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침에 온라인 홈쇼핑에서 정말 필요한 2만 2천 원짜리 샴푸를 구매했다.
결재를 하려고 보니 배송비가 2천5백원이 추가되어 2만 4천5백 원을 결제해야 한다.
배송비가 무료가 되려면 3만 원 이상을 구입해야 했다.
배송비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상품을 추가하기로 했다. 홈쇼핑 사이트를 뒤지다가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두면 언젠가 쓸 것 같아 만 원짜리 면도크림도 추가로 구매했다. 3만 2천 원을 배송비 없이 결재하면서 뿌듯했다.
저녁에 고교동창들과 삼겹살 집에서 회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출장 때문에 오늘내일 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대리운전을 할 생각으로 차를 몰고 회식장소로 갔다. 그런데 삼겹살집 앞에 주차비가 3천 원이라는 것이다. 약간 놀란 표정을 짓자 앞에 안내하시는 분이 한 말씀 더 하신다.
"여기서 한 100미터 떨어진 곳에 가시면 공터가 있거든요.. 거기에 주차하시면 그냥 공짜로 하실 수도 있어요.."
아.. 감사합니다~
공터를 찾아 주차를 하고 삼겹살 집으로 갔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고기를 먹다가 주문을 추가한다.
"사장님 여기 음료수 두 병만 더 주세요.."
음료수는 두병에 4천 원인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신은 합리적인 소비를 한 것일까?.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소비를 한다.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합리적 일까?
피시바흐의 " Eyes on the Prize : The preference to invest resourecs in goals over means"를 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나오는데 그 핵심 원인으로
사람들은 목표와 수단을 구별하고, 목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수단에는 투자를 꺼리는 판단과 행동을 한다는데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론을 지지하는 여러 실험 결과들이 있다.
1) MBA학생들에게 노벨상을 수상한 유명 심리학자 리처드 테일러가 서명한 저서 "넛지"라는 책을
A : 단순히 책만 경매에 입찰하는 경우와
B : 그 책을 토트백에 넣어서 함께 경매에 입찰하는 경우를 비교하였다.
상식적으로 토트백에 책을 넣은 B(책+토트백)가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얻지만 실제 실험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은 A(책), 즉 책만 입찰한 경우에 더 높은 경매가격을 제시하였다.
수단(토트백)에는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고 그 수단이 추가됨으로써 전체적인 투자가치가 오히려 하락된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2) 시간을 투자하는 관점에서도 목표와 수단을 구별하였다.
첫번째 기사 - 미국에 헤로인이 유행하고 있다.
두번째 기사 - 미국의 기대수명이 감소하고 있다.
이 두가지 신문기사를 제공하면서
A집단은 각각 순서대로 읽어보라고 하였고, B집단에게는 "헤로인 유행기사는 미국의 기대수명 감소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사야"라고 사전 설명을 한 이후 읽게 하였다.
결과 A집단은 자연스럽게 첫 번째 기사인 헤로인 유행기사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했지만, B집단은 두 번째 기사인 미국의 기대수명 감소에 대한 기사를 읽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즉 목표,수단이 구별되지 않으면 순서에 따라 앞쪽 기사에 주목하지만, 목표와 수단이 구별되면 목표에 더 많은 시간투자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3) 고급회계수업을 듣기 위해서 기초회계수업을 먼저 들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두 강좌의 수업료는 각각 250달러였다. 두 강좌를 신청한 학생들 모두 500달러의 수업료를 지불했다.
그런데 며칠후 수강신청자 반에 해당되는
A 집단 에게는 "고급회계 수업의 수업료가 정부지원금이 나와서 무료로 듣게 되었다"고 하였고,
B 집단 에게는 "기초회계수업 수업료가 정부지원금이 나와서 무료로 듣게 되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A, B집단의 각각의 행복감을 측정했다.
그 결과 기초회계수업의 수업료를 면제받은 B집단의 학생들의 행복도가 훨씬 높았다.
역시 수단과 관련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싫었던 당사자에게 목표보다는 수단에 대한 비용을 없애주는 것이 더 행복감을 느낀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사람들은 목표와 수단으로 프레임화 시켰을 때 목표를 더 중요시하고, 목표에 자원을 더 투자하고, 수단에 사용되는 비용을 더 아까워하고, 수단에 사용되는 비용이 절약되었을 때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정리해보자!
우리는 수단과 목표를 구별하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목표를 중시여기고 상대적으로 수단을 덜 중시여기는 관점으로 돈을 쓰고, 시간을 활용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판단과 결정을 한다.
합리적인 경우도 있지만 비합리적인 경우도 있다. 잘못된 프레임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래서 다음이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수단화 되어 있는 목표를 정상화 시켜서 실제 목표와 연결시키자!
지금 목표로 세운 일이 잘 안되고 있다면 그 이유중 하나는 목표를 너무 구체적으로 세운 나머지 목표가 수단화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목표는 행동을 강조한 나머지 목표를 번거로운 일거리로 만들어 수단화 시킨다. 그래서 지치고 하기 싫게 만든다. (반드시 끝내는 힘, 아엘릿 피시배크)
자격증 취득에 빠져 지친 사람은 그 자격증 취득으로 진정 얻고자 했던 승진, 취업, 자아실현 등의 진정한 목표가 사라져서, 지금의 자격증 취득을 위한 행동들이 버겁고 힘든 것이다.
매일 만보를 걷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다 며칠 못 가는 것도 건강 또는 체중감량이라는 진정한 목표를 잊고 그 수단에만 집착해서 힘들고 치지는 것이다.
그래서 수단화된 목표를 조금 추상화시켜서 행동 이면에 담긴 의미를 강조하면 성가셨던 목표달성을 위한 행동들이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둘째 프레임화로 인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경계하자!
수단에 해당되는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과연 잘한 것일까? 오히려 배송비를 아끼려고 하다가 더 많은 금액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낭비를 한 것이 아닐까?
같은 금액을 지출하는데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깝고, 목표에 사용하는 것은 아깝지 않다면 이것은 수단으로써 적절한 지출을 방해하고, 목표의 범주지만 비합리적 낭비를 하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비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하자.
그리고 목표와 수단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갖자.
배송비가 아깝더라도 불필요한 물건을 추가로 구입해 전체 지출액을 늘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주차비가 아까우면 그 금액에 해당되는 음료수 한 병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100미터 먼 거리에 관리되지 않은 상태로 차를 방치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판단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