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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 Jun 27. 2024

총기 규제 활동가로서의 줄리안 무어, 그 시작과 현재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2012)을 기억하며

[저자 소개] ; 줄리안 무어 (Julianne Moore)는 1960년 미국 태생의 배우입니다. 1984년 데뷔 후, 현재까지 약 40년 동안 족히 100여 편의 필모그래피를 쌓았습니다.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스틸 앨리스 (Still Alice, 2014)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줄리안 무어는 역할의 비중을 따지지 않고 굉장히 다작하는 배우로서,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 다채로운 스펙트럼에 경외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싱글맨 (A Single Man, 2009), 클로이 (Chloe, 2009), 킹스맨: 골든 서클 (Kingsman: The Golden Circle, 2017) 등의 영화를 보면서, 줄리안 무어의 캐릭터 소화력에 압도된 바 있습니다.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2012)을 기억하며] ; 배우 줄리안 무어는 벌써 10년 넘게 미국의 총기 폭력 (Gun Violence) 방지를 위해 애써 온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총기 규제 (Gun Control) 활동가로서 살아가게 된 배경에는, 2012년 12월 14일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발생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Sandy Hook Elementary School shooting)이 있었습니다. 범인 1명의 단독 범행으로서, 그는 반자동 소총으로 총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154발의 총격을 퍼부었고, 그 결과 6세에서 7세 사이의 어린이 20명과 성인 직원 6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살해되었습니다.


사건 당시 6세였던 제시 루이스 (Jesse Lewis)는 범인이 잠시 총을 점검하는 사이에 주변 친구들에게 <도망쳐!>라고 외쳤고, 덕분에 10명에 가까운 친구들이 교실에서 도망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도망친 뒤, 제시 루이스는 곧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하였습니다.


한 선생님은 총격 소리를 듣고 15명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화장실로 대피시켜 살아남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6월, 해당 사건의 생존자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들의 10년여 세월은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 불안의 연속이었습니다. 한 생존자는 만약의 사태 발생 시 대피가 걱정되어 콘서트조차 갈 수 없다고 고백했습니다. 희생자들의 가족들 역시 사건 이후 악몽과도 같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한 희생자의 아버지는 큰 슬픔에 잠겨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에서의 총기 폭력은 미국 사회 전역에 엄청난 공포와 불안을 야기하는데 반해, 그 해결책에 대한 모색은 더딘 편입니다. 정치적인 이슈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줄리안 무어는 총기 규제 활동가로서 늘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자신은 총기 소유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고, 1) 운전면허증처럼 총기 소유를 자격증화 (licensing) 하고, 2) 총기 구매 시, 예외 없이 신원 조회 (universal background check)를 실시하고, 3) 인당 소유할 수 있는 총기 개수를 제한하는 게 목표라는 것을 말이죠. 본질적으로 총기 또한 기계이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규제 사항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게 줄리안 무어의 핵심 주장입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한 온라인 매체에서 총기 규제 활동가로서의 줄리안 무어를 인터뷰한 내용이며, 원문 중 2개 문답을 의역하여 소개합니다.


원문: https://mariashriver.com/julianne-moore-is-on-a-mission-to-end-gun-violence/#/


질문 1.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2012)에 대한 기억과 그것이 어린아이들의 엄마였던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해당 사건이 발생한 2012년 12월 14일 당일, 저는 뉴욕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아들 칼 (Cal)과 딸 리브 (Liv)는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학년이 달라서 그런지 방학 스케줄도 약간 달랐습니다. 리브는 방학을 막 시작했고, 칼은 아직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때 남편도 일하던 중이었고, 저는 오후까지 촬영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던 제가 리브를 픽업해서 촬영장에 데려오고, 남은 촬영을 마친 후 같이 귀가하고자 했습니다.


그날 일찍부터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충격을 받았고, 믿기지 않았으며, 공포를 느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그 작고 어린아이들이 총격을 받을 수 있을까요? 희생자 가족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고, 앞으로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저는 이 사건을 제 아들과 딸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리브는 저와 하루 종일 함께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저는 리브에게 해당 사건을 우선 비밀로 해두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은 비밀로 해두고, 귀가 후 온 가족이 모여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모든 소식통을 통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리브에게 충격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리브와 함께 벤을 탔을 때, 저는 운전기사에게 라디오를 틀지 말아 달라고 조용히 부탁했습니다.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자들에게는 텔레비전을 꺼달라고 요청했고, 다른 배우들과 직원들에게도 리브 앞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된 어떤 얘기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세트장에 있는 모두는 아침부터 이어진 뉴스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고, 그날은 모두 촬영에 집중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세트장에 방문한 리브를 충격적인 뉴스로부터 보호해 주고자 애썼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중요한 것을 까먹고 있었습니다. 바로 리브에게 새로 생긴 스마트폰의 존재였죠. 스마트폰을 보던 리브는 제게 물었습니다: <엄마, 오늘 어린아이들이 총에 맞았나요?>


저는 엄청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엄마로서 실패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저 소식통을 통제하고 쉬쉬하는 것은 딸을 진정으로 보호하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결코 제 딸이나 다른 미국 아이들을 총기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을 테니까요. 요컨대, 총기 폭력을 멈추기 위해 모종의 행동을 취하는 것만이 제가 진정으로 책임감 있는 부모이자 시민이 될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달은 것이지요.



질문 2. 미국 사회의 총기 폭력에 대해 걱정하는 엄마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 총기 규제 활동가로서 일하고, 총기 규제 운동 단체 <맘스 디맨드 액션 (Moms Demand Action)>의 창립자인 섀넌 왓츠 (Shannon Watts)와 더불어, 마이클 블룸버그 (Michael Bloomberg) 전 뉴욕 시장과 협력하게 된 여정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총기 폭력을 멈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종의 액션을 취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전통적으로 배우들은 총기와 관련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려왔습니다. 왜냐하면 영화나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총기의 등장은 너무 익숙하거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우들이 총기 규제를 주장한다면, 본업에서는 그렇게 총질을 해대면서 현실에서는 총기 규제를 역설하다니 위선적이라고 역타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전 세계가 같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데,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총기 폭력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선진국 중에서 오직 미국만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 사회의 특수성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여기까지 생각이 확장될 즈음,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이 <불법 총기에 반대하는 시장들 (Mayors Against Illegal Guns)>이란 조직을 설립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저는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총기 규제를 지지한다고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총기 폭력과 관련해서 최대한 많은 읽을거리를 접했고, 트위터 (Twitter)에서 저처럼 총기 규제를 공개 지지하는 분들을 팔로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분들 중 한 분이 설명해 주신 것처럼, 총기 규제 운동 단체 <맘스 디맨드 액션 (Moms Demand Action)>의 창립자인 섀넌 왓츠였습니다. 이후, 그녀가 쓴 책의 서문을 쓰기도 하고, 그녀가 주최한 집회에 연사로 참석하는 등 활발히 교류하고 있습니다.


*참고: 지난 2013년, <불법 총기에 반대하는 시장들 (Mayors Against Illegal Guns)> 조직과 <맘스 디맨드 액션 (Moms Demand Action)> 조직은 합병되어, <총기 안전을 위한 마을회 (Everytown for Gun Safety)>가 되었습니다.

[번역을 마치며: 2024년 미국 총기 규제의 현주소] ; 올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 (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은 가정 폭력범의 총기 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수 성향의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8대 1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가정 폭력범은 총기 소유권을 인정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2조에도 불구하고, 총기 소유가 금지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이는 총기 소유권 그 자체보다도, 가정 폭력 피해자들의 안전에 더 주목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에는 작년 11월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 결집한 수백 명의 총기 규제 활동가들의 시위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시위 현장에는 줄리안 무어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연설을 통해 가정 폭력 생존자들을 보호하고 (protect survivors), 가정 폭력범으로부터 무기를 빼앗아야 한다 (disarm domestic violence)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배우 줄리안 무어>와 <총기 규제 활동가로서의 줄리안 무어>를 동등하게 전문가로서 존중하며, 진심으로 응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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