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에 화목할 화 자를 써서 가화라는 예쁜 이름을 가졌던 나의 해준에게
지금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너에게,
머지않아 반드시 화목하고 평화로운 가족이 생길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내가 바라는 바는 너에게 따뜻하고 온전한 가정이 생기는 것이란다.
친구도 연인도 해줄 수 없는 너의 가족이 생기길 늘 기도해.
내가 너를 만난 시간을 세는 것이 무의미해질 만큼 긴 시간을 부둥키며 서로의 삶을 엮어 살아가고 있구나.
비록 우리가 보내온 시간이 여름밤의 바다처럼 고요하게 찰랑이지 않았지만
마흔을 앞둔 지나간 우리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곱고 보들 하게 쌓였을 것이라 의심치 않아.
멀리 있어도, 자주 만나지 않아도 나는 매일 너를 생각해.
나는 류이치사카모토의 피아노 연주곡을 들을 때도, 누군가 올린 여행기의 코펜하겐의 사진을 볼 때도
여름날 오후 따가운 햇볕 속 나무 그늘에 누운 사람들을 볼 때도 9월의 핑크빛 노을을 볼 때도 너를 떠올려.
나에게 너는 어째서 애처로운 그리움의 대상일까.
네가 마치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 중심부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그래서 나는 어서 바깥의 세상의 빛과 공기가 너에게 닿으면 좋겠는데, 너는 달리고 달려도 여전히 길은 많이 남은 여정의 길 중심에 있는 사람 같아.
무엇보다 더 애처로운 것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의 모습이야.
나는 너에게 빚이 진 것처럼 많은 것을 받았고 많은 것을 얻었는데,
나는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아무것도 줄 수 없어서 늘 마음이 아릿하다.
내게 너는 그런 사랑이다.
그러하니 너는 행복해져야 해.
내가 행복이라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이 행복해지길 바라.
행복이라는 것은 형체도 향기도 없지만 평범하게 하루를 살다가 고운 아침 햇살을 마주할 때. 그렇게 우연찮게 [아, 오늘은 행복하다.] 하는 날 찾아와 있더라. 그게 행복이더라.
너에게도 그런 평범한 행복한 하루가 찾아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아직도 괜찮으니 너에 길을 무던하게 걸어 나가길 응원한다.
화목하고 따뜻한 가족이 생길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