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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와이안 Jun 29. 2020

후- 리랜서

'프리'보다는 '후-'하고 한숨 쉬는 마음으로

나는 프리랜서다. 정확히 말하면 1인 개인사업자로, 홍보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든다. 세금계산서도 발행하고 어디서 서류를 떼거나 기입할 때 '대표자'에 내 이름을 올린다.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연한 회사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나를, 그리고 나조차 나를 '프리랜서' 기획자 혹은 편집자로 칭한다. 그게 좀 덜 부담스럽고 덜 부끄럽다. 아무래도 대표라는 표현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내가 결국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조짐이 보였던 건 대학 때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었다. 영상 수업을 들었을 때 제작물에 대한 평가도 좋았지만 편집이 너무나도 귀찮았다. 그래서 읽고 쓰기만 하면 되는 문예창작을 복수전공했다. 쓰는 것은 혼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좋은 무기 혹은 방해꾼이 되리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고 단순히 편해보였다. 물론 배우는 내내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았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게 그냥 있는 말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입사 첫날도 기억한다. 이 끔찍한 나날이 평생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아직도 선명하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밥을 먹을 수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도 없는데 이걸 방학도 없이 매일? 싶으면서 어질어질 뒷목을 잡았다. 후- 나만 이런 느낌을 받은 게 아닐 텐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은 그런 고민 없이 매일 잘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일도 척척, 저축도 척척, 휴가도 척척.


한때는 그대로 따라했던 적이 있다. 일도 웬만큼 할 줄 알게 되고, 직장인이라면 으레 가봐야 하는 장소들을 따라 가보고, 얍삽하게 일에서 내빼는 법도 배워 잘 놀기도 했다. 그렇지만 매일이 답답한 것은 여전했다. 내 맘대로 시간을 휘젓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냐고? 에 대한 답을 미리하자면 매일이 답답한 상태다. 일의 균형, 돈의 균형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어떻게 지금껏 그 오랜 프리랜서 생활을 버티며 살아 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들어오지도 않고, 때로는 심하게 몰리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없이 한가하여 불안이 증폭된다.


상상 혹은 망상은 점점 커진다. 혼자이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너무나 많고 나는 또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무얼 이룰 가능성이 0이기도, 100이기도 하다. 이 간극이 무서워서 프리랜서로 쉽게 전향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나도 가끔은 이게 맞나 싶다. 시기별로 마음이 왔다가 갔다가 하는데, 지금은 갔다가의 시기다.

'프리'보다는 '후-'리랜서의 마음이랄까.


하나를 제대로 해보기 전까지 깊은 한숨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럴 때면 같은 처지의 누군가와 끝없이 얘기하며 불안을 잠재우고 싶다. 오늘의 답답한 끄적임은 여기서 끝. 비가 왕창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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