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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Nov 02. 2023

너희 뭐하니?

큰 동심이는 작년까지 내가 꺼내놓은 외출복을 입었다. 군말 없이 입었으되, 바짓단이 양말 안으로 들어가게. 웃옷의 앞뒤가 뒤바뀌게. 그러더니 올해부터는 자기 스스로 옷을 골라 입는다. 스스로 하는 게 하나 더 는 게 일단 기쁘다. 엄마 취향에서 벗어나 자기 취향에 귀기울이게 된 것도 좋다. 본인 취향의 결과물은 대체로 올블랙. 그런데 그즈음,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뻗친 머리인 것을. 머리카락이 닳도록 손질을 하고 또 한다. 최근 펌을 하고 헤어 에센스를 한 번 발라줬더니 너무 좋아하며, 아침마다 말한다. 

"엄마, 어센스 좀 발라줘"

작은 동심이는 멋내기에 조금 일찍 눈을 떴다. 다섯 살 때부터 상하의를 바닥에 펼쳐놓기도 하고 자기 몸에 대보기도 하며 직접 옷을 골라온 아이. 날씨에 맞게 조금만 내가 손봐주는 정도다. 그런데 타고난 색감이 좋아서 내게는 생소한 조합이어도 곧잘 어울린다. 작은 동심이의 마지막 코스도 거울이다. 아침마다 곱게 단장하고 탁상 거울 앞에 한참을 앉아있다. 얼른 가자고 독촉해도 꿈쩍 않고 말한다. 


"잠깐만, 앞머리 좀 빗고"



의식이다. 아주 신성한. 외출을 앞두고 앞머리가 흐트러지는 꼴을 못본다. 아빠 가고, 오빠 가고, 동생 가고. 3교대로 집을 나서는 고객님들의 손길에 오늘도 우리집 거울 앞이 북적인다. 





사진: UnsplashJovis Al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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