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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너모 Oct 13. 2023

I See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야

“I see”

‘보다’와 ‘알다’의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문장에서 ‘알다’라는 뜻은 ‘보다’라는 의미를 바탕으로 생성된 해석으로, 보고 알게 됐다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눈으로 본 것만으로도 의심할 여지없이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정말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밥을 먹다 보면 엄마가 늘 “이건 왜 안 먹어?”라고 묻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가지 반찬 중 하나를 꼬집어서 이건 왜 안 먹느냐고 묻는 것인데 그럴 때면 난 항상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실제론 안 먹은 게 아니라 아까 먹었거나 심지어 지금 입 안에서 씹고 있었으니까. 엄마가 그렇게 묻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엄마가 보지 못했으니까 안 먹었다고 믿는 것. 

내내 나를 관찰하다가 단 한 번도 먹지 않았다는 판단하에 왜 안 먹냐 묻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본 그 순간 다른 반찬을 먹고 있으니 계속 안 먹었다고 믿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늘 짜증이 났고, 어느 순간부턴 일부러 엄마가 나를 볼 때를 기다렸다가 확인시켜 준 뒤 먹곤 했다. 까칠하고 예민한 아이일 수도 있지만 그때 당시 난 그랬다.     


결혼하고 나선 엄마가 아닌 남편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나의 남편은 늘 내 말을 잘 믿지 않는다. 내가 말해 준 어떤 정보에 조금의 의심이라도 들면 본인이 직접 찾아서 눈으로 내용을 확인하거나, 어떤 일에 대해서도 증거를 들이밀어야 믿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난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내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엔 안 믿을 거야.”    

 

사람들은 보통 눈으로 본 것을 믿는다. 

나 역시 그렇다. 우리가 느끼는 후각, 촉각, 청각, 미각, 시각 중 가장 믿을 수 있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 바로 시각일 테니까. 하지만 언제나 우리는 눈으로 본 것을 믿으려는 본능과 함께 끝없이 의심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내가 눈으로 본 게 정말 맞아?”라며 말이다.     


요즘엔 행복해지려면 SNS부터 그만두라는 말이 있다. 나 역시 SNS를 보면 정말 나만 구질구질하게 사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우울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이들은 익명성에 기대어 비밀스럽고, 힘든 이야기들을 올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SNS에 올라오는 피드대로 단순하게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을 나눌 수 있을까? 

과거에 올린 나의 SNS 피드를 시간이 지나고 난 뒤 하나씩 넘겨 보다 보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모습들에 피식 웃음이 난다. 그때 당시엔 큰 행복을 느꼈던 기억이 없는데 과거가 되어버린 그 순간들은 박제된 피드 속에 행복하게만 느껴진다. 정확하게 그때 무슨 일들이 있었고, 기분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렇게 나는 눈으로 본 것을 철석같이 믿는 싶은 심리를 이용해 미래의 나를 속이려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한땐 매우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고 말이다.      


내가 본 누군가의 삶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그 사람을 전부 안다고 할 수는 없다. SNS에 올린 미소 짓고 있는 사진 한 장, 그 사진만 보고 그 사람이 항상 행복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은 그 순간을 제외한 대부분 시간을 어쩌면 눈물로 적시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눈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보고 설레는 감정, 아이를 향한 엄마의 사랑, 책상 앞을 떠나지 않는 수험생의 노력, 원하는 성과를 이루고 부풀어 오르는 기쁨을 포함해 우리가 삶을 살면서 소중하다고 느끼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토록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 집착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보이는 걸 쉽게 믿는다. 하지만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놓치는 것, 속고 있는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에 대한 것이다. 지금 내가 보는 무언가, 곧 내가 믿는 사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어도 인생이 좀 더 다채롭고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넉넉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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