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아포리아

인생이라는 길 위에 선 여행자

by 혜솔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옮기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나에게, 나를 위해서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다. 여행지의 정보나 사진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기록하고 공유하는 세상이어서 나까지 끼어들 필요는 없다. 다만 나는 저 깊숙한 곳에서 아직도 잠자고 있는 또 다른 나를 깨우려고 낯선 곳을 헤매고 싶은 것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를 받아들이는 여유를 배우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고자 헤매고 싶은 것이다.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 시청 앞에 자리 잡은 현악 4중주단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바이올린의 고음이 첼로의 저음과 어우러지며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현악 4중주 'SPRING'의 일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다양한 건축양식으로 이루어진 웅장한 시청사를 배경으로, 네 명의 연주자들은 눈을 감은 채 연주에 몰입해 있었다. 그들의 손가락이 현을 타고 오르내릴 때마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솟구쳤다. 낯선 도시에서 느끼는 고독감과 여행의 설렘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연주회 같은 착각에 빠져 자리를 잡고 앉아야 했다.

돌바닥에 주저앉아 음악을 듣는 동안 나는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임을 가슴에 새겨 넣는다. 프라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재가 이 음악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언어를 초월하는 아름다운 음악 앞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다. 얼핏 나는 보았다.

연주가 끝나갈 무렵, 어느 중년의 여자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는 모습을. 그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이자, 낯선 곳에서 느끼는 향수였을까? 동시에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감사함이기도 했을 것이다.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연주자들의 악기 케이스에 넣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여행의 진정한 의미구나.'




인간의 일생을 긴 여행에 비유할 수도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이라는 길 위에 서게 된 여행자로 은유할 수 있다. 그 길 위에서 사랑하고 상처받고 싸우고 화해하며 자신과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살아온 날들의 의미를 묻고 눈앞에 펼쳐진 세계에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여행을 통한 자아 성찰은 인생이라는 여정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지한 나를 깨우고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나를 치유하는 힘도 내 안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나는 오늘의 일기를 그렇게 썼다.

'쫓기듯 살아왔다면 이제는 그만, 앞만 보고 달리는 것도 이제 그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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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긴 여행은 늘 불안하다. 그 불안은 ‘나’라는 근원에 대한 지표를 찾는 데서부터 오는 막막함이었다. 믿고 의지할 것 없는 ‘나’는 방향 잡기도 수월치가 않다. 그러나 내 안에 수없이 많은 나에게 묻곤 한다.

지금 여기엔 없는 ‘나’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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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여행을 통해서 감정을 순화하고 내면의 갈등을 해소하며 억압된 고통 속의 기억들을 끌어낼 수 있었다. 오롯이 혼자일 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는 자신을 정화하여 평온한 마음으로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 나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나는 나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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