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캐럴송 대신 흥겨운 춤과 노래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
몇 해전 동유럽에서 성탄절을 보내기 위해 혼자 여행길에 오른 적이 있다. 그때 며칠 프라하에 머물렀었고 날마다 까를교에서 구시가 광장까지를 돌며 아이쇼핑을 즐겼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선 광장엔 눈발이 날렸다. 사람들은 대형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곤 했다.
하늘빛이 12월의 그림자 같았던 어느 날, 오후 3시가 조금 지났는데 해가 저무는듯했다.
어두워지는 마음을 안고 길바닥의 습기를 밟으며 구시가지를 돌고 또 돌았다. 상점의 물건들은 모두 똑같았다. 프라하성이 그려진 그림이나 사진으로 만든 엽서, 천문시계 모형의 조각품들, 돈 조반리에 등장하는 인형들이 크리스마스 용품들과 어우러져 화려하게 빛났다.
나는 광장에 늘어선 어느 상점 앞에서 엽서를 고르고 있었다. 주인 남자가 나의 국적을 묻는다.
예전 같으면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부터 물어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남자는 대뜸 "코리아?" 한다.
나는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남자는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오빤 강남 스타일~ ' 하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매스컴에서 인기 절정인 이 노래를 끊임없이 방송을 해대던 때가 있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놀라웠다. 아니, 싸이라는 가수와 그가 부르는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의 인기를 실제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기념품 상점의 젊은 주인은 말 타는 모습으로 춤을 추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이 모습을 지나기는 여행객들이 흘깃흘깃 보며 하나 둘 모여든다. 젊은이들 중엔 함께 춤을 추며 흥을 돋우기도 한다. 그들은 그저 '오빤 강남스타일~'을 반복하며 잠시지만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그저 웃으며 바라보기만 했다.
뿌듯함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해야 할까.
어둑어둑했던 하늘이 밝아 보이고 마음까지 환해지던 그 순간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가 저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던 인기 절정의 한국 가요를,
한국 가수를, 한국문화의 한 부분을 끌어내었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되지 싶었다.
내가 어디를 가서도 난 한국사람이에요,라는 말을 부끄럽지 않게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했을 때 그 나라 사람들에게 떠오르는 강렬한 한국의 것, 그것이 무엇이길 바라는 가를 생각해 보기도 해야 할 것 같다. 이왕이면 한국의 좋은 것들이 떠오를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자주 절정에 오를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객이라서 어울릴 수 있었던 그들과 한국인이라서 주체가 될 수 있었던 그 순간이 있어 프라하는 늘 흥겨운 도시로 머릿속에 남게 되었다.
프라하에서 살고 있는 요즘은 '김치'가 한국을 떠오르게 하는 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