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영주 Mar 07. 2024

<도둑맞은 집중력> 독후감

내 집중력 현황

끊임없이 무언가 하려고 하고 채워서 정신이 없는 느낌. 멀티태스킹 하고 있고, 일의 전환도 너무 많고, 깔끔하게 정돈되고 깨어있지 않은 느낌.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 30분간 안보는 것만 해도 하루 질이 달라지는 것 느낌. 새벽에 일어나서 책 읽고 혼자 생각할 때 가장 집중력 높음. 칼럼 쓰기도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많이 줌. 글쓰기는 깊은 집중력이 크게 요구되는 행동인데 의무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집중력이 향상됨.

핸드폰을 수시로 들여다보고, 소셜미디어 보는 걸 좋아함. 평소보다는, 하기 싫은 일이 생길 때 특히 회피의 수단으로도 많이 쓰임. 디톡스 해보고 싶음.


책을 읽고 느낀 점

먼저 집중력을 이렇게 깊은 차원에서 다각화되게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단순히 집중력은 나의 의지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구조적 문제이며 이는 개인이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게 ‘잔혹한 낙관론자’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것을 주의해야겠다 생각했다. 배고프고 힘든 사람에게 ‘리츠칼튼에 가서 스테이크를 드세요~’ 하는 조언을 주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그러기 위해 이 사회를 더 이해하고,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읽어야겠다.

나는 이 책에서 ‘몰입’ 부분이 특히 좋았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없애기만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우리가 진짜 집중할 대상, 몰입할 대상을 찾아야 한다. 내가 언제 몰입을 했었나 정리해 보니 4가지가 나왔다.

영주가 몰입을 경험한 순간들:   

      책 읽기  

      글쓰기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사색+산책  

내 몰입 끝판왕 경험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순간이었다. 나는 소셜미디어를 지우고, 온전히 집중해 순례길을 걸었다. 걷는 중간중간 쉬며 나무 그늘아래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걸으며 인생을 되돌아보고 점들을 연결하고 딴생각을 했다. 길 끝에, 소설을 써야겠다는 강렬한 욕망 하나가 올라왔다. 이 순간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데이라이트의 순간이었다.


나는 매일 휴대폰 속을 끊임없이 배회하진 않는다. 그런데 특정 시점에 몇 시간이고 계속 집착하며 끊임없이 화면을 바라볼 때가 있다. 나의 내적 트리거를 살펴보니 이는 ‘하기 싫은 일을 회피’ 하기 위함이 가장 컸다.

나의 내적 트리거:1. 글쓰기 싫을 때 2. 일 미루고 싶을 때. 3. 해야 하는 일 있는데 하기 싫을 때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빨리 끝내야 끊임없이 휴대폰 속을 배회하는 일을 멈출 수 있다.


소설 수난의 시대 편을 읽고는 아주 긴 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언젠가 모든 전자기기를 끄고 홀로 자연 속 별장을 빌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완독 하는 꿈을 꿔본다.


소셜미디어가 운영되는 ‘시스템’ 자체를 바꾸자는 저자의 의견엔 사실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감시 '자본주의 금지와 주 4일제'도 급진적이라고 생각을 하는 한편 정말 운동이 시작된다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나는 소셜미디어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생각이 잘 정리되진 않았다. 새로운 미디어를 ‘잘 활용’하자 정도의 의견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어렵다. 이번 모임을 통해 생각들이 더 명확해지길 기대한다.


주위를 기울이고 싶으면 반드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과,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책의 이야기는 어느 한편으로 슬펐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본인의 의지가 아닌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환경은 부모에 따라 달려있기 때문이다.  <추세를 바꾸지 못하면 “상류층”은 주의력이 처한 위험을 “매우 잘 인식해”자신의 한계 내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고 나머지 사회 구성원은 “조종에 저항할 자원이 적어서 컴퓨터 속 세상에 살며 점점 더 남에게 조종되는 사회” 가 올 것이라 우려한다. >는 저자의 말에 양극화가 더 심각해진 미래를 상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번영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번영의 의미를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자연에 머물거나, 충분히 자거나, 꿈꾸거나, 안정적인 일을 하는 것”으로 번영의 의미를 재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는 빠른 삶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좋은 삶을 원한다.>


나는 나의 번영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 예전의 번영에 의미란, 유명해지고 더 돈을 많이 버는 것, 새로운 일을 계속 벌려서 더 크게 성장하는 것, 많이 읽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가득 채우고 또 채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번아웃을 경험한 나는 이제 번영의 의미가 바뀌었다.


나에게 번영이란, 깨끗하고 안정된 환경 속 책을 읽고 사색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소음 없는 환경 속 깊은 잠을 자고, 야채와 과일로 가득한 건강한 식단을 하고, 하루 한 시간 산책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삶이다. 


그래서 나는 미국에 가고 싶다. 공기가 맑은 캘리포니아의 조용하고 밝은 집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해보고 싶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강남구청 집은 도시 한가운데에 있다. 여기선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있다. 많은 차들, 많은 사람들, 많은 음식점들, 많은 건물들 사이에서 빠르게 흘러가는 삶을 잠시 멈춰보고 싶다. 물론, 미국에서의 삶이 지겨워질지도 모른다. 도파민 중독이었던 내가 그곳에서 느낄 지루함이 얼마나 클까. 아마 한동안은 엄청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여유 속에서 사색과 깊은 생각을 하고,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책을 써 내려가고, 다른 차원으로서의 도약을 해보고 싶다. 천천히 내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를 그려나가며 인생 2막을 걸어 가 보고 싶다.

결국 집중력을 회복해서 얻고 싶은 것은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인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많이 바빴다. 내 바쁨 안엔 열정과 더불어 불안이 있었다. 멈추면, 무엇이 보일까? 나는 그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나는 어떤 내가 될까? 기대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요한 것은 꿈꿨던 빛나는 명예가 아닌 인내하는 능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