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심이가 초딩이 되면서 우리집은 초딩이 두 마리가 되었다. 제각각이던 남매의 출근 시간이 처음으로 맞춰졌다. 그러면 남매는 코앞이나마 학교까지 같이 갈 것인가. 작은 동심이가 일곱 살이던 시절부터 누누이 주입하던 오빠다.
"야, 이무무. 너 학교에서 나 만나면 아는 척하지 마라!!!"
나와 오라버니 역시 4살 차이였다. 우리집 남매랑 나이 터울이 같다. 그 당시 내 걸음으로 30분 남짓 걸리던 먼 초등학교까지 나는 오빠 손잡고 등교했다. 꼬박 2년을. 오빠한테 맞아본 기억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기억이 없다. 때문에 첫째가 사내면 동생을 안 챙기다는 세간의 말이 와닿지 않았건만. 내 아들이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그 아들이었다. 얼마 전 오빠와 통화하며 이 얘길 했더니 오빠가 정정해 주길, 손 잡고 가진 않았단다.
요즘 내 관심이 온통 '오빠-여동생'의 조합에 있다 보니, 그럴싸한 2인조만 보이면 유심히 본다. 그러면 정말 열에 아홉은 출발만 같이 한다. 가다가 친구를 만나면 동생은 오거나 말거나 버려두고 친구랑만 재잘거리는 거다. 그런 큰 아이 가방을 뒤에서 마지못해 붙잡고 가는 동생도 봤다. 드물게 보조를 맞춰 나란히 걷는다 싶으면 공통점이 있다. 나이 차이가 엄청 많이 난다. 여동생 키가 오빠 반토막 정도가 될까 말까 싶게.
북적이는 등굣길에도 단연 눈에 띄는 풍경이 있다. 연년생쯤으로 보이던 남매였다. 바람이 차던 날, 오빠가 동생 어깨에 내려앉은 나뭇잎을 살뜰하게 털어주는 게 아닌가. 작은 동심이 같은 반 여자 아이네도 그랬다. 오빠가 동생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등교하다니. 하교할 때마다 꼬박꼬박 손잡고 뛰어나오는 남매는 또 어떻고. 이쯤 되니 작은 동심이도 말한다.
"아... 좋겠다!"
그럼 우리집 오빠는 동생을 안 챙길까. 그건 또 아닌 것 같은 것이. 남매가 같이 간 인라인 수업에서 다른 남자아이가 작은 동심이에게 함부로 말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큰 동심이가 이렇게 말했단다.
"야! 너 내 동생 다시 한번 건드리면 죽여 버린다!"
워딩은 좀 과격했지만, 밖에서 동생 챙겼단 오빠 얘기에 난 사실 기뻤다. 물론, 아이에게 말했다. 다 좋은데 단어가 좀 너무 거칠다고. 진정한 고수는 험한 말을 쓰지 않고 눈빛과 카리스마로 제압하는 법. '죽여버린다'를 '가만 안 둔다'정도로 바꾸자고. 그러다 또 어느 날은, 작은 동심이가 친구와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데, 친구의 말이 좀 거칠었다고 했다. 그 얘길 들었는지 멀리 있던 큰 동심이가 쩌렁거린다.
"누구야! 누가 그렇게 못되게 말했어? 어?"
아무리 생각해도 차고 넘치는 다정한 애정 같지는 않다. 자기가 자기 동생 괴롭히는 건 괜찮지만, 남이 괴롭히는 건 못 보는 심보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대도, 큰 동심이가 저런 식으로 반응할 때마다 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등굣길에 또 셋이 같이 집을 나설 거다. 그러다 모녀와 큰 동심이는 다른 층으로 가겠지만. 요행히 똑같은 층에서 내리면 또 공동현관 앞에서 큰 동심이는 다른 길로 바람처럼 달아나겠지만. 동생을 대하는 무심 9할 속 다정 1할인 큰 동심이의 언행에. 당분간은 살뜰한 딴 집 오빠가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사진: Unsplash의Kevin G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