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lena Gomez (Oct, 2019)
[저자 소개] ; 셀레나 고메즈 (Selena Gomez)는 1992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난 배우이자 가수입니다. 3세대 미국계 멕시코인 (a third generation American-Mexican) 입니다. 대중에게 특히나 많이 알려진 곡 중에는 2011년 발매된 "Who Says," 2016년 피쳐링 아티스트로 참여한 찰리 푸스의 노래 "We Don't Talk Anymore," 2020년 블랙핑크와 콜라보한 노래 "Ice Cream" 등이 있습니다. 그녀는 현재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보유한 여성인데, 여성으로서는 1위고, 남녀 전체를 통틀어서는 축구선수 호날두와 메시 다음으로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4년 3월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무려 4억 3천만 명입니다. 그녀는 이러한 소셜미디어에서의 영향력을 활용해서 멘탈 건강의 중요성, 성소수자 인권 보호, 인종차별 반대, 낙태금지법 반대 등을 꾸준히 주장해 왔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 때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이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함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본 글에 대하여]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셀레나 고메즈는 3세대 미국계 멕시코인입니다. 그녀 역시 이민자 가족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이민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지난 2019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Living Undocumented"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였는데, 해당 다큐멘터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강력해진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추방의 위기를 안고 살게 된 미등록 (undocumented) 이민자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여기서 <미등록 (undocumented)>이라는 표현은 본래 자주 사용되던 <불법 (illegal)>이라는 표현을 대체하는 것으로서, 사실 여부를 떠나 언어 자체가 갖는 부정적 어감을 배제하기 위해 채택된 용어입니다. 다큐멘터리의 개봉일에 맞춰, 그녀는 타임지 (Time)에 본인의 이민 스토리와 이민 문제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음은 해당 글의 번역본입니다.
원문 :
https://time.com/5690070/selena-gomez-americas-immigration-crisis/
나의 고모는 1970년대에 트럭 뒤편에 숨겨진 채 멕시코의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왔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도 함께 미국으로 건너오셨고, 나의 아버지는 곧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나게 되셨다. 1992년, 나는 그들의 용기와 희생 덕분에 미국 시민으로 태어났다.
40여 년 동안, 우리 가족 구성원들은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미등록 이민 (undocumented immigration)은 내가 매일매일 생각하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나는 나의 가족과 상황적 축복 덕분에 미국에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 엄청난 행운이었음을 절대 잊지 않는다. 그러나 뉴스 헤드라인이나 소셜미디어에서 표출되고 있는 이민 문제에 대한 분노를 보면, 나는 이민 문제 당사자들인 미등록 이민자들이 걱정된다. 더 나아가, 나는 내 조국인 미국이 걱정된다.
이민 문제는 분열을 초래하는 정치적 이슈이다. 이민 문제는 끝없는 논쟁과 수많은 뉴스 스토리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민 문제는 정치와 뉴스 헤드라인을 넘어서는 문제이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이슈이고, 실재하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실제 삶들을 해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우리의 인격과 공감 능력, 온정을 베풀 줄 아는 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다른 인간을 대하는 방식은 결국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한다.
나는 내가 이민 문제에 있어 전문가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다. 나는 특정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 자체가 아니다. 나는 미등록 이민자들이 잘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고, 어떤 규칙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미국이라는 국가는 다른 국가에서 온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우리 모두 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이민 정책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가 된 것 같다. 이제는 그저 간단한 뉴스 헤드라인으로 축소되어 왔던 개인들의 복잡한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가 된 것 같다.
지난 2017년, 나는 신작 다큐멘터리 "Living Undocumented"에 참여할 것을 제안받았다. 해당 작품은 미국에서 추방될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여덟 이민자 가정을 다룰 예정이었다. 나는 각 가정의 지극히 개인적인 여정을 담은 자료 화면을 본 뒤,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내 가족 역시 겪었던 수치심, 불확실성, 그리고 두려움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것은 미등록 이민자들이 겪고 있는 지옥과 같은 삶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희망, 낙관, 그리고 미국에 대한 애국심도 담아냈다.
지난달에 나는 해당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세 명의 젊은 친구들을 만났다. 첫 번째 인물 Bar의 경우, 그녀가 생후 6개월이었을 때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 텔아비브 (Tel Aviv, 이스라엘의 실질적 수도)에서의 폭력 사태를 피해 미국으로 왔다. 두 번째, 세 번째 인물 Pablo, Camilo Dunoyer 형제의 경우, 온 가족이 마약 밀매 집단 (narco-guerillas)의 지속적인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2002년에 콜롬비아를 떠나 미국으로 망명했다. 여전히 그들은 집단의 위협을 받고 있다.
Bar는 내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그녀는 평생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고 고백했다. 우리가 만나기 일주일 전에 그녀는 굉장히 난폭하게 강도를 당했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부모님이 미등록 이민자임이 밝혀지고, 미국 이민관세수사청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ICE)에 신고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Pablo는 샌디에고 주립대학 (San Diego State University)에 합격했지만 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입학 직전에 아버지 Roberto Dunoyer가 일터를 떠난 뒤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 Roberto는 미국 이민관세수사청에 의해 구금되었고, 다른 이민자들과 함께 철창에 갇혀 체온 유지를 위해 알루미늄 호일 담요만을 덮은 채 맨바닥에서 자야 했다. 밝은 조명은 하루 종일 켜져 있었다. Pablo는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했고, 아버지가 일생 동안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갈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끔찍한 8일이 지난 후, 아버지 Roberto는 콜롬비아로 추방되었다. 그때부터 남은 두 형제는 존재를 감춘 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집에 갈 수 없고, 밤에 거의 잘 수 없다. 그들은 더 이상 미래를 꿈꿀 수 없음에 좌절하고 있다. Camilo는 그의 최대 두려움은 추방이 아니라고 했다. 사회에서 잊혀지고, 또 다른 정체불명의 통계가 되는 것. 그것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나는 내 조국인 미국에서 사람들이 대해지는 방식에 대해서 걱정된다. 미국계 멕시코인, 혹은 멕시코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나는 내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이기를 바란다. 또한 나는 본 다큐멘터리 ("Living Undocumented")에 나온 여덟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알게 된 사람들이 보다 온정을 베풀게 되기를 바라고, 이민 문제에 대해서 더 알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생각을 다듬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Bar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울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Pablo, Camilo 형제가 집으로 돌아가서 밤에 맘 편히 잘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미등록 이민자들에 대한 작품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로 계약했을 때, 나는 내가 마주해야 할 비판들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진실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비판도 미등록 이민자들이 매일매일 겪는 일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조국인 미국에서 수백 만의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이슈에 대해 관여하고 알아가는 데 있어 두려움 따위가 우리를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두려움은 우리 고모가 트럭 뒤편에 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나는 그것에 대해 항상 감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