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광장에 울려 퍼지는

namesti miru에서 평화를 얻다.

by 혜솔

^아침부터 마음의 중심을 잃었다. 밤새 비가 내렸고 지속된 더위를 식혀줄 만큼 고맙기도 한 빗물이 마음까지 적셔버렸나 보다. 청탁받은 원고의 마감 날짜가 내일이라는 것을 알고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가 컴퓨터를 들고 집을 나왔다. 트램을 타고 무작정 내린 곳은 namesti miru. 평화의 광장이라 일컫는 곳이다. 언젠가 잠깐 지나친 적이 있었던 곳인데 이제야 다시 와 보게 되었다.

나메스티 광장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계절마다 다양한 행사와 시장이 열리는데,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하다.

이 광장의 또 다른 특징은 지하철역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프라하의 대중교통 시스템과 잘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광장 주변으로는 아름다운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들이 즐비해 있어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특히 흥미로운 장소가 될 것 같다.

나메스티 광장은 프라하의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며, 도시의 평화로운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거닐다 보면, 프라하 시민들 삶의 리듬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오늘도 무슨 행사가 있는지 주변이 시끌시끌하고 분주한 느낌으로 사람들이 오고 간다.


전자바이올린 소리가 베이스 음악과 함께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성 루드밀라 성당 주변으로 잘 조성된 정원과 나무 아래 벤치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고 광장엔 하얀 천막들이 옹기종기 설치되어 있는 걸 보니 이벤트가 있는 듯싶다. 발길은 바이올린 소리에 이끌려 성당 앞 광장으로 향하고 무대 앞에서 멈춰 섰다. 연주자의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 게 보인다.

흐린 날의 열정적인 연주는 내 마음의 빛깔을 바꾸어놓았다. 무대를 내려와 관중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도 감동이었고 전자 바이올린을 즐겨 듣지 않았는데 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네사 메이'가 연주하는 현란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야외라서 인지 전자 바이올린의 흥겨움 자체가 싫지 않았다.

성 루드밀라 성당 앞

광장의 부스에 붙어있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희생된 유대인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인 듯했다. 체코어를 전혀 몰라서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이스라엘의 춤이라든가 흥겨운 콘서트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 그 의미는 충분히 다가오는 듯하다.


성 루드밀라 성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 성당은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건물 중 하나로, 그 역사적 가치가 상당하다. 1888년에서 1892년 사이에 지어진 이 성당은 신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나메스티 미루 광장의 중심을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성당의 이름은 체코의 첫 번째 기독교 순교자인 성녀 루드밀라에서 따왔다고 한다. 루드밀라는 체코의 수호성인 중 한 명으로, 체코 기독교의 뿌리와 깊은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성당의 외관은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디테일로 가득했다. 특히 두 개의 높은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모습이 인상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과 정교한 제단, 그리고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 오르간은 체코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성당은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장소로서 정기적으로 클래식 음악 콘서트가 열리며, 특히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시즌에는 특별한 음악 행사를 많이 한다.

또한, 이 성당은 체코의 유명한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과도 인연이 있다. 드보르작이 이 성당의 오르간 연주자로 일했다는 사실은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흥미로운 사실로 알려져 있다.


아침부터 울적했던 마음을 추스르고 평화의 광장에서 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이제 나는 다시 조용한 카페의 구석 자리를 찾아 평화의 광장을 떠난다. 나도 모르게 음악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으론 흥겹게 박자를 저어가며 광장을 빠져나오는 내 모습에 그만 내가 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