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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지완 Jul 18. 2016

우도의 끝과 시작

7월 16일


  1월 31일 제주에 오면서 꼭 하기로 마음 먹었던 것 중 하나인 우도에서의 1박 2일. 제주를 떠날 날이 약 2 남은 지금에서야 이 소망을 이루러 떠났다. 원래는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벤치에서 노숙을 하려했으나 낭만과는 좀 거리가 먼 무모한 도전인 것 같아 캠핑으로 종목을 바꾸었다.


  그렇게 토요일 오후 3시, 일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성산항으로 넘어가 우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빌릴 수 있는 텐트가 4인용 텐트밖에 없어 힘겹게 텐트를 짊어지고 몸을 움직여야 했지만 우도가 가까워질수록 피로보다는 설렘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이번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세번 다녀간 우도는 올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겨울의 우도는 제주에서 떨어져있는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는 것 마냥 씁쓸하면서도 감성적인 느낌을 주고, 여름의 우도는 금빛으로 빛나는 바다와 정감가는 돌담길을 뽐내는 듯 활달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우도를 둘러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자동차, 미니 전동카등 다양한데, 난 이틀 동안 쓸 내 애마로 자전거를 택했다. 좁은 길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과 단돈 만원으로 2일 내내 쓸 수 있다는 것이 자전거를 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이미 지나온 길도 마치 새로운 길인양 헷갈려하는 나를 위해 먼저 우도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어딜가든 항상 비를 몰고 다녔던 내가 제주를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듯 날씨도 나를 돕고 있었다. 적당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 자전거에 날개를 단 듯 편하게 우도의 해안도로를 노닐 수 있었다.

  제주도가 육지와 다른 모습을 지닌 것처럼, 우도도 제주도와는 또 다른 모습과 풍경을 지니고 있다. 해안도로가 특히 그렇다. 제주도 내부의 해안도로도 도로와 바다의 사이가 꽤 가까운 편이지만, 그 사이에 벽이나 방파제가 존재해 그 둘이 차단되어 있다는 느낌을 적지않게 받았었다. 하지만 우도의 해안도로는 그런 구조물 없이 대부분의 도로가 바다와 붙어있어 "지금 내가 바다 옆을 거닐고 있다!"는 느낌을 더욱 생생하게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도로 한쪽엔 바다가, 한쪽엔 돌담이 쌓여져 있는 우도의 해안도로는 웅장함과 아기자기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 후 2시간쯤 지났을까? 배에서 내렸던 하우목동항과 반대편에 위치한 오늘의 목적지, '비양도'에 도착했다. 비양도는 우도안에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섬으로, 제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게다가 일출명소로도 꽤 유명해 많은 야영객들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나도 내일 아침 이곳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비양도 야영장을 찾았다.


  이미 비양도 야영장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텐트를 설치해 놓은 상태였나도 곧바로 텐트 설치를 시작했다. 텐트를 고정시키는 못이 휘어지고 못을 박는 망치가 부러지는 등 갖가지의 고난을 겪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텐트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부실공사를 통해 만들어지느라 마치 피사의 사탑과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뭐 어떤가? 잠만 잘 수 있으면 됐지. 그렇게 내가 지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오늘의 마지막 일과인 우도의 일몰과 석양을 기다렸다.

기울어진 집


  비양도는 동쪽에 있는 섬이라 해가 바다에 삼켜지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해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은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해가 서쪽의 건물들 뒤로 모습을 감출수록 하늘은 점차 주황빛에서 붉은 빛으로 바뀌어 갔다. 마치 화산이 하늘에서 폭발해 용암이 하늘을 뒤덮은 듯한 모습이었다. 해가 잠시 우리 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일몰이 끝난 후 비양도엔 밤이 찾아왔다. 예전부터 정말 해보고 싶었던 바다를 바라보며 청하는 잠. 시원한 바닷바람과 때 묻은 귀를 씻어주는 맑고 청아한 파도소리까지. 먼 바다에서 빛나고 있는 오징어배들을 작은 전등삼아 우도에서의 하루를 끝냈다.




7월 17일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거실의 흰색 천이 아닌 초록빛 천막. 이곳은 우리집이 아닌 비양도의 작은 텐트속이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늦잠이 허용되는 일요일에 일찍 일어난다는 사실이 잠시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인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5시 30분 내 몸을 일으켰다. 우도의 새벽공기는 차가우면서도 몸에 쌓인 노폐물들을 씻으려는양 내 몸 곳곳에 침투해 들어왔다. 찝찝한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바람.


  시간이 지날수록 우도의 하늘은 두가지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 서쪽의 하늘은 푸른빛을, 동쪽의 하늘은 조금씩 붉은 빛을 띠어갔다. 그렇게 기대감과 긴장감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도의 아침 해가 떠올랐다. 아쉽게도 구름때문에 바다에서 해가 태어나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이 아쉬움을 상쇄시킬 만큼 우도의 일출은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금빛 태양과 금빛 바다. 왜 선조들이 해를 해방에 비유했는지, 왜 사람들이 태양과같은 열정이라는 말을 쓰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침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하는 마법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두근거림은 설렘이 될수도 있고, 도전에 대한 열정이 될수도 있다. 어쩌면 일출은 오늘 하루의 시작을 의미하기에, 앞으로 내가 겪게될 오늘의 일상과 일탈에 대한 두근거림일수도 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좋은 두근거림이었다.


  그 후 우도를 한바퀴 더 둘러본 후 지친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겨우 이틀이었지만,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해본 시간이었다. 우도의 일출부터 시작해서 나홀로 캠핑까지. 새로운 도전들을 시도해 보았기에 더욱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우도에서의 시간은 새로움에 대한 감탄을 넘어 이틀 내내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순간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고민을 전부 잊고 우도를 즐긴 것이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원인이 아닐까 싶다. 우도, 역시나 마음 가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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