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끄는 또 다른 얼굴들
그림책을 넘기는듯한 거리의 간판
거리를 걸으며 자연스레 쳐다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람의 명함 같은, 상점의 간판들이다. 다양한 모습의 그 얼굴들을 보며 걷는 재미를 느껴본다.
간판에서도 연령이 느껴진다.
어린이 같은 깜찍하고 귀여운 간판,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간판, 그리고 아무도 의식하지 않기에 더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개성만점의 간판이 있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세련되고 깔끔한 간판들이 유행처럼 달려있는 거리를 걷다 보면 그 간판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관심을 갖게 된다. 상점 안을 들여다보게 되고 이것저것 둘러보게 된다. 간판은 참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 보며 작정하고 오늘은 재밌는 간판 사진들을 찍어보기로 했다.
주로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간판들은 메뉴판을 동반한다. 또한 정원이나 테라스가 있다는 표시도 꼭 하는 것 같다. 유럽은 카페의 실내보다 정원이나 테라스, 심지어는 사람이 다니고 있는 길에 접해 있어도 식당 앞에 테이블이 놓여있다. 그렇게 실내보다는 밖에서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게 자연스럽다. 흡연자들뿐만 아니라 비 흡연자여도 햇볕을 좋아하는 이들로서는 당연한지도 모른다.
참 재미있는 곳을 발견했다. 와인바라고는 해도 커피나 간단한 음식도 제공되는 곳이다. 외부 창틀에 놓여있는 흑칠판에 하얀 백묵으로 그림과 함께 간단히 메뉴를 적어 놓았다. 자꾸 눈길이 간다. 눈에 확 들어오는 이 간판을 보다가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 컴컴하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에서 페트리 진 공원길 쪽으로 내려가면서 본 이 집은 좁은 골목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한적한 곳이었다. 검은 칠판에 흰 글씨와 귀여운 그림으로 눈길을 끈 것이 어울리는 거리랄까?
캔디 가게와 기념품 샾이다. 프라하는 고양이가 참 많다. 거리에서 고양이를 보는 건 많지 않아도 그림이나 간판의 고양이는 정말 많다.
Cat's gallery는 기념품 샾이었다. 물건들에 그려진 문양이나 그림들이 거의 다 고양이라는 사실이 정말 재미있기도 하고 체코와 혹은 프라하와 고양이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물어보면 특별한 이유 같은 것은 없다고들 하는데 고양이 그림만 그리는 화가도 있어 여전히 궁금하긴 하다. 개인적인 취향일까?
까를교를. 건너 구시가 광장 쪽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 있는 블랙 라이트 시어터, 이 간판을 보고 마임공연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까?건물의 벽을 이용하거나 문짝을 이용한 간판들도 볼수록 재미있다. 상점의 문을 닫으면 안 보이는 사이드 간판들이 더 멋지다. 맛있는 그림과 글씨에 커피 향을 느끼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입맛을 당긴다.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걷는 듯한 거리다. 좁은 골목과 식당의 좁은 입구에 비하면 내부는 넓은 정원과 테라스로 꾸며진 곳이 많다.
인형극에 사용하는 인형들을 판매하는 곳의 입간판은 동화 속 배경이나 주인공들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아이들은 그 앞에서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잠시 해맑아지기도...
프라하 시내는 그 자체가 그림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게 여러 가지가 잘 어우러져 있다. 건물이나 길, 상점의 특징들이 제각각이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거기에 하늘빛과 구름이 더욱 그 모습을 도드라지게 해 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득, 저 빵집과 이 꽃집 앞에서 서성이는 나를 본다. 멀리, 간판 없는 빵집과 꽃집 앞에서 갈등하던 열여섯 살 소녀가 떠오른다. 뒤돌아보니 그림자 하나 길게 서 있다.
국화빵집과 오래된 꽃집이 어깨를 맞댄 곳
움츠린 사람들 좁은 어깨 위로 눈발이 날리는
열여섯 살 허기진 저녁 귀갓길
빵집 앞을 지나서 꽃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꽃내음보다 짙은 빵 굽는 냄새가 옷깃 당기는데
양동이 수북한 국화 다발이 웃음 건넨다
졸 시 <국화꽃 사던 날>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