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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호 Dec 02. 2023

느리게 성장하기 : 1화

펫 스타트업 회고록 (성장일지)

20년 6월에 설립되었으니

만 4년차에 접어든

펫 스타트업의 성장 회고록이다.


10여 년간

몇 번의 실패를 반복하면서

체득한 나의 '사업적 철학'은 그렇다.


회사는 가능하면

처음부터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

무인도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


자생력을 갖춘다는 건

가설로 세운 시장의 문제점을

한 번의 검증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검증을 의미하더라.


설령 초기 아이디어가

검증되었다 하더라도

사업을 운영하면서

얻게 되는 정보와 통찰들이

또 다른 가설(신사업 혹은 방향)을

만들어 내는데 매번 새롭게

검증되어야 할 부분이고,

그 과정을 계속 거쳐야지만

탄탄한 자생력을 갖출 것이라 본다.


그래서 나의 '사업적 철학'은

'투자없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시스템'의

구현이다.


따라서, 이 글은

'사업적 철학'의 증명,

'내 신념 자체를 검증'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


그러나 이 전략은

대단히 위험하고

느린 성장을 동반한다.


생각보다 많은 자본을

검증까지 직접 투여해야 하고,

일련의 계획이나 전략에서

최대한 실수를 범해야하지 않아야 한다.


항시 자금에 대한 압박 때문에

최단기간 내에

손익에 도달해야만 하고,

시장 안착이 되기까지 (*브랜드 인지도)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그래서

한정된 자본 사정에 의해

의사결정 몇 번

손가락 삐끗하는 순간

나락행이다.


시작 이후 1년 이상

집에 가져다 줄 돈이 없었고,

냉장고만 축내는

기생충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도전의 스릴은 형용할 수 없고,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의

아드레날린은 짜릿하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내 자신이

누군가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 가치에 댓가를

얻게 될 때

수익에 대한 기쁨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 존재감의 증명이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고로

기업의 자생력은

생명과도 같다.


---------


말이야 좋게 표현해서 거북이지

99%는 바다로 나가기 전에 죽는다.

그런데

살아남아 돌아오는

1% 거북이의 위엄을 보라.


이 짜릿함을 요리조리 뚫고

하루 하루

살아남고 있는 우리는


이 과정의 기록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그 불안함을 이겨내고

앞으로 합류할 좋은 인연들이

성장 과정을 읽고

더 큰 성장의 가능성에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만약 10년 후에도

우리 회사가 살아있다면

창업가의 신념이

업의 기조가 되어주길 바라며


---------


이 글을 쓰는 도중

어제부터 갑자기 제휴 요청이 많이와

무슨일인가 했더니

'혁신의 숲'이라는 곳에서

기대되는 펫 스타트업에 소개가 되었다고 한다.


미비한 성적에다가

아무것도 볼만한 정보가 없는데

좀 부끄럽고 신기했다.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칭찬받은 느낌은 좋았고.


포기하지 말자.


레시펫 화이팅!



여튼 나 역시

자생력을 염두하고 시작했지만

분명 한 단계 점프를 위해

자본이 필요했고,

투자를 검토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자생력' 보다

'투자유치'를 받지 못한게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안그래도 얼마 전

아는 대표님이 묻는다.

"대표님, 왜 투자 받으려고 안하세요?"


나는 답했다.

"투자자가 찾아와야 돈을 받아주죠"


미친놈인가 싶었을 거다.


---------


2년차 즈음

매출이 생각보다

빠르게 증가되고 있을때

성장률로 본다면

매출 200~300억은

우습게 갈 수 있겠다는 확신에

약 70곳 정도에 콜드메일을 보낸적이 있었다.


그러나 다 까였다.

투자자들은 천재다.


다행히도 분위기(?)를 보고, 스톱했다.

내가 만약 더 적극적으로

라운드를 돌면서

어떻게든 투자를 유치했더라면


섣불리 공장 이전과

플랫폼 확장을 했을 것이고,

보편적인 커머스 성장방식대로

여러 제품들을 유입시켰을 것이다.

인기있는 제품을 기반으로

PB 제품과 마케팅 의존 전략을

진행했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게 되었다면

매출 볼륨은 키웠었겠지만

마이너스 이익의 형태로

돈 다 까먹을 때 즈음

다음 라운드를 끌어내지 못해

분명 나락행이

예고되었을 것이다.


VC들에게 쌩까였던

시기가 '21년 즈음인데

실제로 '23년 펫 커머스 상위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역시나 마이너스 이익 형태로

무자비한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실력으로 승부해야하는

독기만 가득한 촌놈이라

이 전략대로

못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첫 번째 위기가

투자자들의 쌩까임으로

무사히 넘어갔다.


---------


솔직하게

저렇게 하고 싶어도

돈을 끌어올 능력이 별로 없다.


내세울만한 이력도 없다.

크게 성공해 본 적도 없다.

심지어 코파운더들도 없다.

독고다이 1인 기업이다.


쓰다보니 생각드는건데

나라도 안빌려주겠다.


근데 이렇게 생각하자.

자본을 끌어오는 방법의 유형이

사업 초기에만

하나 줄어든 것 뿐이지

이익창출, 성장성, 미래성, 기술성 등

기본과 본질에 충실하다면

그 고비를 넘겼을 때 별 문제 안된다.


어떻게 내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낼 것이냐,

지금 내가 가진 이 어려움의

시발점이 무엇이냐를

재점검하고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


나 역시 그렇게

3년 반을 버티고 있으므로

증명할 수 있다.


이 가설이 맞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타인을 설득시키는 행위는

자생력을 갖추는 것과 거리가 있다.


대부분 가설 오류가 가장 많다.

증명할 가설이 확실하다면

그 성과는 즉시

데이터로 나오게 되어있다.


---------


자신 만만했던 나는

풀가동 중인 행복회로를

아무도 몰래 접었다.


투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계획을 틀어야 했다.

다시 '혼자 살아남을' 준비다.

어우 지겨워.


다시 허리띠 졸라매고,

눈에 안약 넣고,

우루사 먹어가며,

한 발 한 발 내딛을때마다

이게 바닥인지 나락행인지

떨면서 걸어가야했다.


이런 거북이 발걸음은

나에게 또 다른

통찰들을 선사했고,

이는 사업 전체의 방향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후 지금까지 약 2년 동안

실제로 시장에서 더욱

면밀한 마켓 세그먼트를 확인했고,

해당 산업의 프리미엄

가격저항성이 어디까지인지,

펫 산업에서의 하이앤드 시장에 대한

차이는 무엇인지 등

아주 세분화 된 시장을 파악하고


과연 무엇이 펫 산업에서

구매의 즉시성에 더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고로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무게가 중요하지.


자기 위안 참 쩐다.


점점 더 적게 일하는 구조가 되어가는 중



레시펫은

빠르게 뛰어가다 놓치는 토끼보다

느리지만 주변을 살피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거북이를 표방한다.

(토끼처럼 날뛰다가 자빠진 경험은 여기에)


지난 3.5년간의 펫 커머스 창업,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그 사이에

어떤 과정들이 있었는지


지금부터는

해마다 있었던 굵직한 이슈와

인사이트를 훔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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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여생 행복과 건강수명 증진]을 위한

펫케어 스타트업 레시펫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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