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hawn Carter (June, 2017)
[저자 소개] ; 숀 카터 (Shawn Carter)는 미국 힙합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팝스타 비욘세 (Beyoncé)의 남편으로 유명한 래퍼 제이Z (영어: Jay Z)의 본명입니다. 그는 1969년 미국 브루클린에서 태어났고, 13세 때 마약 판매를 시작했으며,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주변에 있는 마약 판매상들을 보고 그들을 “롤 모델”로 삼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주변 친구들이 점점 감옥에 가게 되고, 죽게 되면서, 더는 마약으로 돈을 벌지 않으리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랩 (rap)을 해 오긴 했지만 이것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는데, 그는 마약 판매를 그만두면서 랩에 매진하게 됩니다. 그리고 1996년, 데뷔 앨범 <Reasonable Doubt>를 발매했습니다. 현재까지 제이Z는 무려 24개의 그래미 어워즈 (Grammy Awards)를 수상했고, 2023년 빌보드 (Billboard)와 VIBE 매거진에서 힙합 50주년을 기념하여 선정한 최고 래퍼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2019년 힙합 뮤지션 최초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바 있습니다.
[본 글에 대하여] ; 제이Z는 지난 2017년 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칼리프: 나는 무죄다 (Time: The Kalief Browder Story)>라는 제목의 다큐였는데, 해당 작품은 16세 흑인 소년 칼리프 브라우더 (Kalief Browder)가 백팩을 훔쳤다는 오인을 받고 재판도 없이 3년간 투옥된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제때 3천 달러의 보석금 (설명: 판결 선고 전, 구금을 피하기 위해 맡기는 돈으로, 피고인은 보석금 지불 시 석방된 상태로 재판을 준비할 수 있고, 재판 결과에 따라 보석금은 전액 혹은, 일부 환불받을 수 있음)을 마련하지 못하고, 제때 보석금 경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일전에 차량 절도와 폭주 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던 현실까지 발목을 잡게 되어, 그는 바로 감옥에 투옥되었습니다. 16세 청년은 감옥에서 다른 성인 수감자들과의 싸움에 휘말리기도 했고, 교도관들의 무자비한 폭행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고, 3년의 수감 기간 중 약 800일을 독방에 감금된 채 보내며 정신적 고통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석방되었지만 2년 후, 그는 여러 정신적 후유증으로 인해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사망하기 전, 제이Z는 칼리프 브라우더의 이야기를 알게 된 후, 그를 자신의 사무실로 초대해 응원과 격려의 말을 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칼리프의 죽음은 제이Z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본 다큐멘터리에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그의 영향력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칼리프의 이야기를 알 수 있도록, 칼리프의 인생과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돕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의 바람대로, 해당 작품은 넷플릭스 (Netflix)에도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타임지 (Time)의 글을 통해, 제이Z는 그가 칼리프의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형사사법제도 (특히, 보석금 제도)에 대해 갖게 된 생각을 공유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 설명을 추가하고, 핵심 위주로 번역한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원문: https://time.com/4821547/jay-z-racism-bail-bonds/
지난 2000년, 저는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유죄 (Guilty Until Proven Innocent)”라는 곡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형사사법제도의 근본 원리인 무죄추정의 원칙, 즉 “입증 책임은 부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언하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뒤집은 것이었습니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제가 자란 미국 브루클린과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다면, 만약 여러분이 변호사를 선임할 만한 돈이 없다면, 여러분은 단지 보석금 (설명: 판결 선고 전, 구금을 피하기 위해 맡기는 돈으로, 피고인은 보석금 지불 시 석방된 상태로 재판을 준비할 수 있고, 재판 결과에 따라 보석금은 전액 혹은, 일부 환불받을 수 있음)을 낼 수 없다는 이유 하나로 감옥 시스템 속으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수개월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합니다. (경)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경)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그저 기소되었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설명: 특별히 “경범죄”인 경우로 국한해서 이해해도 되는 건, 당연히 중범죄인 경우 구속 재판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범죄에 대해서 구속을 폐지하자는 게 아닙니다.)
“미국의 대규모 수감 행위를 비판하고 감옥 폐지론을 주장”하는 루스 윌슨 길모어 (Ruth Wilson Gilmore) 교수, “미국 사회의 흑인에 대한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과도한 흑인 수감률을 폭로”한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13th)>의 에바 두버네이 (Ava DuVernay) 감독, 재소자 출신으로서, 미국 형사사법 개혁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글렌 E. 마틴 (Glenn E. Martin) 등은 이미 미국 사회의 감옥-산업복합체 (prison-industrial complex), 즉 대량 투옥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혜택을 얻는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 간의 네트워크의 부당성을 고발한 바 있습니다. 민간 기업은 수감자 1인당 필요한 비용을 정부 기관에 청구해서 돈을 벌고, 정부 기관은 감옥의 민영화를 통해 비용 절감을 달성합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입각하면, 결국 최대치의 감금이 최종 목표가 됩니다. 최대치의 감금은 민간 기업에 최대한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국은 세계 최고 수감률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올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칼리프: 나는 무죄다 (Time: The Kalief Browder Story)>의 제작에 도움을 주면서, 저는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보석금 제도의 부당성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칼리프가 백팩을 훔친 것으로 기소되었을 때, 그의 가족은 보석금을 내기에는 너무 가난했습니다. 그는 재판에 가기도 전에 지옥 같은 감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악명 높은 뉴욕 감옥인 라이커스 섬 (Rikers Island)에서 약 800일 동안 독방 감금 생활을 하면서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은 칼리프는 결국 22세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한편, 미국 흑인 여성 샌드라 블랜드 (Sandra Bland) 역시 2015년 텍사스주에서 사소한 교통법 위반 및 경찰관 폭행죄로 기소되었을 때, 보석금 지불을 강요받았습니다. 보석금을 마련할 수 없었던 그녀는 지역 감옥에 수감된 지 3일 만에 스스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녀의 나이 28세였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녀는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경찰관 폭행죄로 기소된 건 경찰관의 위증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통상 4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게 아닌데도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입니다. 보석금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감옥에서 기약 없이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색 인종이 더 높은 비율로 경찰에 의해 과도하게 통제되고, 체포되고, 기소되고, 재판을 받기도 전에 보석금을 강요받을 때, 보석금 회사는 금전적 이득을 얻게 됩니다. 직접 보석금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피고인은 보석금 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석금 회사는 피고인의 재산을 담보로 보증서 (surety bond)를 법원에 제출해 보석을 진행해 주는 대신, 미리 보석금의 일부를 서비스 수수료로 받음으로써 수익을 챙깁니다. 요컨대, 피고인에 대한 보석금 강요는 보석금 회사의 서비스 수수료 수익을 증대시키는 반면,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는 극심한 금전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야기합니다. 흑인 어린이 9명 중 1명은 부모가 투옥되어 있습니다. 보석금 회사가 피고인의 재산을 담보로 잡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더 많은 재산을 요구하면, 가족들의 경우 더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됩니다. 보석금 회사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면, 가족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수개월씩 감옥에 머무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 합니다. 이는 국가적인 비효율을 초래합니다. 아직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투옥하는 데 매년 90억 달러 (한화 약 12조 원)가 낭비되고 있고, 미국의 보석 시스템을 장악한 보석금 회사와 그 보증인 집단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이러한 착취적인 보석금 제도와 산업을 바로잡지 못하면, 미국의 망가진 형사사법제도는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참고로, 작년 2023년 9월, 미국 일리노이주는 현금 보석금 제도를 전면 폐지했습니다. 미국 50개 주 중 최초였습니다. 이로써 일리노이주 법원의 피고인은 누구나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도주할 가능성이 있거나, 공공 안전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면, 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금 보석금 제도 폐지 이후 일리노이주의 감옥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석방해도 안전한 사람들을 먹이고 수용하는 데 지출되는 납세자의 돈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이Z가 소망했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