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호 Feb 08. 2018

JUST DO IT,
나이키와 <노인과 바다>_2

손과 발의 역할


낚싯줄에 쓸려서 살점이 떨어져 나갔을 뿐이었다. 그러나 손을 사용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 일이 끝날 때까지는 중요한 손이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손을 다쳐서는 안된다.
- 《노인과 바다》, 문예출판사


산티아고 청새치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손으로 낚싯줄을 잡고 버틴다. 거대한 청새치의 힘에 밀려 줄을 잡아당기는 손은 뻣뻣하게 쥐가 나지만, 손이 다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인은 끝까지 손을 보호하면서 물고기와 싸운다.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의 손은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에게 손은 피를 돌게 하는 심장과도 같은 존재다. 


그렇다면 나이키의 심장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발이다. 


발은 트랙 위에서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도구다. 산티아고의 손의 중요성과 마찬가지로 육상선수에게 발은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래서 발은 중요하다. 육상 코치와 선수가 만든 브랜드 나이키는 발, 운동화에 집중한다. 



1972년, 블루리본 스포츠와 일본의 오니츠카 타이거의 관계는 악화된다. 오니츠카 타이거는 블루리본 스포츠에 자사 운동화 공급을 줄였고, 블루리본 스포츠에 대한 인수 야욕까지 뻗치게 된다. 결국 블루리본 스포츠는 오니츠카 타이거의 수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자사에서 직접 생산하던 나이키 운동화에 집중하게 된다. 운동화 개발에 힘쓰던 육상 코치 출신 빌 바워만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해 운동화 밑창을 만들었다. 


<사진, 나이키 코르테즈>


바워만은 어느 날 아내가 사용하던 와플 굽는 틀을 눈여겨보았다. 격자무늬가 아로새겨진 와플을 보고 영감을 얻은 그는 시험 삼아 와플 틀에 액상 고무를 부어본다. 고무는 와플처럼 격자무늬로 찍혀 나왔고, 격자 문양의 고무 밑창은 신발과 땅바닥 사이에 마찰력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바워만은 이렇게 만들어진 운동화 밑창을 와플솔Waffle Sole이라 이름 붙인다. 1972년, 나이키는 와플 솔을 활용해 운동화 코르테즈Cortez를 시장에 선보였고, 여러 유통 업체의 러브콜을 받는다. 


나이키 사는 코르테즈 운동화를 신고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를 찾는다. 빌 바우어만은 자신의 제자이자, 장거리 육상경기 7 종목에서 미국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육상 선수 스티브 프리폰테인Steve Prefontaine을 최초로 후원했고, 루마니아 테니스 스타 일리에 너스타세Ilie Nastase가 착용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역사를 한 남자의 성장 통해 담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가 1970년대, 달리기를 할 때 신었던 신발이 바로 코르테즈다. 실제 당시 미국엔 조깅 열풍이 불었고 기능성 운동화를 전면에 세웠던 나이키는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코르테즈의 성공에 힘입어 나이키는 미국의 스포츠 신발 및 의류, 용품을 대표하는 스포츠 웨어 선두주자가 된다.



마이클 조던과 조 디마지오


그러나 나는 자신을 가져야만 한다.
발 뒤꿈치의 뼈가 아프면서도 그것을 참고 대 디마지오 선수는 마지막까지 승부를 겨루고 있지 않은가, 나라고 져서야 되겠는가, 하고 노인은 자문자답했다. 
- 《노인과 바다》, 문예출판사


어부 산티아고는 야구광으로 뉴욕 양키스NewYork Yankees와 팀의 간판스타 조 디마지오Joe DiMaggio의 열혈팬이다. 소설의 도입부터 마지막까지 언급되는 디마지오는 1930~40년대 미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다. 소설의 서사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집을 떠나(홈),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1~3루), 다시 집(홈 베이스)로 돌아와야 1점을 올리는 미국적인 스포츠 야구와 닮아있다. 뿐만 아니라 디마지오는 주인공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1984년, 나이키는 이제 막 NBA 프로선수가 된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계약한다. 미국 NBA 뿐만 아니라 세계 농구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로 칭송받는 조던은 나이키의 성장에 날개를 달게 한다. 슈퍼스타 조던은 스포츠 정신과 도전의 상징으로 《노인과 바다》에 언급되는 디마지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나이키 성장사에는 마이클 조던을 빼놓을 수 없다. 나이키는 1984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를 졸업해 NBA 시카고 불스Chicago Bulls에 갓 입단한 마이클 조던과 협찬 및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1985년에 마이클 조던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농구화 에어 조던 원Air Jordan 1을 출시했고, 조던은 실제 NBA 경기에 에어 조던을 신고 나와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진, 에어 조던을 신은 마이클 조던>


당시 NBA는 농구화에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을 두 가지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선수 대부분은 흰 농구화를 주로 신었는데, 에어 조던은 조던이 속한 시카고 불스 유니폼 컬러를 활용한 빨강과 검은색으로 디자인했다. 이는 NBA 규정에 어긋나는 컬러 조합이었지만, 나이키는 매 경기 때마다 에어 조던을 신고 나온 조던의 벌금을 내주며 협찬했다. 조던의 활약과 더불어 나이키의 벌금 마케팅(?)으로 에어 조던 농구화는 팬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는 NBA 선수를 활용한 스포츠마케팅의 시초가 된다. 마이클 조던과 협업 제작한 에어 조던 시리즈의 성공으로 나이키의 매출은 비상한다. 


1988년, 1991년, 1992년, 1996년, 1997년 NBA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마이클 조던의 활약으로 에어 조던은 위대한 선수가 신었던 농구화라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완성됐다. 기능성 농구화를 넘어 하나의 운동화 문화로 자리를 굳힌 ‘조던’이란 브랜드는 나이키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에어 조던은 나이키에서 독립해 단독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소설과 브랜드에서 조던과 디마지오는 열정과 도전정신을 상징했고,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의 정신이 녹아들면서 서로에게 흥행 요소가 되었다. 소설에서 마이클 조던을, 나이키에서 디마지오를 선택하며 서로의 상징을 바꿨어도 그 어색함이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다. 



도전정신


“인간은 죽을지는 몰라도 패배하는 것은 아니니까.”
- 《노인과 바다》, 문예출판사


산티아고는 거대한 청새치와 싸우고, 죽고 난 청새치를 쫓는 상어 떼와 사투를 벌인다. 특별한 도구 없이 싸우지만, 노인은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상어와 맞선다. 잡힌 청새치는 상어들이 먹어치우게 되고, 상어에게 습격당한 청새치 고기의 잔해만 끌고 항구로 돌아온다. 자신의 판잣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지쳐 쓰러지고, 치열했던 사투의 순간들을 뒤로한 채 아프리카의 맹수인 사자의 꿈을 꾼다. 


<사진, 나이키 광고>


나이키는 제품을 판매한다기보다, 제품이 담고 있는 열정과 도전정신을 팔고 있다. 소비자의 꿈을 자극해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나이키는 어떤 기업보다 먼저 사람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했고, 이를 통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대중들이 최대한 자신이 이루고 싶은 바를 시도하도록 유행과 방향성을 이끌어 낸 것이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선수들을 후원하면서 스포츠의 자유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들을 우리의 삶으로 불러들였다. 《노인과 바다》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망망대해 작은 조각배 위에서 청새치, 상어 떼와 맞선 주인공의 모습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에 환멸을 느낀 미국의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세대 독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나이키 창립자 필 나이트는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는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나이키는 현대의 헤밍웨이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이키NIKE


창립자 : 필 나이트, 빌 바우어만

창립: 1964년(블루리본 스포츠란 이름으로 시작해 1971년 나이키로 상호 변경)

특징 : 연매출 300억 달러 규모, 세계 1위 스포츠 웨어 브랜드

계열 브랜드 : 컨버스Converse, 헐리 인터내셔널Hurley International LLC, 조던Jordan,나이키 골프NIKE Golf 등



노인과 바다


<사진, 헤밍 웨이>


《노인과 바다》는 1952년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1899~1961, 미국)가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고교 졸업 후 캔자스시티의 스타Star 매거진 기자로 활동했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의용병으로 이탈리아 전선에서 야전병원 수송차 운전병을 하다 다리에 중상을 입고 입원 중에 휴전되어 귀국한다. 1923년 첫 작품 《3편의 단편과 10편의 시》를 발표했고, 이후 작품 활동을 하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로 평단의 관심을 얻는다. 이후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발표했고, 《노인과 바다》 작품을 통해 1953년 퓰리처상,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지성과 문명을 세계의 속임수라고 보고, 가혹한 현실에 의연하게 맞서다 패배하는 인간의 비극을 간결한 문체로 힘 있게 묘사한 20세기 대표 작가다. 1961년 7월, 헤밍웨이는 노년에 질병을 끌어안고 살다 엽총으로 자살한다.


스토리 요약

쿠바 아바나 근처의 해안 마을에 사는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84일 동안 아무것도 낚지 못한다. 마을에 선 그를 따르는 어린 소년 하나만 그의 편이 되어줄 뿐 아무도 ‘운이 다한’ 그를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홀로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간 노인의 낚싯 바늘에 거대한 청새치가 걸려든다. 배보다 더 큰 그 물고기와 이틀 밤낮에 걸쳐 드잡이 끝에 물고기를 끌고 항구를 돌아온다. 


그러나 해안에 도착했을 때엔 물고기는이미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상어들에 의해 다 뜯기고 앙상한 뼈와 대가리만 남은 상태였다. 노인은 오두막집에서 지친 몸을 누이고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 꿈을 꾸며 잠든다.




전편을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거예요.


이전 09화 JUST DO IT, 나이키와 <노인과 바다>_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