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100만 원을 버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욕망의 크기를 100만 원에 맞추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내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을 넘쳐나고 특히나 신용카드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정말로 돈이 없던 학창 시절에는 밥을 굶어서라도 원하는 물건을 사곤 했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나서는 더 이상 밥을 굶을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대신 신용카드에 손을 대면 내가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달 카드 고지서는 고르고 13의 총알처럼 빗겨나가는 일 없이 나를 찾아와서 사회적 사형선고를 내릴 테니까요.
100만 원을 버는 인생은 남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든 100만 원의 효용을 얻는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발품을 팔고 중고나라를 이용해서 약간 저렴하게 물건을 구할 수는 있어도 그 차액만으로 200만 원을 버는 사람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불가능한 일도 신용카드의 힘을 빌리면 손쉽게 가능한 일로 변합니다.
어릴 때는 눈에 보이는 수증기를 열심히 손짓하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과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별개임을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그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뉴스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200만 원을 버는 삶이 빛나 보이고 그것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수증기 같은 신용카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빚없이 그만큼 벌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치광이 상사를 만나도 얼른 일을 그만둘 수 있고, 인간으로 감내할 수 없을 것 같은 부조리함에서도 퇴사 버튼을 누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