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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쪽맑은물 Apr 03. 2024

도서관(데이비드 스몰 그림, 사라 스튜어트 글 ,지혜연 옮김/시공주니어)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이 세상에 나왔어요. 하늘에서 뚝, 떨어졌지요.  마르고, 눈 나쁘고 수줍음 많은 아이였지요. 인형놀이는 관심도 없고 스케이트도 즐겨 타지 않았어요.

 하지만, 책 읽기는 아주 좋아했어요.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리 읽었어요. 잠 잘 때도 늘 책을 끼고 누웠고 이불 밑에 손전등을 켜 두었지요. 이불을 텐트처럼 세워 쓰고 잠들 때까지 책을 읽었어요.

  엘리지베스 브라운은 학교 기숙사에 들어갔어요. 침대 위에 책을 풀어놓았더니 침대가 무너져 내렸지요. 수업 시간 내내 공책에 낙서하기 일쑤였어요. 머릿속에 책 읽기 대회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도서 대출증을 여러 개 만들어 친구들한테 대출하게 했어요. 그러고는 한밤중에 불쑥 찾아가 책을 가져왔지요. 그렇게 친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어요.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데이트보다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친구들은 새벽까지 춤추며 놀았지만, 엘리지베스 브라운은 밤새도록 책을 읽었어요.

  어느 날, 엘리지베스 브라운은 기차를 타고 나갔다가 길을 잃어버렸어요. 하는 수 없이 그곳에 살 집을 마련하고 살았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에도 시내까지 걸어 다녔어요. 필요한 것은 단 하나. 감자 칩도 아니고 새 옷도 아닌 책이었지요.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었어요.

  운동할 때도, 물구나무 서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어요. 살 것을 종이에 끼워 나갔다가 종이를 빠뜨리는 날엔 아무것도 사지 않고 빈손으로 돌아왔어요. 마루 청소를 하면서도 그리스 여신에 관한 책을 읽었어요. 책에 정신을 빼놓고 있다가 문설주에 들이받을 때도 있었어요.

  책은 의자 위에도 쌓이고 마룻바닥에도 널렸어요.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어 대자 책 무게에 책장이 부러져 버렸어요. 커다란 책들은 찻잔을 올려놓는 튼튼한 받침대가 되었지요. 자그마한 책들은 부지런히 드나드는 어린 친구들의 집짓기 장난감이 되었어요. 책은 현관 기둥을 따라 높이 쌓이다가 마침내 커다란 현관까지 막아 버렸어요.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책을 단 한 권도 더 사들일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어요.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그날 오후 시내로 나갔어요. 곧장 법원으로 가서 기부 절차에 따라 서명했어요.

  "나,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전 재산을 이 마을에 헌납합니다."

  이렇게 엘리자베스 브라운 도서관이 생겼어요.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친구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친구와 늙어서까지 오래오래 함께 살았대요. 둘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도서관을 갔대요. 걸어가면서, 책장을 넘기고, 넘기고, 또 넘기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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