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낼 수 없는 마음
정이 전부죠
G는 아기 고양이를 구조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임시보호를 보내려다가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자신이 집사가 돼주기로 했다. 임보자에게 무안함을 곁들여 죄송하다고, 너무 정이 들었다고, 하지만 단순한 정 때문이 아니라 많이 고민했다고 말한 참이었다. 임보자는 너그러이 대답했다. 너무 기쁘네요, 정이 전부예요.
우리는 왜인지 그 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G와 나는 가벼운 말을 주로 주고받지만 가끔씩은, 우리의 이 지루하고 색채 없는 일상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과 사건들,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사고들, 퇴색을 표하는 사랑들. 이 뒤엔 뭐가 있는 거지.
정이 전부였던 것이다. 지루하지만, 불쑥 찾아온 사고에 불구하고 지켜내야 할 내 일상에 정이 들었던 것이다. 슬슬 뒷걸음질 치는 사람과 사랑에도 정이 들었던 것이다. 정든 마음이 이 모든 걸 붙들게 한 것이다. 보낼 수 없는 마음은 비단 고양이에게만 든 것이 아니다.
보낼 수 없는 마음의 다른 이름은 견디는 마음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 G가 차근히 살이 차오를 고양이의 칭얼거림과 모래 우다다를 견뎌내야 하듯이, 우리가 일상을 침투하는 좌절을 견뎌내야 하듯이, 때로는 악 고함을 지르고 도망가고픈 마음을 견뎌내야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