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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밈혜윤 Mar 24. 2024

[팟빵/팟캐] 문학 편 - 어린이 문학&내 최초 문학

유래있는 채널

시즌 4 3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저희가 태어나서 처음 접했던 작품과 어린이 문학의 유래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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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도 소비자

   어린이 문학이 뚜렷한 장르로 자리잡은 것은 19세기입니다. 1800년 대에 이름러서야 비로소 어린이는 문학 작품의 소재이자 독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1865년 출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친구의 딸을 재밌게 해 주기 위해 쓰여졌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작가 루이스 캐럴은 옥스퍼드 교수였는데요, 학장의 딸인 앨리스 리들을 위해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를 기록, 출판하여서 앨리스에게 선물했습니다. 루이스 캐럴이 얼마나 열의가 있었냐면, 처음 출판사에 원고를 넘길 때 삽화도 직접 그렸다고 해요. 하지만 그림 실력이 썩 뛰어나진 않아서 출판사 쪽에서 루이스의 삽화를 거절하고 삽화가 존 테니얼을 섭외합니다. 앨리스 리들은 흑발 소녀였고, 그래서 루이스가 그렸던 삽화 속 앨리스 또한 흑발이었지만 존 테니얼은 금발 소녀로 수정했습니다.


   <앨리스> 시리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나라의 앨리스> 두 편이 있는데요. 루이스 캐럴은 이 앨리스 시리즈에 대한 열성이 굉장히 컸습니다. 존 테니얼의 삽화를 보고 앨리스의 치마 길이까지 수정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존 테니얼은 참다 참다 못하겠다고 루이스에게 편지를 띄우기도 했답니다.


   그 외에도 1884년 출간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은 어린이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주인공 '허크'는 술 주정뱅이에다 말썽꾸러기입니다. 어린이들이 허크를 따라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미국 도서관에 서는 한동안 <허클베리핀>을 금지하기도 했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국에서 아동 문학의 형성과 확립을 가르는 기점은 아동 문학 잡지의 창간입니다. 1908년 <소년>, 1923년 <어린이>라는 잡지라 창간되면서 아동을 문학의 소비자로 인정하게 됩니다. 참고로, '어린이'라는 말은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라는 잡지를 창간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아동 문학에서 주로 쓰이는 방식은 단연코 삽화일 것입니다. 글을 배우는 과정에서 긴 글을 다루기 어려운 아동을 수신자로 선정한 만큼, 그림으로 주로 이야기를 전달하게 되는데요. 한반도에서 삽화는 의외로 일찍부터 도 입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조선 세종 때 <삼강행실도>는 그림이 주가 되는 책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물론 <삼강행실도>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었지만 그림을 통해 유교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 습니다. 이런 삽화 양식은 아동 교과서에 계승됩니다.


   잡지 <소년>, <어린이>는 일제 강점기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생겨납니다. 아동들에게 우리말, 우리글을 가르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죠. 1930년 대에 문학인들이 선두로 나서서 '그림동요', '그림이야기'를 작성합니다. 말 그대로 노래 가사에 그림을 붙여 간행물에 찍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해방 전까지는 노래 가사에 그림을 붙인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면, 해방 후부터 드디어 아이들이 읽을 만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요. 전래동화를 모아서 책으로 출판한 <어린이독본>, <조선전래동화집>, <깔깔동화집 미련이나라> 등의 책이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까지 출간되었습니다.


   행동대장의 최초의 문학

   제가 살면서 최초로 만난 문학 작품이 무엇이라고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렵습니다. 한글을 막 배울 때 읽었던 작품일까요? 그게 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최초로 인상을 남긴 작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나는 계몽사에서 1980년 대에 출간했던 <디즈니 동화책> 시리즈입니다.


   저는 여섯 살 때 부산의 엄마쪽 할머니 집에서 몇 달 지냈습니다. 다섯 살 터울의 여동생의 출생 전후였어요. 그때 할머니 집 책장 한쪽을 공히 차지하고 있던 계몽 사의 디즈니 그림책 시리즈들을 엄마랑 읽었죠. 엄마는 동화책을 읽어줄 때도 있었고, 저보고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 할 때도 있었어요. 아직 글이 익숙하지 않았던 저는 더듬더듬 읽었고 제가 충분히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엄마 가 기다려줬던 게 기억나요. 잠들기 전 졸음을 참으면서도 그림책 내용이 궁금해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저는 도날드 덕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하는 짓은 얄미운데 생긴 게 너무 귀여웠어요.


   그 다음은 유치원인가 초등학교 때 필독 도서였던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입니다. 그걸 읽고 독후감을 써야 했는데, 겨우 세 줄짜리 숙제인데도 하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제 또래라면 내용을 다 아시겠지만 기억나지 않거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주인공 두더지가 어느 날 땅으로 올라왔더니 머리에 똥이 떨어진 거예요. 두더지는 만나는 동물마다 붙잡고 너야? 너가 내 머리에 똥 쌌어? 하고 다닙니다. 근데 이게 웃긴 게... 동물들이 너무나 억울했는지 직접 똥을 싸서 내 똥은 이렇게 생겼어, 하고 해명합니다. 파리의 도움을 받아서 그 똥이 이웃집 강아지 똥이란 걸 알게 된 두더지는 아주 소심한 복수를 합니다. 자고 있는 개의 머리 위에 자기도 똥을 싸는 거죠. 그림책에서는 굉장히 자그만 똥 한 알입니다.


   이게 왜 필독 도서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도 몰랐고 지금은 더더욱 모르겠네요. 그냥 더러운 의혹과 더러운 해명, 그리고 더러운 복수가 담긴 이 책을 읽고 어린 혜윤이는 무슨 독후감을 냈는지도 궁금해지네요. 여러 분의 최초의 문학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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