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과 신선함. 양립하기 굉장히 어려운 두 가지의 감정이다. 2023년 데뷔한 이 신생 밴드의 앨범에서는 먼저 실리카겔이 씬에 흩뿌린 방사능 낙진과 배인혁의 회춘으로 착각할 만한 목소리가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앨범 전반에 흐르는 철근과 콘크리트의 냄새가 이내 코를 찌른다. 인스타갬성 카페나 재생건물 수준이 아니고 오랜 세월 방치된 체르노빌 정도의 냄새다. 분명 익숙한데 어딘가 희한하게 뒤틀려있는 코드들, 일부러 녹슬게 만들었음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기타 톤과 전자음들을 적극 차용한 사운드메이킹 덕에 듣고 나면 입안에 알싸한 쇠맛이 맴돈다.
데뷔 때부터 일관되게 구축해왔고 이번 앨범을 통해 본격화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도 앨범 커버부터 곡의 배치까지 기생수처럼 파고들어 나름의 스토리텔링을 그려내며 제 역할을 해낸다. 확실히 매드맥스의 타오르는 기름맛 보다는 듄의 비장한 모래벌레 맛에 더 가깝다.
기시감과 신선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 않고 영리하게 둘 다를 모두 싣고 출발한 그들의 비행선이 이대로 순항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