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2 > 동남아 4개국 자전거여행
2018년 01월 14일 (D+9)
Today : phnom penh - pa av (64km)
Total : 306km
프놈펜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떠날 시간이 되었다. 어제 저녁 마지막 만찬처럼 사촌형님과 형수님은 우리에게 따뜻한 집밥을 대접해주시고 맛난 길거리핫도그도 대접해주셨다. 그리고는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은 계속 도움을 주시겠다며 든든한 지원군을 자청해주셨다. 덕분에 프놈펜이 더욱 애뜻하게 느껴졌다.
야무지게 호텔 조식을 챙겨먹고 다시 자전거 안장위에 올랐다. 점심무렵이 다되어서인지 며칠만에 자전거를 타서인지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볕이 유독 뜨겁게 느껴졌다. 여전히 더위에는 안 익숙졌나보다. 이제 우리는 프놈펜을 벗어나 앙코르유적으로 유명한 시엠립을 향해 달려가기로 하였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앙코르유적을 본다니!
멕시코나 과테말라 자전거여행을 할 때는 점심을 주로 사먹었는데 캄보디아에서는 도통 점심을 잘 먹지 못한다. 너무 더워서 입맛이 없는 이유도 있었지만 정확히 무슨 음식을 파는 곳인지 잘 모르겠는 경우가 많아 섣부르게 가게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않았다. 오늘도 역시 비슷했다. 음료수나 먹을까하고 들어갔던 주유소 편의점에서 남편은 우연히 발견한 캄보디아 컵라면을 시도하였다. 다행이 맛이 나쁘지않고 한국라면맛과 좀 비슷하였다. 이로써 우리에게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라면을 먹고 있는데 신기한 모습이 보였다. 주유소 편의점에 온통 마을 아이들이 모여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 손에는 모두 스마트폰이 들려있었다. 물론 갤럭시 초기모델, 아이폰4 등 예전 모델을 쓰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간혹 아이폰6를 사용하고 있는 아이들도 보였다. 그렇다. 주유소 편의저에 무료와이파이가 있다보니 마치 피씨방처럼 그곳에 모여 나름의 인터넷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상당히 느린 속도의 와이파이지만, 예전 기종이라 더 느릴테지만 인터넷 속 세상에 대한 이들의 궁금증이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었고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한가지 바라는 것은 그들이 단지 인터넷을 재미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꿈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한참을 달려 슬슬 잠 잘 곳을 구해야했다. 원래 목표했던 도시근처까지 갔지만 마땅히 숙소로 삼을 만한 곳이 없었다. 며칠 전 사용했던 방법인 주유소에서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물어보기로 하였다. 물론 맨입으로는 할 수 없으니 더위도 식힐 겸 맥주를 구매하였다. 맥주를 마셨다기보다는 목구멍에 들이부었다는 것이 맞을 정도로 벌컥벌컥 시원히 마셨다.
다행이 주유소의 한 소녀가 영어를 조금 할 수 있었다. 아주 조금. 결국에는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여 크메르어(캄보디아언어)로 물어보았다.
"우리는 한국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인데 혹시 뒷마당같은 곳에 텐트를 쳐도 될까?"
텐트라는 것이 익숙치않은 표현이라 그랬는지 한참 눈을 멀뚱멀뚱대던 그 소녀는 누군가에게 물어보겠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였다. 주유소에는 그 소녀말고도 할머니도 계셨는데 할머니는 연신 우리보고 가서 세수를 하라고 손짓을 하셨고 밥 먹었냐는 등의 행동을 하셨다. 그렇게 한참지난 후,
"텐트말고 저쪽 집에서 자면 되요."
라고 소녀는 말해주었다. 집에서 자라니!!!! 알고보니 그 주유소는 아까 그 할머니가족이 운영하는 듯하였고 바로 옆쪽에 있는 할머니댁에서 자면 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들으면 겁도없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대답을 기다리며 보았던 할머니와 그 주변 가족들은 우리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기에 선뜻 그러겠다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할머니를 따라 집으로 가 평상같은 곳에 텐트치는 것을 허락받았다. 자전거로 캄보디아를 달리면서 계속 보았던 바로 그 캄보디아 전통 가옥에서 내가 지내볼 수 있다니! 캄보디아는 무더위때문인지 우기시즌 때 쏟아지는 비때문인지 지면과 집을 조금 떨어트려 지어놓았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눈 여겨 보고 있었기때문에 감회는 더 새로웠다.
텐트를 치도록 마당을 내어주시고 그나마 안전한 마음을 가지고 잘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인데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계속 무언가를 내어주셨다. 평상이 딱딱할 수 있다며 돗자리같은 것을 내어주시고 쌀밥과 말린 생선을 구운 것을 저녁으로 내어주셨다. 그리고 생수병도 2개나 내어주셨다. 예상치못한 대접이 정말 감사하였다. 할머니께서 주신 말린 생선요리는 묘하게 맛있었다. 간장조림을 한뒤 말린 듯하기도 하고 고소하면서도 장어나 쥐포 비슷한 맛이 나기도 하였다.
생각지도 못하게 배부르고 편히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어, 캄보디아에서도 좋은 인연과 추억을 만나게 되어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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