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 오래된 프랑스 여행기 정말 재밌는데 왜 아무도 안 읽는 거죠? 얼마나 위트 있는데요...
일단 지난 여행기를 홍보하며 이번 프라하 여행기를 작성해 본다.
음식과 라이프스타일이, 성격이 대부분 맞지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남편과 나는 여행스타일이 맞아서 여행만큼은 언제나 환영하는 바이다.
사실 우리는 그때의 감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부자 되기에는 그른 타입이라고 한다. 우리도 동의하는 바이다.) 계획하지 않은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까칠하고 예민한 척하는 나도 캠핑이며 갑작스러운 여행에도 군말 없이 따르는 걸 보면
여행타입 하나는 우리가 잘 맞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럽은 3월 마지막주가 오스턴(부활절) 연휴가 있어서 초등학교는 이미 방학이었고 유치원은 방학을 앞둔 어수선한 주였다.
일요일 아침 평소와는 다르게 잠을 푹 자고 일어난 남편이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다 다음 주에 프라하에 갈까? 하고 운을 띄운다.
나는 그 기운을 받아
근데 왜 다음 주까지 기다려? 오늘 가자?!라고 대꾸하고 옆에서 놀던 6세 남아는 우리 오늘 호텔 가서 자는 거야? 다음 주에 유치원 안 가도 돼?라고 못을 박는다.
괜한 입방정으로 흥분시켜 버린 6세 남아를 쉽사리 진정시킬 수 없어 우리는 재빠르게 호텔과 기차값을 서칭 해본다. 운명인 듯이 기차와 호텔값이 말도 안 되게 저렴한 탓에 오전 11시 모든 예매를 섣부르게 하고
1시에 기차를 타고 프라하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3박 4일간 쓸 짐을 제대로 쌌는지는 기억에도 없고, 중요한 것은 돈, 핸드폰, 6세 남아, 남편과 나 아차! 그리고 6세 남아가 5시간 기차에서 견딜 수 있는 놀잇거리들(매우 중요함)만 챙겨 기차를 탄다.
때론 엉뚱한 것 같은 우리의 여행은 순간의 감정들이 엉켜있다.
아빠의 평화로웠던 일요일 오전의 여유로움에 튀어나왔던 말과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행동파 엄마와 여행이고 뭐고 오로지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던 6세 남아의 강렬했던 의지의 결합물이었달까.
그렇게 우리는 이미 프라하를 향해 가고 있다.
프라하행 기차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 숙소는 프라하 5 지역이고, 그 좁디좁은 프라하에서 지하철을 두 번은 갈아타서 35분은 가야 하는 거리였다.
비주얼아트를 전공한 엄마가 숙소를 고를 때 비주얼만 보고 있어서 생긴 문제다. 하...
남편이 호텔을 예약한거라면 여행이 끝날 때까지 잔소리였겠지만 내가 결정한 것이기에 머쩍은 미소와 더이상의 코멘트는 듣지 않겠다는 어투로 [여기 나쁘지 않아!] 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아직 4일이라는 시간이 남았는데, 프라하 여행에서 6세 남아만이 문제가 아니다.
애미가 가장 문제이다.
무려 다섯 시간 동안 사춘기 버금가는 6세의 남아와 함께한 기차여행이 끝이 났다. 후…
도착해 보니 예상치 못한 칼바람과 내내 앉아 계셨던 6세 남아님의 다리에 피곤이 몰려와 투덜거리는 소리에 기차에서 보였던 인자로운 엄마는 사라지고
"너만 힘든 거 아니고 엄마 아빠 모두 힘들고 피곤하지만 즐겁게 떠나온 여행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것처럼 노력하는 중인데 네가 그런 말을 내뱉으면 엄마 아빠는 너무 힘이 빠지는 거야. 네가 그렇게 말을 내뱉을수록 나는 너무 힘들어. 너도 힘든 거 알지만 조금 더 노력해야 하지 않겠니?"
라며 모성애라고는 1도 담기지 않은 흡사 챗 지피티처럼 말을 내뱉는다.
기차역에 내려 숙소에 가서 짐을 내려놓을까 하다가 비주얼만 보고 선택했던 그 숙소는 기차역과 너무 멀어 일단 구시가지로 가서 프라하에서 가장 핫한 한국식 중식당으로 향한다.
차디찬 바람을 견디고 겨우 탄 트람을 타고 식당으로 향하던 나와 남편의 마음속 가운데 타오르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차돌짬뽕 먹을 테야.
모든 것이 심드렁한 6세 남아와 손을 꼭 부여잡은 채 우리는 프라하 시내로 진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