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성과 까를교를 한눈에 담는 곳

레기교

by 혜솔

걸으면서 여유를 즐기고픈 사람들은 까를교 위를 천천히 걷는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사람을 위한 도보 다리이다. 다리 양 옆으로 서 있는 조각상들과 각종 공예품, 액세서리, 그림 그리는 사람들과 연주자들,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다.

다리를 건너면 구시가지로 연결된다. 프라하 성을 둘러보고 내려온 많은 사람들이 까를교를 건너 프라하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선다. 대낮의 까를교는 구시가로 들어가는 사람들과 맞은편 프라하 성으로 올라가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시간이 멈춘 듯한 영원한 순간


그러나 어둠이 어스름 내려앉을 무렵이면 까를교보다 레기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많다. 국립극장 앞에서 길을 건너면 레기교로 이어진다. 주변의 건축물과 까를교의 모습을 한눈에 담기에 전망이 좋은 곳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프라하성과 까를교를 향해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 은은한 조명이 황홀하다. 아름다운 빛은 강물 위로 잔잔히 번진다. 눈앞에 그려지는 한 편의 詩를 싣고 유람선이 지나간다.


고성(古城)의 빛, 강물에 흐르고

돌다리 위 그림자들 춤을 추네

천년의 밤, 별들과 어우러져

시간이 멈춘 듯한 찰나의 영원


블타바 강 위의 모든 생명들은 이 순간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지나가는 바람과 사랑스러운 젊은 연인들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중년의 신사, 그리고 이 여름, 해가 지는 밤 10시를 기다리며 다리 난간에 기대어 있던 나. 까를교의 고풍스러운 실루엣과 그 뒤로 우뚝 솟은 프라하성의 모습이 블타바 강의 잔잔한 수면에 반사되어 거울 속 세상처럼 펼쳐진다. 시간이 멈춘 듯한 아름다움에 취해있는 사람들의 카메라 셔터소리가 분주하다.

수백 년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는다. 동시에 이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있는 시간, 이곳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흐르는 강물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듯하다. 지나온 날들, 만난 사람들, 겪었던 일들이 영화 속 장면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지금 레기교 위에서 차가운 밤공기, 귓가를 스치는 미세한 바람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들을 살아있는 선명함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레기교에서 바라본 까를교와 프라하성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