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의 시작
'스트렝스(Strength) 프로그램'에 돌입하여 기록을 재보지 않겠냐는 트레이너의 제안을 받았다.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의 내용은 첫째, 내가 6주 간의 프로그램을 이수할 시간과 체력이 있는가였고 둘째, 무게 욕심을 내다가 부상을 입지 않을까였다. 나는 쓸데없이 욕심이 많다. 어쨌든 제안을 수락했다. 내 1RM(1 repition maximum, 통상적으로 한 번 동작할 수 있는 최대의 무게를 이름)을 알고 '3대 몇'이라고 으스대고 싶었다.
소위 '3대' 운동에는 스쿼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가 있다. 각 운동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은 유튜브와 블로그에 넘쳐나니 생략한다(애초에 남에게 설명할 만큼 알지도 못한다). 앞으로 트레이너와 함께 1RM을 찾아갈 계획이다. 나아가 3대 200kg을 완수하는 게 목표다. 3대 200을 치는 강한 여성에 대한 로망은 2.5년 전에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찍고 헐레벌떡 헬스장에 등록할 때부터 갖고 있었다. 그러니 현 트레이너가 "회원님은 힘이 참 좋아서 탐이 납니다"라고 말했을 때 나는 내가 결국은 프로젝트를 수락하리란 걸 알았다. 젠장, 그렇게 말하는데 거절할 수가 있냐고요.
내 스펙을 말하자면 키, 덩치, 뼈의 굵기와 근육량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여성에 속한다. 현재 '키빼몸', 즉 키 - 몸(체중)은 110이다. 숫자만 갖고 이야기하는 건 무의미하지만 이 숫자로부터 알 수 있듯이 마름과 보통 사이다. 어릴 때 여느 애들이 그랬듯 어린이 체육단에서 수영과 태권도를 조금 배웠다. 중고등학교 때 체육시간을 제외하면 초졸 이후 운동이란 걸 꾸준히 한 적이 없다. 유년기에 수영, 태권도, 정글짐을 건너 다니면서 만들었던 근육은 자라면서 밑천을 까먹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리기 위함이다.
성장과 야망
운동을 막 시작했을 때 3대 30이었다. 농담 아니고, 130 아니고, 30. 스쿼트는 20kg 정도 들었고 데드리프트는 무게 없는 봉, 전문 용어로 '빈 바'가 아닌! 플라스틱 봉으로 했다. 벤치프레스는 10kg를 휘청이면서 들었던가? 그나마도 가슴 근육으로 들지는 않았다. 들어 올릴 가슴 근육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피하 지방층 밑에 근육이란 게 붙어는 있었지만 쓸 줄을 몰랐다.
지금은 정식으로 재본 적은 없지만 대략 140~150 정도 될 것이다. 스쿼트는 50kg 전후, 데드리프트는 70kg, 벤치프레스는 30kg 전후다. 무게 자체만 말하면 그보다 더 들 수도 있지만 정확하게 자세와 궤적을 다룰 수 있는 무게는 상기의 무게 정도다. 약 다섯 배 성장했다. 처음에 워낙 빈약했기 때문에 운동 초기에 주 2회의 운동만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3대 100 정도까지는 탄력이 붙어서 금방 도달했는데 그때부터 성장이 더뎌졌다. 아마 3대 100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1년이 걸린 것 같다. 처음부터 주 4회 이상으로 습관을 붙였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현 트레이너는 나에게 덩치에 비해 힘이 좋다고 여러 번 말했다. PT 수업 외에는 절대 운동을 하지 않던 내가 주 4회 이상 헬스장에 출석을 찍게 된 건 그에게 "탐이 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다. 오래 운동한 고인물인 척 글을 쓴 것 같아 민망하긴 하지만 겨우 두 달 전이다. 강한 여성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노력은 하고 싶지 않던 게으른 내 마음에 그가 돌을 퐁당 던져 일렁임을 만들어냈다.
어느새 담당 트레이너 말고도 헬스장의 다른 트레이너들과 환한 미소와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다른 분들도 내 몸의 변화를 알은체 하고, 숨을 헉헉 몰아쉬며 포기할까 싶은 순간에 파이팅을 외쳐준다. 어느 날 한 분이 나에게 야망이 있어 좋다고 했다. 2024년 들은 말 중 최고로 꼽을 만하다. 그래, 나는 야망 있는 여성이다. 내 안의 야성을 깨워 3대 200kg에 쉼 없이 도전할 거다. 그리고 <나의 헬스일기> 시리즈는 3대 200kg에 도달하는 날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