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심리학 레시피 9
디자인 계열의 미대를 가려면 수능성적과 실기고사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물론 수능으로만 가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이다.) 그런데 이게 단순하지 않다.
일반 인문계, 자연계처럼 열심히 수능, 내신을 준비하다가 성적이 나오면 거기에 맞추어 대학을 진학하는 것과 달리 대학별로, 성적별로 전혀 다른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자신의 성적을 예측해서 거기에 맞는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소위 프리미어리그라고 불리는 미대 상위권 대학들은 기초 소양이라는 실기시험을 치른다. 기초소양은 문제가 주어지면 창의적인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연필이나 건식 재료(사인펜, 색연필)등을 가지고 표현을 한다. 모든 미대 입시를 준비들이 원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다들 이 실기시험을 준비하려 하고, 여기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
중위권 이하의 대학은 기초디자인이라는 실기시험을 치른다. 주어진 사물이나 주제를 가지고 구도를 잘 잡고 물감으로 채색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기초소양을 제외한 많은 학교들이 이 방식의 시험을 치른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평소에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기초소양을 준비하다가 수능성적이 나왔는데 기초소양을 주로 평가하는 상위권 대학 성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 학생은 중위권 이하의 대학에 진학하기도 어렵다. 왜냐면 실기시험이 전혀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대비할 시간이 없어 결국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래서 미대 입시에서는 자신의 성적을 잘 예측하여 거기에 맞는 실기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학교 3학년, 조금은 이른 시기에 미대 입시를 결정한 딸아이는 최고의 좋은 대학을 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거기에 맞는 수능 준비와 실기 준비를 해왔다. 적어도 고3 미술학원 선생님과 상담을 하기 전 까지는 말이다.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되면 매월 모의고사를 치른다.
그중 6월과 9월에 치르는 모의고사는 실제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 교육과정 평가원에서 주관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실제 수능성적을 예측해준다고 하여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고 모의고사로 평가받는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6월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면 그 성적으로 가지고 학원 선생님과 상담을 받는다. 그 성적으로 수능성적을 예측하고 이제 어떤 실기 과목에 집중하여 준비할 것인가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실기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고1, 2 때 만해도 모의고사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딸아이는 3학년이 되면서 좀처럼 실력이 오르지 않고 있었다. 가장 중요하다는 국어 모의고사 성적이 평소 연습과는 달리 모의고사 시험장에서는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그래서 국어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사회탐구 과목 공부를 자꾸 미루게 되었고 이런 상태에서 6월 모의고사를 치렀다.
국어성적은 약간 올랐지만 기대에 약간 부족했고, 영어는 평범, 사회탐구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이다 보니 많이 부족한 성적이 나왔다. 기초소양을 분비하기에 아직 부족한 성적이었지만 딸아이도 나도 크게 낙담하지는 않았다.
일단 수능까지 5개월 이상이 남았고, 국어성적이 회복의 기미를 보였으며 사회탐구는 암기과목이기 때문에 조금만 투자하면 언제든지 따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목표한 대학과 그 학교를 준비하기 위한 기초소양 실기 준비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윽고 상담일이 다가왔다.
나는 딸아이와 미리 이야기를 나눈 부분에 대하여 미술학원 선생님께 충분히 설명을 했다. 예상하는 방법과 전략, 아직 5개월 이상이 충분히 남았다는 내용 등을 설명했다.
한창을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님.. 말씀처럼 잘 되면 저도 정말 좋겠습니다. 그런데 아버님! 저는 입시지도를 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근거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3 아이들은 90% 이상이 수능에서 6월 모의고사 성적 이하로 떨어집니다. 이건 팩트입니다. 그래서 00 이는 기초소양 학교에 진학하기 어렵습니다. 중하위권 대학의 기초디자인 준비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해야 합니다.”
11월 수능을 치렀다. 미술학원 선생님의 말씀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가지기 때문에 어떠한 선택을 할 때 지금은 하지 못한 일들을 나중에는 더 쉽게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판단하게 된다.
심리학자 로빈 태너 교수와 커트 칼슨 교수는 분명히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집에 있는 운동기구를 주로 빨래걸이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자신은 그들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운동기구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본격적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에게
“현실적으로 다음 달에는 일주일에 평균 몇 번이나 운동을 할 겁니까?”
참가자들은 얼마 정도 할 것이라고 예상한 대답을 했다.
실제 2주가 흘렀다.
동일 참가자들에게 지난 2주 동안 몇 번 운동을 했는가 물었다. 예상대로 자신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적은 횟수의 운동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진행자는 다시 물었다.
“앞으로 2주 동안은 몇 번이나 운동을 할까요? ”
놀랍게도 참가자들은 지난 2주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예측한 운동 횟수보다 더 많이 운동을 앞으로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2주간의 경험이 실제 현실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앞으로 2주에서 보충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하는 이유에 대해 3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동기부여 측면에서의 자기 보호이다.
동기부여는 비현실적인 낙관주의가 자신을 보호하고 강화하려는 욕구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인지주의적인 편향이다.
미래의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편향되고 이상주의적인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고 하면서 미래의 행동을 추정해야 할 때 가장 이상적인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에 부합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모집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셋째, 낙관주의는 그동안 정신 건강 혹인 개인 복지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낙관주의 심장병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더 잘 회복되었고, 높은 기대가 자기 충족을 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러한 근거 없는 낙관주의는 당사자가 이를 이용하여 현재의 나태함을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경영학 분야의 연구에서는 목표 추구부터 비 현실적이 되고, 실행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의사결정이나 협상에 있어서도 제대로 예측할 수 없어 엉뚱한 결과에 합의하기도 한다. 또한 과도한 소비 등 불필요한 물건 구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제대로 현실에 적합한 예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예측을 위해 타당할까?
가장 보편적인 것은 기저율을 매번 확인하는 것이다.
미술학원 담당 선생님의 말씀에 전략적인 이후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그 선생님이 기저율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학원에 다녔던 90%의 고3 학생들은 6월 모의고사 대비, 수능성적이 낮았다.”
물론 이 기저율에도 나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대로 된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사사례와 관련한 보편적인 데이터이다.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저율이 없는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는 질문을 통해 극복 가능하다.
로빈 태너와 커트 칼슨의 실험에서 매번 예측 관련 질문을 할 때 두 가지 측면으로 질문을 했다.
“당신은 1년에 몇 번 정도 헌혈을 할 생각이세요?”
“이상적으로 방해가 없다고 가정할 때 1년에 몇 번 정도 헌현을 할 생각이세요?”
이상적인 질문과 현실적인 질문을 했을 때 참가자들의 답변은 거의 일치했다.
즉 자신에 대해 바로 질문을 했을 때와 이상적인, 즉 방해 없는 상황을 가정하고 질문했을 때 답변이 같았다는 것은 자신에 대해 예측할 때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답변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위 질문에서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질문을 한 사람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당신은 1년에 몇 번 정도 헌혈을 할 생각이세요?
이 경우 이상적인 상황보다 일정 정도 낮춰서 답변을 했고, 이는 실제 헌혈을 한 횟수와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
질문을 할 때 바로 상대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는가?라고 묻지 말고,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질문을 한 이후, 다시 그렇다면 당신은 어떨 것 같은가?라고 추가적인 질문을 해서 실제 현실적인 예측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능을 마치고 나서 딸아이는 망쳐버린 수능성적에 하루정도 찐하게 울더니 다음날부터 다시 미술학원에 나가 실기시험을 준비했다.
낙관론에 근거하여 결국에는 잘될 거라는 아무 근거 없는 상상을 했던 아빠와는 달리
학원 선생님이 중심을 잡고 기저율 중심의 판단으로 기초디자인 실기 유형을 준비시켰기 때문에
수능성적을 토대로 100% 적정한 점수에 맞는 대학을 선정해서 준비했다.
(결국 아이는 최선을 다했지만 최종적으로 대학에 낙방했다. 하지만 만약에 낙관론에 휩싸였다면 꼼짝없이 아무 대학도 응시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