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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예민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by 장철우

얼마 전, 한 회사에서 팀장 교육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쉬는 시간, 한 팀장님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강사님, 저희 팀에 김대리라는 직원이 있는데요. 정말 성실하고 업무 능력도 좋아요. 그런데 너무 예민해서 걱정이에요.”


자세히 물어보니 이런 상황이었다.

“지난주 회의 때 제가 농담 삼아 ‘이 일은 김대리가 더 꼼꼼하니까 맡아야겠네. 김대리, 예민하잖아~’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날 이후로 표정이 어둡고, 말도 줄고, 계속 불편해해요.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나는 물었다.


“팀장님, 혹시 김대리 같은 분은 처음이신가요?”

“아니요. 사실 우리 팀뿐 아니라 다른 팀에도 있어요. 사소한 말에도 상처받고, 눈치 보고, 회의 때 위축돼 있는 직원들이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꼭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작은 농담에도 위축되고, 상사의 말투 하나에도 며칠을 힘들어하는 사람.
심리학에서는 이런 사람을 **HSP(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민감한 사람)**라고 부른다.

밝은 회의실에서 모두 미소를 짓고 있는데, 한 사람만 진지하거나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씬.jpg

엘레인 아론 박사에 따르면, 인구의 15~20%가 이 특성을 지니고 있다.
생각보다 흔한 특성이며, 특별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조직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예민한 사람의 세 가지 특징


1. 이중 신호에 민감하다


예민한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회의 중에는 다정하게 말하던 팀장이 복도에서는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고 하자.
대부분은 그냥 넘기지만, 예민한 사람은 곧바로 불안을 느낀다.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팀장님이 나를 불편해하시나?’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결국 선배에게 묻는다.
“요즘 팀장님이 저를 멀리하는 것 같아요. 혹시 제가 뭘 실수했을까요?”
돌아오는 답은 늘 비슷하다.
“무슨 소리야, 그냥 바쁜 거겠지.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

이 말을 들으면, 자신의 감각이 틀렸다고 느끼며 더 위축된다.

사무실 복도, 창가에 혼자 기대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는 직장인.jpg

2. 타인의 감정을 자기 일처럼 흡수한다


예민한 사람은 감정에 깊이 몰입한다.

동료가 “요즘 야근 때문에 힘들다”라고 말하면,
그냥 공감하고 넘어가는 대신 ‘혹시 나 때문에 야근하는 건 아닐까?’ 하며 자책한다.

또 다른 동료가 혼났다는 말을 들으면, 마치 자신이 혼난 것처럼 위축된다.
결국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며 자기 욕구를 잃는다.


3. 감정을 쌓기만 하다 결국 폭발한다


예민한 사람은 감정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계속 쌓아두다가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으면 갑자기 폭발한다.

단톡방에 격한 메시지를 남기고 나가버리거나,
회의 중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주변 사람들은 당황한다.
‘왜 저렇게까지 하지? 별일 아닌데…’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오랫동안 쌓인 감정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동료들이 대화하는 뒷모습, 그 중 한 명만 자신의 자리에서 멀거니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는 장면 (2).jpg


예민함을 다루는 세 가지 방법


1. 자기 수용 – 나의 감각을 인정하라


예민한 감각을 억누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의 중 팀장이 한숨을 쉬었다면
혼자 불안해하지 말고 이렇게 물어보자.
“팀장님, 제가 설명을 놓친 부분이 있었을까요?”

추측하지 말고 확인하는 습관이 오해를 줄인다.

특히 모호한 지시를 받았을 때는 구체적으로 되묻는 것이 중요하다.
“샤이하게 한다는 건 색깔을 바꾸라는 뜻인가요? 아니면 디자인 톤을 말하는 건가요?”

자기수용.jpg

2. 감정의 경계를 설정하라


원칙은 간단하다. 공감하되, 감당하지 않는다.

동료가 힘들다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마음이 아프네요. 이건 팀 전체가 같이 고민하면 좋겠네요.”

감정을 혼자 떠안지 않고, 팀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는 구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와도 맞닿아 있다.
성과 높은 팀은 구성원 모두가 비슷한 비율로 말하고, 서로의 감정을 존중한다.
감정의 경계를 지키는 것은 건강한 팀 문화를 만드는 시작이다.


3. 감정을 흘려보내는 루틴을 만들라


감정은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야 한다.

예전에 상담했던 한 선배는 점심시간마다 10분씩 일기 앱에 감정을 기록했다.
불편했던 순간을 구체적으로 쓰며 스스로 정리했다.
이런 루틴은 감정 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마음의 상처와 육체의 통증은 뇌의 같은 부위에서 반응한다.
즉, 감정의 상처도 치료가 필요한 ‘진짜 상처’다.

따뜻한 조명의 책상 위, 노트북과 다이어리, 펜으로 꼼꼼히 일기나 메모를 쓰는 손.jpg

마무리: 예민함은 약점이 아니다


예민함은 약점이 아니다.
관리와 훈련이 필요한 하나의 특성일 뿐이다.

억누르고 감추는 대신, 정확히 인지하고 연습하면
감정도 관계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김대리 같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의 감각은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의 시작일 수 있다고.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부탁하고 싶다.


예민한 사람은 팀이 놓칠 수 있는 중요한 신호를 감지해 주는 사람임을 기억해 달라고.

마지막으로, 처음 이야기했던 팀장님은 김대리와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방식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한 후, 지금은 가장 좋은 파트너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때로는 용기 있는 대화 한 번이 모든 것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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