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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트 아울 Dec 25. 2023

전쟁과 역사3 - 전란의 시대

임용한

한두 가지 요소로 인간의 행동을 재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삼별초 문제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선과 악을 이분법적이고 상대적으로 보는 개념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삼별초가 폭도였고, 그 항쟁이 무의미한 투쟁이었다고 한다면, 그럼 원에 복속하고 몽골의 점령을 방관하는 것이 선이냐는 질문이 들어올 것이다. 한쪽이 악이라고 해서 악의 반대편이 저절로 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 속의 사건을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중략)


그들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왜 싸우냐고, 당신은 왜 자결하지 않느냐고, 당신은 왜 도망쳐서 항복하지 않느냐고? 끝까지 지향하는 병사의 행동은 이념 때문일까? 민족주의? 계급의식? 습관성 맹종? 세상에서 제일 잔혹한 사람이 인간의 행동을 한 마디로 규정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정작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때는 그 행동 외에 선택할 삶이 없었노라고, 진정한 역사가라면 선악을 나누기 전에 인간의 삶에 대한 애정 어린 눈길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을 따져야 한다. 무엇이 그들의 삶을 그러한 선택 속으로 던져넣었는가를.(p.24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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