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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호 Jun 25. 2017

피트니스 O2O 시장을 떠나며 (O2O 실패 보고서)

정리가 조금 늦었다. 사업을 구상하던 '14년 10월부터 '17년 4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경험했던 피트니스 O2O 분야. 돌이켜보니 참 다사다난했고, 성공적 사이클은 아니었지만 많은 것들이 가치 있었다. 그것에 대한 회고록으로 O2O를 시작하기 전엔 몰랐지만 시작 후에 알게 된 것들을 시장 환경 중심으로 기록 나열해보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O2O에 관련하여 사업(Business)과 경영(Management)에서의 관점도 함께 기록하도록 한다. 이 경험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닌 우리 팀의 기록을 대표한다.  



1.

표면적으로 본다면 우리는 국내에서 '퍼스트 무버'였다. 말 그대로 당시 40여 종목의 운동을 모바일로 B2C(일반인)에게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운동을' 제공하는 방식은 우리가 처음이었다. 현재 관련 산업 내 오프라인 시장에서 설정된 건당 지급수수료가 1/10 수준이었다는 것으로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퍼스트 무버'라는 자신감만으로 우리는 어떻게 하면 표면적으로 멋진 기업이 될까 고민했다. 많은 수상과 인증을 받았고, 해외 계약 성사에 사비가 들지 않았을 정도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받았다. 나는 그것이 스타트업으로써 단기간 내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전략이라 오판했다. 추가 자본이 필요한 시점에 많은 투자자들을 만나본 결과 우리가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볼 때 서포터즈나 해외봉사활동의 경험을 단지 훑어보게 되듯 우리 역시 그들에게 그냥 '그랬구나' 정도로 넘길 한낱 경험에 지나칠 뿐이었다.


그러한 성과지표가 쓰일 곳은 한 군데뿐이었다. 회사는 점점 분기 실적표에 무엇인가를 채워 넣어야 했고, 지속적인 관심을 얻기 위해서 일부는 정부가 원하는 기업이 되어야만 했다. 잘못인걸 알면서도 모든 것이 부족한 시점에 그들의 관심마저 져버릴 수는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들의 '훌륭한 지원과 도움'이 있었음에도 사실 우리 스스로가 '일어나는 방법'을 끝내 찾지 못했다.



2.

혹시나 '아직 세상에(또는 국내에) 없는 아이디어'라고 한다면 섣불리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을 즐거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들뜬 마음에 기사를 내고, 행사에 나가 발표를 하고,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 시작한다면 며칠 지나지 않아 수 십 개의 유사 경쟁사가 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발판 삼아 다른 방법이 떠오른 기회주의자들의 당연한 진입일 뿐이다.


대부분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면 우리들은 그들을 경쟁자라 말한다. 그러한 경쟁은 모든 기업이 불안정하기에 대표적인 경쟁 수단이 서비스의 가격이 되고, 가격은 곧 자본의 경쟁이 된다. 그러면서 그 사이 경쟁사들끼리 투자유치를 하기 위한 또 다른 경쟁이 펼쳐진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를 최저한의 낮은 가격으로 접하게 되며 그것을 당연한 서비스의 가격으로 인지하기 시작한다. V3 백신이 무료로 배포되고 나서 일반인들에겐 환영할 일 일지어도 기업들로부터 욕을 먹었던 이유는 '소프트웨어 = 무료'라는 사용자들의 인식이 고정되어버린 것에 일조하였기 때문이다. 불법이 난무하고 안드로이드가 유료로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피트니스 O2O가 제대로 된 이익이 실현되려면 최소 15만 원 이상의 멤버십 이용가가 설정되어야 하나 당시 시장의 경쟁으로 지급수수료 비용은 약 10배가 올랐으며, 한 달 멤버십 이용가는 약 5만 원 수준이었다.


애당초 설계한 비즈니스 모델은 무색해졌고, 어떡해서든 차별화 또는 대규모 자본조달이 필요하였다. 따라서 원천적 기술력이나 확고한 차별성이 없었기 때문에 자본은 더욱 필요하였던 것이고, 이 사례와 같이 아이디어만으로는 '퍼스트 무버'로써 결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가 확률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3.

그러나 사실 진짜 문제는 경쟁사의 출현이 아니었다. 이 시장의 가능성이 있는지 시장에 대한 검증이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시장의 규모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 피트니스는 다른 시장과는 달리 특정 장소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있고, 그중에서도 수업마다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된다. 허나 이것도 모잘라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이용을 원하는 시간대'와 '업체에서 고객이 와주길 희망하는 텅 빈 시간'사이의 간격은 회사가 원하는 고객 타겟층과는 상충되어 서비스로써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한 예로 '직장인'이라면 가격에 덜 민감하고, 꾸준하게 이용하며, 컴플레인이 적은 반면에 '대학생' 혹은 '프리랜서'라면 가격에 민감하고, 자주 이용하지 못하며, 컴플레인의 빈도가 잦은 통계치가 있다. 당연히 회사의 타겟은 '직장인'이 되겠지만 실제 운동 시설이 제공하고자 하는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공실 시간대에는 타겟이 이용하지 못함으로 서비스는 완전한 '저가' 이거나 '고가' 전략이 되었어야만 했다.


즉,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게 검증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의 경쟁자란 결국 '경쟁자들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미 없는 존재들의 경쟁'이라는 것이다. 가난한 경쟁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꼴이다.



4.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로 더욱 조급해졌다. 기술의 진보성, 브랜드 입각, 자본의 충당 등을 위해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를 더욱 쫒아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선 한국 시장만으로 상대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고, 매출을 증빙하라는 한국 투자자들의 간 보기는 아예 처음부터 배제하였다. (물론 우리도 투자자의 유형을 파악하고자 미팅은 지속적이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해외 유사 서비스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였다. (https://brunch.co.kr/@icando03/12) 이로 인해 우리는 기술의 통합으로 안정적 서비스 출시와 함께 7개 국가를 목표로 4개국 오픈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우리 고객은 우리의 서비스만으로 해당 국가에 출장과 여행을 가더라도 현지의 피트니스와 레저를 이용할 수 있었다.


듣는 사람들이 '우와'라고 외쳤지만, 정작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마케팅이 잘못되어서일까? 아니, 그것보단 시장이 달랐다. 대부분 출장이나 해외를 나가면 묵는 숙소에 저마다 딸려있는 운동센터는 무료다. 멤버십 비용이 아까워 우버나 택시를 호출해 국내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굳이 찾아가지는 않는다. 그 밖에 제약 조건은 다양하다. 하지만 당시 회사는 솔직하게도 빠른 시일 내에 큰 맥락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현혹될 수 있을 만한 구실을 만들기 위함이었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VOC는 뒤로 밀려났다.



5.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더 하겠다. '너, 이 어플만 깔면 주변에 엄청 많은 종류의 운동을 매일 이용할 수 있어'라고 하면 대부분 '우와, 그래?'라고 외친다. 그러나 한국은 주차가 불편하고, 보통 낯선 이들과 함께 그룹 운동을 즐겨하지 않으며, 괜스레 남을 경계하고, 자기에게 익숙한 곳을 선호한다. 아무리 많은 운동 시설을 제공해도 꾸준한 사용객은 평균 두 곳 이상을 이용하지 않고, 매일 가는 사람은 블랙리스트가 되며, 열심히 제대로 이용한 사람은 '한 번쯤 이용해보려는 경험객'이 될 뿐이다. 사용객 분류와는 달리 사용객 특성에 따라서도 시장의 규모는 다시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B2B(기업 제휴)로써 이러한 피트니스 O2O를 선택적 복지로 접근하는 오래된 기업들이 있다. 이들이 잡고 있는 시장은 약 300억 정도를 추정한다. 주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다. 기업복지 대행사들을 통해 스타트업도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알아야 한다. 여기에서는 기업의 특성에 따라 영업이익이 극명하게 갈린다. 현장 노동자가 많은 기업일수록 샤워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이용률이 높아 수수료 비중이 올라가고, 공기업이라면 퇴근 시간이 빨라 운동시설의 이용률이 높아 수수료 비중이 올라간다. 이 모든 것을 타진하여 벌어들일 수 있는 시장이 얼마나 될 것인지 생각해본다면 결코 단순히 피트니스 O2O로써는 재미있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것이 우리가 지방에 섣불리 진출하지 않은 이유이다. 물론 수도권도 독점하진 못했지만.


이러한 피트니스 O2O가 성장하려면 운동 채널의 수, 운동시설의 수, 이용자의 수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상의 모델 설계이다. 이러한 시장 정보 (실질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300억, 500억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을지의 미래 설계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러질 못했기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없었다.


초기 열광해주는 고객 니즈가 있다고 해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있으면 좋을법한 착한 서비스이자 순진한(바보) 같은 비즈니스였다. 스타트업의 열정은 기업의 가치가 아니다. 우리는 가치 있는 서비스도 가치 있는 데이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스마트폰 가입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내가 벌어들일 수 있는, 거래되고 현금이 흐르고 있는 시장을 이야기한다. 시장 조사에서 모바일 사용자 따위의 수치는 단지 매체가 좀 더 유연해졌다고 해석해야 한다.



6.

당시 업계 주요 관계 기관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야말로 서비스를 좌우할 핵심 Key라고 판단했던 이유가 있었다. 우리의 진정성이 담긴 전달을 뜬금없이 나타난 IT기업이 아닌 관계 기관들이 더욱 유연할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업체에 진심을 다해 우리와 소비자 사이에서 공급자들의 시장 보호를 고려하며 상호 간의 서비스 균형을 최우선 시 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느낀 대단히 중요한 통찰이 하나 있다. 우리가 이 업계를 떠나고 나서도 현장으로부터 전해 들리는 소식들이 있는데 대부분 기존 고객과의 시장 충돌로 인한 제휴 거부감이나 O2O 모델을 방어하기 위한 지역 대표들의 자발적 협회 구성 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까웠다. 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으로 볼 때 우리가 추구한 평등 전략은 실패하였다. 그 반대로 소비자에 집중하고, 거점지역을 확보해나간 기업은 살아남았다. 우리가 생각했던 전략은 우리만이 존재할 때 가능할법했던 순수함이었다.



7.

공급자들의 인식은 소비자들의 인식보다 개선되는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몇 배수는 필요할 것이라 본다. 실제로 겉은 화려하지만 대단히 영세한 운동 매장들이 많다. 사실 운동 분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대부분의 영세 사업장들이 해당될 것이다. 이들은 주로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을 중요시하기 때문인데 사실 우리와 같은 ICT 기업들은 미래의 이익을 설계해나가지만 그들은 지금 당장의 삶이 연관되어있기에 고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시장은 더욱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급자로부터 우리와 같은 서비스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장기적 이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영세한 시장에서 대부분 고용된 직원들은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정규직이 많다. 그러나 매장의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4대 보험 및 인건비가 경비로 인정받아 건강보험료 절감이나 미래의 소득세 신고에 세금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당장 놓인 문제의 해결을 원하는 영세시장에서 이들을 하나로 묶어 지대한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자면 비즈니스는 소비자에게 집중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O2O, 그거 아이디어만큼이나 절대 쉬운 사업이 아니다.



사실 실패의 이유는 상당히 많다. 나열하자면 거시적 환경부터 기업의 특성까지 (특히 O2O는 이렇다, 이렇게 해야 한다에 반문도 포함) 몇 개는 더 써내려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학생부터 전문직까지 다양한 출신의 초보 사업가들이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O2O를 쉽게 진입하는 것을 상당히 많이 보았는데, 부디 아이디어로 출발했던 우리의 시장환경 중심의 간접 경험을 통해 실제 어떠한 돌발상황들이 숨어있는지를 습득하여 보다 더욱 철저한 전략과 계획이 바탕되었으면 한다.


지금에 와서 내가 보는 관점은 기존의 큐레이션, 서브스크립션, O2O, 커머스 등 이 모든 서비스들이 성공적 사례가 부족했다 할지라도 단순 트렌드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데이터 전쟁(경쟁)을 위한 전초작업이라 사료된다. 현재 나는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아이디어로 출발해서 미래의 전략을 짜 맞추어 세우는 것이 아닌,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최적의 아이디어가 무엇인지의 관점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례로 카카오 택시가 운송 O2O로써 성공적이냐 아니냐를 볼 때 언론들은 표면적 성과만을 접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입을 닫은 채 택시 O2O가 거점 지역을 일정 부분 확보하고 시장에 안착되기까지 그들은 꾸준히 장기적 전략을 준비해왔다. 택시 운행기록과 기사들의 소비 패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국내 수 십 조원 시장인 Micro-Credit(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무담보 소액대출) 분야에 있어서 카카오 은행의 가장 좋은 시장 타깃이 된 것처럼 말이다.


어쨌거나 많은 도전자들이 순수함을 빗대어 성공적 비즈니스의 기회라 착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부디 우리 모두 실패에 대한 커밍아웃을 부끄러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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