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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 쓰는 용기

도서 ‘내 책 쓰는 글쓰기' & 독립출판 모임 '한 번쯤 독립출판'

by 낮잠

“그래서, 글 썼어?”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안부 인사처럼 묻는 말이다. 나에게는 국문과를 졸업한 지 10년이 넘은 친구들이 있다. 어떤 국문학도들은 한 번쯤 작가의 꿈을 꾸듯 내 친구들도 그렇다. 그들은 대답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게 힘들어. 좋은 글을 써야 할 것 같은데 부족한 글이 나올까 봐 쓰지 못하겠어.


이해한다. 나 역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글을 읽은 뒤 어지간한 글은 쓰레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눈이 높아 결혼을 못하는 노처녀가 글을 보는 눈이 높아 글을 못 쓰겠다는 친구들을 욕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결혼과 글 쓰는 일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글쓰기만큼은 일단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책 <내 책 쓰는 글쓰기>에서도 일단 쓰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작가라는 사람들이 어깨에 힘주고 글 한 줄 쓰지 못하는 동안, 세상은 인디라이터들의 책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 먹고 살 정도가 되는 프로페셔널 라이터는 ‘외계인’이라는 재미있는 비유까지 들면서 인디라이터들에게 글 쓰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책이었다.


모든 평범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특별한 인생을 살고 저마다의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평범한 내가 가진 특별한 이야기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면 일단 써야 한다.

당신에게 고통스럽고 아픈 시간과 공간은 쓰는 순간의 당신에게는 천국이다. 그러므로 쓰는 자는 축복받은 사람이다. 어떤 불행과 절망도 미래를 위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처럼, 나는 내가 경험한 일들을 휴지통에 넣을 것인지 자산으로 축적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나는 독립출판 모임 <한 번쯤 독립출판>을 선택했다.


독립출판을 처음 도전해 보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글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 도전했다. 각자 한 권의 책이 아닌 한 개의 글을 쓰는 것이기에 현재의 삶이 바쁜 사람들에게도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12주 동안 4번의 모임을 통해 우리는 각자가 쓴 글들을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쳤다. 내 글을 퇴고하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 편의 글을 제대로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모두가 처음에 작성했던 글과 퇴고를 끝낸 글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적는 글쓰기와도 달랐다. 종이에 글을 싣는다는 것은 온라인 글쓰기에서 사용하지 않는 뇌까지 끌어다 써야 하는 일 같았다. 종이책에 싣는 글이기 때문에 적절한 문단 나누기를 더 신경 써야 했다. 인터넷에서 쓰던 것처럼 문장마다 여백을 둬서도 안 되었다. 인터넷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들도 순화해야 했다. 어떤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하냐에 따라 고쳐야 할 부분이 조금씩 달랐다. 챗지피티도 글쓰기를 기계적으로 도와줄 수는 있었지만, 글에 진정성과 혼을 담는 일은 결국 사람의 것이었다.


글과 책이라는 자산 외에도 사람이 남았다. 같이 글 쓰는 동료들을 보면서 나는 졸업 후 10년이 넘어도 글을 쓰지 못하겠다던 친구들에게서 보지 못한 것들을 보았다. 책 한 권을 써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물론, 제대로 된 글쓰기 경험이 없는 사람까지도 모두 배울 점이 있었다. 책을 써 본 사람에게서는 책 한 권을 쓰는 데 필요한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물어볼 수 있었고, 글쓰기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는 사소한 글쓰기 경험도 매우 가치 있고 창의성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혼자였다면 생각할 수 없는 책 제목을 제안해 준 사람도, 나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표지 디자인을 직접 그려낸 사람도 있었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했기 때문에 마감 기한 안에 우리가 과제를 완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가란 고독한 직업이라고 하지만, 프로페셔널 라이터가 아닌 인디라이터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따로 또 같이’가 필요했다. 모임장님께서도 ‘함께 쓰는 사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나만을 위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을 정도의 감수성’을 갖기 위해, ‘타인이 내 글을 읽는다는 긴장감’을 갖기 위해.

“이번에 글 써봤어!”


만났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알게된 좋은 경험이었다.


첫 책 쓸 용기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독립출판 서적 <추억은 원래 제각각 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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