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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 Mar 24. 2024

엄마가 된 앤 해서웨이, 유급 육아휴직 도입을 외치다.

By Anne Hathaway (Mar, 2017)

[저자 소개] ; 앤 해서웨이 (Anne Hathaway)는 미국 뉴욕 태생의 배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데뷔작인 월트 디즈니 픽처스사의 실사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The Princess Diaries, 2001)와 그 속편 (The Princess Diaries 2: Royal Engagement, 2004)을 포함하여,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2005),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2006), 영화 겟 스마트 (Get Smart, 2008), 영화 레이첼, 결혼하다 (Rachel Getting Married, 2008), 영화 신부들의 전쟁 (Bride Wars, 2009), 영화 러브 & 드럭스 (Love & Other Drugs, 2010), 영화 원 데이 (One Day, 2011),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영화 인턴 (The Intern, 2015), 영화 오션스 에이트 (Ocean's 8, 2018), 영화 다크 워터스 (Dark Waters, 2019) 등 수많은 앤 해서웨이 작품을 사랑합니다. 참고로, 그녀는 영화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2)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2016년 앤 해서웨이는 유엔여성기구 친선대사 (UN Women Goodwill Ambassador)로 임명되었으며, 2017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International Women's Day) 기념으로 UN 본사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 연설을 다음과 같이 번역하여 소개합니다. 핵심이 되는 내용을 위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은 생략되거나 조정되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원문 ;

https://www.unwomen.org/en/news/stories/2017/3/speech-anne-hathaway-iwd-2017



2016년 늦은 3월, 저는 처음으로 부모가 되었습니다. 저는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아들을 안고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면서도, 세포 단위로 제 삶의 우선순위가 변화하는 것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제 의식은 두 가지 힘을 주었는데, 하나는 제가 사랑하는 커리어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었고, 다른 하나는 다른 것을, 다른 누군가를 매우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능력이었습니다. 다른 많은 부모들처럼, 저 역시도 어떻게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미국의 출산 휴가 (maternity leave) 관련 통계가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현재 2017년 기준, 미국 여성은 출산 후 12주의 무급 휴직 (unpaid leave)을 보장받습니다. 미국 남성은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 정보는 제가 아들을 출산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매우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때 당시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제 남편과 저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한 인간 (“아들”)을 알게 되었으며, 저 역시도 일상의 대부분을 남편의 도움으로 해결하게 되면서, 저희 부부는 그동안 서로 생각해 왔던 가족 관계에 대해서 다시 배워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왠지 저희 부부를 포함한 모든 미국의 부모들은 3개월 내 일터로 “정상 복귀 (back to normal)” 하기를 요구받는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출산했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때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산의 현실적인 결과는 한 가정에 먹여 살려야 할 또 한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고, 미국이라는 국가는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면, “12주의 무급 휴직”은 어떻게 경제적으로 타당하게 운영될 수 있는 것일까?>


진실은, “12주의 무급 휴직”이라는 제도가 너무 많은 이들에게 전혀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여성 4명 중 1명은 출산 후 2주 만에 일터로 복귀합니다.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12주를 통으로 쉴 수 있는 여성조차도, 끝까지 쉬지 않고 중간에 복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 생활에서의 불이익 (“motherhood penalty”)이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를 생각해 보면, 제 어머니는 본인 커리어와 3명의 자녀를 키우는 것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두 가지를 전부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유일한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더 많이 일해야 했고, 그만큼 아버지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늘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저희 가족이 상당히 운이 좋았던 경우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사례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유급 육아휴직 (paid parental leave)> 이슈에 더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저는 여성의 완전한 평등과 권한의 보장을 끈질기게 방해하는 현실과, 양육자로서 남성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때때로 그 역할을 불명예스럽거나 수치스러운, 부끄러운 것으로 낙인찍는 현실을 수정할 필요성 간의 상관관계를 더욱더 명확하게 확인하게 됩니다. 즉, 여성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우리는 남성을 자유롭게 해야 합니다 (to liberate women, we need to liberate men).


여성과 소녀들이 가정과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아주 고질적이고도 현실적인 고정관념은 여성을 차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가족과 사회 안에서의 남성 참여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한은 그들 자신과 자녀들에게 광범위하고 유의미한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이미 이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여전히 양육자로서 아버지를 과소평가하고, 어머니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입니까?


유급 육아휴직은 그저 연차를 내는 일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유급 육아휴직은 가정 내 역할들을 정의하고, 어떻게 시간을 투자할지 결정하고, 새롭고 긍정적인 행동 루틴을 정립해 나갈 자유를 창조하는 일에 관한 것입니다. 유급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 회사들은 고용 유지율의 개선, 무단결근과 교육 비용의 감소, 업무 생산성과 근로 의욕의 증대를 경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스웨덴의 한 연구에 따르면, 매달 남편들이 배우자 출산휴가 (paternity leave)를 썼을 때, 아내들의 소득은 6.7 퍼센트 증가했습니다. 그것은 가족 구성원 전체에게 6.7 퍼센트만큼 더 경제적 자유도를 주는 것입니다. 국제 남성 및 성평등 설문조사 (International Men and Gender Equality Survey)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버지는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일을 더 적게 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여기에 있는 분들 중, 자라면서 아버지를 <충분히> 본 분들은 얼마나 될까요? 반대로, 여기에 아버지인 분들이 있다면, 지금 자녀들을 <충분히> 보고 있는 분들은 얼마나 될까요?


유엔여성기구 (UN Women)와 같은 입장에서, 저는 전 세계 모든 국가와 기업, 기관이 <유급 육아휴직 (paid parental leave)>의 옹호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2013년, 유엔 가입국 190개 중 오직 66개 국가만이 육아휴직에 관한 규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는 유엔 가입국부터 <유급 육아휴직>을 제도적으로 채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모가 되고 싶다고 해서 경제적인 고난을 감수해야 하는 여성과 남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유엔이 앞장서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유급 육아휴직> 이슈의 혜택을 받기 위해 꼭 자녀가 있어야 함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현재 자녀가 있든, 혹은 향후 자녀 갖기를 원하든, 결과적으로 여러분은 더 이상 성별에 기반을 두지 않는 정책들이 있는, 더 진보된 세상에서 사는 것 자체로 “혜택”을 받게 될 것입니다.


출산 휴가, 혹은 성별에 기반을 둔 그 어떤 직장 내 정책도 현재 상태로는 그저 화려한 새장 (gilded cage,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답답하고 자유도 없는 곳을 뜻하는 비유)에 지나지 않습니다. 해당 정책들이 여성의 삶을 보다 편하게 해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실상은 여성이 직장에 불편을 준다는 인식만 생겼을 뿐입니다. 실상은 양육자로서 남성이 맘껏 인정받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제한된 길 (emotionally limited path)로 속박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상은 한 가지 형태 이상의 가족이 있음을 무시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대 사회에는, 어떤 가족들은 동성부부로서 두 명의 아버지가 있을 수도 있고, 두 명의 어머니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작금의 출산 휴가 관련 정책들은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희망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제 조국인 미국에서 – 현재 전 세계에서 고소득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육아휴직은커녕 유급 출산휴가도 없는 국가에서 – 뉴욕, 캘리포니아, 뉴저지, 로드아일랜드, 워싱턴주에서 위대한 일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바로, <유급 육아휴직>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일입니다. 현재 뉴욕 시장은 뉴욕에서 일하는 20,000명 이상의 정부 인력에게 <유급 육아휴직>을 승인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다른지에 관한 개념을 넘어,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성별을 떠나 사랑은 사랑 그 자체이고, 부모는 부모 그 자체라는 진실을 말입니다 (love is love, and parents are parents). 이것이 올바른 제도의 시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셀레나 고메즈, 미국의 이민 문제에 대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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