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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 Mar 15. 2024

팬데믹 시기, 놀란 감독의 호소: 극장을 지켜 주세요.

By Christopher Nolan (March, 2020)

[저자 소개] ;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 감독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오펜하이머 (Oppenheimer, 2023)로 '첫'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 메멘토 (Memento, 2000) 때부터 거의 모든 작품이 '성공적'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그가 비교적 최근 작품이었던 덩케르크 (Dunkirk, 2017)로 처음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고, 금번이 두 번째로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하게 된 것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놀랍기도 합니다. 매번 그의 작품들이 선사했던 전 지구적 파급력과 장악력, 몰입감 등을 결코 축소 해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일관된 명성'은 그의 방식에 대한 '긍정'을 넘어, 그 자체를 하나의 '장르'로서 이해하도록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놀란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언제나 단순하고 간단한 주제보다는,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는 놀란 감독이 스스로를 관객의 하나로 설정하고, 본인이 관객 입장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일까를 고민한 결과이며, 한편으로는 애초에 관객의 지적 호기심 수준이 높다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관객이란, 늘 새롭고 도전적인 주제를 열망하는 존재입니다.


본 글을 쓰기에 앞서 놀란 감독에 관한 많은 인터뷰를 찾아보았는데, 특히 과학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들에 대해서 인터뷰어는 늘 감독이나 배우들에게 "이해가 됐나요?"라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영화 <오펜하이머>와 관련해서는 이런 식입니다: "놀란 감독 본인은 양자역학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했나요?" "배우들은 양자역학을 배울 기회가 있었나요?" 궁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불필요하고, 또 부적절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프로 과학자가 아니고, 그들이 만든 영화도 과학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소재일 뿐입니다.


우리는 놀란 감독의 차별점이자 특별함으로 그가 소위 “과학 덕후”임을 언급하지만, 사실 그는 놀라운 영화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과학”이라는 렌즈로만 놀란 감독을 평가하는 경향은 어쩌면 그에 대한 완전하고 균형 있는 이해를 어렵게 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과학”은 놀란 감독의 주무기가 맞지만, 그게 전부가 아닐뿐더러, 때로는 핵심도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본 글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유튜브 채널 “Konbini (콘비니)”를 알게 되었습니다. 콘비니는 2008년 설립된 대중문화 전문 프랑스 온라인 미디어입니다. 현재 기준 (2024년 3월 중순) 유튜브 구독자 수는 196만명입니다. 해당 채널에는 영화인들이 프랑스의 오래된 비디오 대여점을 방문해서 진열된 DVD와 Blu-ray를 구경하며 본인들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 맘껏 얘기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놀란 감독은 작년 7월 해당 코너에 출연하였고, 매우 들뜬 표정으로 즐거움을 감추지 못한 채 함께 출연한 배우 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에게 끊임없이 다양한 영화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는 시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추천했습니다. 이를 보고 놀란 감독의 영화적 취향이 “과학”에만 있는 게 아니고, 생각보다 굉장히 광범위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치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영화를 다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해당 영상에는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주인공 오펜하이머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Robert Downey, Jr.)가 맡은 루이스 스트라우스 (Lewis Strauss) 역의 갈등을 잘 표현하기 위해, 놀란 감독이 배우 킬리언 머피에게 영화 아마데우스 (Amadeus, 1984)를 다시 보라고 했다는 부분이 나옵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갈등을 잘 이해한다면, 영화 <오펜하이머>에서의 갈등도 잘 표현하리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놀란 감독은 과학도 과학이지만, 본인 영화의 핵심을 잘 구현하기 위해 결국 그 해답을 영화에서 찾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해당 영상은 다음 링크를 따라가면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HLUe85q1hNM?si=jUMTPp-ITHxIr8t8



놀란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이해가 안 된다는 하소연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느끼세요. (Don't try to understand it. Feel it.)" 이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할리우드에서 첫 번째로 개봉한 텐트폴 (tent-pole) 영화이자,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 테넷 (Tenet, 2020)에서 나온 대사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는 모두에게 나름의 이유로 암흑기였습니다. 놀란 감독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화 테넷 (Tenet, 2020)의 핵심 아이디어에 대해 10년 넘게 고심했고, 각본을 쓰는 데만 5년 넘게 걸렸는데, 코로나로 인해 개봉일을 계속 늦춰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인기에도 언제나 <극장>에서의 영화 경험을 강조해 왔던 놀란 감독은 큰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당시 <극장>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 포스트 (The Washington Post)에 글을 썼습니다. "극장은 미국 소셜 라이프에서 중대한 부분입니다. 극장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Movie theaters are a vital part of American social life. They will need our help.)"라는 글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극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는 글입니다. 하기 요약된 번역본을 소개합니다.


해당 글을 읽으면, 놀란 감독을 구성하는 몇 가지 친숙한 사실에 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요컨대, 1) 소유권 (ownership)과 통제권 (control) 관점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보다는, DVD나 Blu-ray와 같은 피지컬 미디어 (physical media)를 선호한다는 사실, 2) CG에 의존하지 않고 실사 촬영을 통해 사실감을 극대화 한다는 사실, 3) 리얼리즘 (realism), 리얼리티 (reality), 그리고 모든 리얼 (real)한 요소들이 그의 철학의 토대를 형성한다는 사실 등에 관해서 말입니다.


원문: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0/03/20/christopher-nolan-movie-theaters-are-vital-part-american-social-life-they-will-need-our-help/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B&B 극장 (B&B Theatres in Missouri)은 단순히 가족경영 회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가족 전통의 산물입니다. B&B의 첫 번째 "B"는 1924년 Elmer Bills Sr.에 의해 설립된 Bills Theaters의 앞 글자 "B"를 따온 것입니다. 두 번째 "B"는 Elmer Bills Sr.의 직원으로 일했던 사람이 설립한 극장인 Bagby Traveling Picture Show의 "B"를 따온 것입니다. 몇 대에 걸쳐서 두 가족 (Bills and Bagby)은 극장에서 배우자도 만났고, 친구도 만났으며, 1980년에 합병해 B&B 극장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최초 설립된 1924년부터 한 세기 동안, B&B 극장은 미국 중서부 관객에게 영화를 상영해 왔습니다. 그동안, B&B 극장은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주 (2020년 3월 중), B&B 극장은 미국 플로리다주, 아이오와주, 캔자스주, 미주리주, 미시시피주, 오클라호마주, 텍사스주에 있는 418개의 극장을 폐쇄했고, 2,000명의 직원을 해고해야 했습니다.


보통 영화에 대해서 생각할 때, 사람들이 처음 떠올리는 것은 스타 배우들, 영화 제작사 스튜디오들, 그리고 영화 그 자체의 화려함일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 비즈니스는 그에 속한 모든 이들에 대한 것입니다. 즉, 매점에서 일하는 사람, 장비를 관리하는 사람, 티켓을 받는 사람, 영화를 예약하는 사람, 광고를 담당하는 사람,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 등 모든 이들을 말이죠. 이처럼 월급보다는 주로 시급을 받는 극장 직원들은, 우리 지역 공동체 모임 장소 중 일반 대중에게 가장 금전적으로 감당이 가능하면서도, 사회적으로 평등한 장소라고 할 수 있는 <극장>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입니다.


요즘과 같은 전례 없는 도전과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경영상의 손해로 인해 폐점한 회사들이 사실은 신속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린 것임을 인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극장>도 그중 하나입니다. 정부가 금번 팬데믹 때 영향받은 모든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극장>의 중요성도 분명히 이해되어 지원받기를 바랍니다.


<극장>은 사람들의 소셜 라이프의 중대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모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제 일은 극장 직원들과 그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관객들 없이는 절대 완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극장의 불은 꺼졌고, 한 동안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 그 자체는 영향을 받지 않으며,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최근의 단기 손실은 대부분 회복 가능합니다. 이 위기가 지나면, 함께 웃고 울고 사랑하고 살아갈 필요성, 즉 인간의 집단적인 현실 참여 (collective human engagement)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질 것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억눌린 수요는 새 영화들의 개봉으로 해소될 것이고, 이는 지역 경제의 부흥과 국가 경제의 호황에 기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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