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멘탈 트레이닝을 받으러 오는 선수들과 학부모님의 일부는 한 두차례의 상담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시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그래서 '단기간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현장으로 돌아가 일상이나 운동환경에서 적용하고 반복하지 않으면 시간, 돈 낭비'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린다. 대신 한 번의 만남으로도 스스로 생활에 적용하고 실천한다면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왜 멘탈 트레이닝을 지속해야 하는지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왜 운동선수들이 멘탈 트레이닝을 계속 해야 할까?, 실력이 좋으면 멘탈도 당연히 좋은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 멘탈 트레이너와 함께 출전하는 사실만 봐도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실력이 최상급일수록 실력의 격차는 매우 적다. 그날의 컨디션과 경기 운영 전략, 실패해도 전략을 재설정하여 집중할 수 있는 인지·심리요인이 메달의 색깔을 결정한다. 이 고도의 심리전은 그날 하루만 바짝 한다고 절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때, 펜싱의 박상영 선수가 '난 할 수 있다'라고 되뇌이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자화'라고 하는 이 심리기법은 절대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의 임기응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자화는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단어 및 문장을 통해 내가 해야될 다음 전략을 인지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전략이 실패하면서 발생한 혼란을 자화로 다시 부여잡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이 장면은 많은 실패속에서 '할 수 있다'는 자화를 적용하여 반복한 결과이다. 어쩌다 이 방법을 사용해도 없던 자신감이 마법처럼 생기지 않는다.
이 사례를 언급한 것은 심리기술 훈련이 한 번으로 효과가 없음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PT를 받을 때 초창기를 떠올려보면 몸이 쑤시기만 하지, 급격하게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마음과 생각도 근육과 같은 원리이다. 현재까지 자신이 가져온 생각을 한 번의 만남으로 변화하기란 쉽지 않다. 이 말은 지속해서 상담을 받으라는 의미보다는 상담을 통해 느낀점이나 멘탈코치의 과제를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형성된 자신의 가치관과 마음은 결코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특히, 운동선수라면 심리기술을 운동상황에 적용하는 단계가 전제되어야 심리적 문제가 해결된다. 나는 멘탈코치로서 심리기술과 종목기술을 분리해서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멘탈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경기 상황안에서 멘탈 트레이닝이 적용되어야 한다. 처음이야 진행하는 방법을 알고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기 위해 상담실에서 진행하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졌을 때는 경기 상황에 적용하여 진행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학자마다 견해가 있겠지만, 멘탈 트레이닝은 그 사람 자체를 바꾸는 개념이 아니다. 그리고 없는 실력을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수행 관점에서 심리적 준비에 의해 자신이 준비한만큼의 실력을 후회없이 쏟아내고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스포츠 과학의 일부이다. 멘탈만 좋다고 결코 경기력이 좋을 수 없다. 기술적, 신체적 준비가 되어 있어야 빛을 바라는 것이 멘탈이다. 자신이 통제가능한 영역 안에서 기술 훈련에 멘탈 훈련을 적용해야 하며, 반드시 익숙해지도록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멘탈을 경기력이 좋아지는 마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