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심이는 사교적이어서 친구들과 두루 잘 어울린다. 그런데 그중 G가 작은 동심이에게 꽂힌 것 같다. 그것도 단단히.
장면 1.
학부모 참여수업이었다. 작은 동심이는 다른 친구들과 자유 놀이 중이었다. 엄마와 뒤늦게 도착한 G가 동심이 옆으로 온다. 어제 봤을 텐데도 그토록 반갑다. 그러고는 선물을 준다. 선물은 목걸이. 뽑기 기계에서 동심이 주려고 일부러 뽑았다고 한다. 그 목걸이를 자기가 직접 걸어주고 싶다는 G. 결국 동심이 뒤에 가서 목걸이를 걸어준다. 로맨스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본 것만 같다. 어디서? 유치원 학부모 참여 수업에서! (나중에 듣기로는, 뽑기 현장에서 G엄마가 아들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아들 키워 남 주는 그 심정!).
장면 2.
G와 가끔 단지 놀이터에서 논다. 각자 일정이 있어 오래는 못 놀지만. G가 먼저 그네에 올라탔다. 나머지 한 그네에는 먼저 탄 이가 있어 동심이는 기다리는 중이다. 갑자기 G가 멀쩡히 그네 타던 누님께 말했다. 누나, 우리 동심이 그네 탈 수 있게 좀 내려줄 수 있어? (화들짝 놀란 나는 G에게는 마음은 고맙지만 그건 누나한테 실례라고 했고, 누나에겐 우리 신경 쓰지 말고 계속 타라고 했다)
장면 3.
길에서 G를 만났다. G가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어? 동심이 엄마다! 저요. 나중에 동심이랑 결혼해도 돼요? (G네는 세 식구인데 가족 그림을 그릴 때마다 자꾸 넷을 그린다고 한다. 그렇다. 제4의 인물은 동심이다. G네 부모님이 동심이는 가족이 아니라고 하면, 곧 가족이 될 사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장면 4.
하원길. G가 유치원 화단 앞 조화를 뽑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동심이에게 말한다. 이 꽃을 너에게 바칠게!
장면 5.
동심아. 너는 S에게 (S는 G네 강아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언니야.
여기까지가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다. 작은 동심이가 소소하게 들려주기로는, 유치원에서 G가 이런 말도 곧잘 한다고 한다. 동심아. 내가 니 명을 받들게! 그리고 G의 생일날. 좋아하는 친구를 지정하는 이벤트에 어김없이 동심이가 호명되었다고 한다.
G는 언행이 크게 모나지 않은 데다 다정한 아이 같다. 문제는 G의 호감은 한결같은 반면, 동심이는 다소 심드렁하다는 점이다. 동심이에게 G는 친하게 지내는 여러 친구들 중 하나일 뿐인 듯한데. 남의 집 귀한 아들의 애정공세에 매번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는 중이다. 띠용 띠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