식사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잔디의 상태도 장담할 수 없었고,

그물이 설치되어 있는지, 경기를 위한 라인이 제대로 그려져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더 넉넉했다면 더 다양한 장소를 알아볼 수 있었을텐데,

2007년에는 지금처럼 좋은 조건을 가진 축구시설이 많지 않았다.



현실적인 선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결국 효창 구장을 예약했다.

당시 효창운동장은 철거가 계획되어 있었고, 당연히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대신, 싼 가격으로 대관할 수 있었다.

부가세까지 약 200만원 초반의 돈으로 서울-경기-강원 지역 예선과 본선까지

3일을 잡을 수 있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정말 이곳에서 경기를 할 생각이냐고 묻는 관리인이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의 식사 비용까지 청구했다.

관례라고 하는 말에 초짜 이벤트 기획자는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비용의 한계로 경기 시간이 아주 짧아지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고 

구장 관리 상태가 엉망이었지만

축구에 목마른, 전국 규모의 대회를 가져본 적 없는 대학생들에게

효창운동장은 축구의 성지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효창운동장으로 대회 장소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에 참가 학교 모두가 들떴다.


실제로 경기를 하기 전까지는.



한때 학생 축구의 성지였던 효창 운동장. 지금은 리모델링 되어 나름 훌륭한 경기장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당시는 철거 직전의 흉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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