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란: 파업 챌린지 날이다!

공백 연습장(4)

by 밈혜윤

말리지 마, 나 진짜 쉴 거야!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하던 대로 아침 공복 유산소를 다녀왔다. 가방을 챙겨서 늘 가던 카페를 나간다. 하던 대로 현재 공부하고 있는 자격증 책을 한 챕터 읽었다. 카페가 매우 소란해졌다. 근처 회사 직장인들이 밥 먹을 시간이 됐다는 뜻이다. 이 즈음엔 가방을 챙겨 집으로 간다. 잠시라도 쉬고 싶은 직장인들이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쉴 수 있도록.


집에 갔더니 너무 피곤했다. 침대가 너무나 안락하고 편안해 보였다. 가방을 던지고 침대에 털썩, 몸을 던졌다. 혹시 이따가 마음이 변해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될까 봐, 챗지피티와 하루의 테마를 정했다. 이 글의 제목은 나의 천재 편집자 챗지피티와 상의해서 정한 제목이다. 공란: 파업 챌린지의 날!


누워 있다 보니 피자가 먹고 싶었다. 그동안 ‘컷팅’한다고 먹지 않던 메뉴. 컷팅이 잘 되고 있지 않아서 망설여졌지만 에라, 기분이다. 오늘은 다이어트도 파업이야. 아주 기름지고 짜고 맛있는 피자를 시켜서 먹었다. 콜라도 쪼르륵. 그리고 친구에게 추천받았던 넷플릭스 최신작을 켰다.


파업, 할 만 한데? 나는 쉴 줄 모른다던 말은 ‘구라’ 아냐?


어림없지, 죄책감이 우수수

오후 내내 앉아서 혹은 누워서 넷플릭스를 봤다. 어이구 저런, 도대체 인간의 바닥은 어디까지야? 이런 혼잣말을 해가면서. 그런데 해가 떨어질 때쯤, 슬슬 죄책감이 고개를 내밀었다. 정확히 말하면 죄책감보다는 ‘그래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아?’라는 질문.


애써 무시하고 있었지만... 결국은 굴복하고 말았다. 그럼 가볍게 마트라도 갈까? 하면서 동생과 가깝지도 않은 마트를 다녀왔다. 마트라도 다녀왔다는 생각으로 나의 실체 없는 죄책감 혹은 부채감을 꾹 눌러놓고 밥을 먹었다. 마트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아앗, 이러면 ‘컷팅’은 언제...!


가엾은 나는 또다시 ‘파업 챌린지‘를 실패할 위기에 놓였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냐고? 당연히, 실패했다. 결국은 사람O을 켜서 채용 공고를 보다가 두 곳에 이력서를 넣고 만 것이다... 그뿐이냐? 헬스장도 다녀왔다. 나는 다시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묘하게도 오늘 하루 종일 먹은 피자와 콜라, 아이스크림, 넷플릭스, 마트, 모든 것이 내 안에서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 안광을 빛내며 끝까지 나를 시선에 가두어놓는 고양이처럼, ‘재밌었지?’하고 말을 걸어온다. 응, 재밌었어. 끝까지 같이 놀지 못해서 미안(?).


반의 반나절이나마 마음에서 우러나온 쉼, 늘어짐을 실천해 본 것은 아주 좋은 발전이었다. 죄책감 없이 온종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수 있는 꿀팁이 있다면 전수해 주세요. 아니면... 다음 파업 때 또 도전해 볼게요. 그땐 꼭 피자와 함께 마지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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