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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un 28. 2023

몸이 기억해.

큰 동심이는 걱정이 많고 겁이 많다 (내 걱정병 심화버전이다 소곤소곤).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날다시피 묘기를 부리는 걸 볼 때면 아이가 부러워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타고 싶지 않아 했다. 이유는 부상 때문이다. 몇 년 전 자전거보다 하찮은 킥보드를 타다 뇌진탕을 겪었다. 다른 일로 뒤통수가 찢어져 긴급 봉합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러니, 자전거를 타는 쾌감보다 다칠까 봐 겁나는 마음이 큰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내가 자전거를 탄 게 12살이었다. 오빠의 파란 자전거를 동네 막다른 골목으로 끌고 가 타고 또 탔다. 그리고 그 날부로 나는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한 번씩 타는 자전거지만 몇 초만 휘청이다 쌩쌩이다. 큰 동심이가 드디어 용기가 난 모양이다. 아빠의 코칭으로 하루 열심히 타고 2주가 흘러, 생애 두 번째로 두 발 자전거를 타던 날. 아침부터 큰 동심이는 걱정했다. 엄마, 내가 까먹었으면 어떡하지? 걱정하지 마. 까먹었어도 금방 기억날걸. 엄마도 그랬어. 정말이야? 그럼.  


그리고 큰 동심이는 정말로 편안하게 바람을 가를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조만간 큰 동심이가 탈 자전거를 사러 가기로 했다. 아이의 성취가 기쁘다. 걱정을 이긴 성취이기에 더욱 값지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 더욱 귀하다. 그 과정에서 독촉하지 않고 아이를 기다려주고 주름진 아이의 마음을 호호 불어준. 모처럼 맘에 드는 부모의 모습이었던 내게도 셀프 쓰담쓰담. 짝꿍은 신났다. 이제 똥심이랑 자전거 같이 타고 다닐 수 있겠다며. 아직 그 정돈 아닌 것 같다고 풍선을 콕 터뜨리려다가, 빙긋이 웃고 말았다. 



사진: UnsplashTiffany Nu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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