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만두었습니다.
'그만두었습니다', 이 말을 적다가 내가 쓰고자 하는 의미가 저 의미인가 싶어서 검색창에서 그만두다의 정의를 찾아보았습니다. 말의 정의를 찾는다고 내 행위의 정의를 찾을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에 의해 마침표 찍힌 문장을 보는 일은 어느 정도 마음의 위로가 되곤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두 가지 뜻을 보여줬습니다. 첫 번째는 '하던 일을 그치고 안 하다.' 두 번째는 '할 일이나 하려고 하던 일을 안 하다.' 란 뜻입니다. 아마 첫 번째 의미가 제가 쓴 문장에 알맞게 들어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첫 번째 의미 예문에는 '직장을 그만두다.'라고 적혀있으니 더욱 그러겠습니다. '그만두다'란 말을 검색하는 저 같은 사람을 위해 국어사전 기획자는 친절히 맨 위에 '직장을 그만두다.'란 문장을 배치한 것처럼 보입니다. 흰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누군가가 의도한 다정함에 주변의 사물들이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다정함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여러분. 조심하세요.
그러고 보니 학교를 다니면서 그만두는 것을 배운 적이 없었네요. 정규 교육 과정 속에서는 해야 하는 것들을 응당 해야 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만두는 과정에서 괜히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그만두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있다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운 적 없는 것들은 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도 어쨌든 무사히 그만두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또' 그만두었네요. 처음이 아닌데도 기분이 이상 야릇합니다. 맨발로 백사장 모래 위에서 실컷 놀고, 신발을 신으려고 발을 털어내도 어딘가에 남아 있는 모래처럼 끈적하게 주저함과 머뭇거림이 남아 있었습니다. 마른바람이 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감정들도 걸어가는 길 어딘가에 흩뿌려지겠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네는 자본가 아니면 노동자니까요. 저는 대부분에 속하는 노동자입니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죠.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의 영역이 조금은 즐거웠으면 합니다. 저와 조금은 더 잘 맞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런 일은 흔히 없겠지만요. 그래도 나노 입자만큼 작은 희망을 갖는 건 돈 드는 일 아니니까, 희망을 안고 맞이해봅니다. 본 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