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누움 해방일지
매일 누워있는 시기들이 간혹 있었다. 취직 준비 시기나 약속 없는 주말 등 약 20시간 이상을 누워있는 날들이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게으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평소에 열심히 살(놀)았으니까, 하루 이틀쯤은 누워서 살아도 된다는 그 게으름, 아무것도 쓰지도 읽지도 않고 누워서 시간만 날리는 하루들.
‘내일’이 되면 다시 열심히 살아야지, 하지만 내일이 찾아와도 누워있던 오늘의 반복일 뿐이었다. 지인들은 번아웃 온 거라며, 진짜 ‘쉼’을 강조했지만, 그것도 술자리에서 했던 조언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내향적인 나는 기가 빨리고 있을 때였다.
이런 환경을 만드는 데는 아직 사회(직장)생활 초년생이었던 ‘나’와 쓸데없는 책임감에 9-8 이상의 근무를 디폴트로 깔았던 전 직장 업무량의 콜라보였다고 생각했다. 전 직장을 다녔을 때, 약속이 있는 날이 아닌 이상 7시 이전 퇴근은 달에 손을 꼽게 했고, 이외에는 약속 아니면 무조건 야근이었다. (물론 야근수당은 없다)
약속이라고 하면 10에 9는 술 약속이었고, 놀든 안 놀든 집에 들어오면 9시~10시. 저녁을 먹으려고 하면 매번 술을 찾으니 저녁-밤에 제정신인 날들이 손에 꼽았다. 알코올 중독이냐고, 물어보면 ‘의존증일걸’이라고 말하면서 야식(저녁)을 편의점이나 슈퍼에 사러 가면 소주 한 병을 기본적으로 사 왔다. 그러면 아침이 피곤하고 또 밤에는 힘드니 먹고. 악순환의 반복. 어쩌다 쉬는 날에는 결국. 초도에 말한 것처럼 누워있기. 게을러지지 않는 내일만을 기대하기.
그리고 퇴사했을 때, 드디어 ‘내’ 시간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고, 글을 쓰고 책도 열심히 보는 소위 ‘갓생’을 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상의 관성이 돌아올까, 일주일 가까이 내내 누워있었기만 했다. 저녁과 밤이 있는 삶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눕기.
그러던 와중 아는 지인에게 스카웃 제의를 빙자한 납치(?)를 당해 지금이 되었다. 6시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으로 오는 나름의 희소한 경험, 첫 취업을 할 때는 워라벨이고 뭐고 일은 끝내고 간다.였는데, 지금은 그냥 같이 나온다.
그러면 저녁이 된다.
한 달간은 전처럼 술을 사 들고, 늦은 시간 저녁을 먹고 유튜브를 보고, 간혹가다가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몸이 정말 불어버린 나를 본 지인은 헬스장을 다니라고 설득했고, 결국 끊었다. 나도 조금은 더 몸을 챙겨야 할 것 같아서. 나를 챙기지 않았던 것들이 생각나서. 무엇보다 계속 누워있는 내가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 극단적인 변화가 있냐? 당연히 없다. 갑자기 바뀌면 죽을 때가 된 거지. 다만, 루틴이 박살 난 것이 아니라, 아예 없던 수준인 나에게 몇 가지 루틴을 부여해보았다.
1. 헬스장 가기
2. 공동작업실 가기
3. N일 연속 글쓰기 OR 주에 1개 이상 글쓰기 (독후감 포함)
다이나믹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나’도 워라벨도 챙기지 못했던 내가 최근에는 처음으로 저녁과 밤을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주에 2~3회 약속을 잡고, 즐겁게 술을 먹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즐겁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말 소중한 내 시간을 만들어가는 게 지금이 아닌가 싶다. 헛소리를 쓰더라도 어쨌든 몇 달 전까지 글을 쓰려고 한글 프로그램을 켜는 데는 주 단위로 걸렸었으니까.
지극히 자기연민적이고, 감성적인 건 안다. 나보다 힘든 사람도 있을거고. 근데 뭐, 내 딴에는 내가 힘들었으니까. 퇴사를 하라기보단 자기만의 시간이 진짜 온전한 ‘자기’인지 생각을 해보는게 훨씬 도움이 되었다.
마무리하면서 최근 내 모습을 보면서 몇 년째 듣는 노래 가사를 곱씹어보았다.
이진아의 <오늘을 찾아요.>.
이상. 오늘의 추천곡이었습니다.
- 상기 글과는 비교도 안되게 좋을,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