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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Feb 08. 2022

서비스 노동자는 고객에게 항상 진심으로 응대해야 할까?

직장인을 위한 심리학 레시피 10

레시피가 필요한 직장인의 열 번째 질문!


"서비스 노동자는 고객에게 항상 진심으로 응대해야 할까?"


 서림호텔 면세점 사업부 판매 담당 김혜은 주임은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지난 달 고객에게 환불 과정에서 컴플레인을 받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오늘 서비스 총괄 상무님과 면담을 했다. 컴플레인 받은 직원에게 상무님과의 면담은 그야말로 스트레스에 가시방석이다.


 이번 컴플레인은 정말 억울했다. 탑승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출국할 때 물건을 수령 하지 못한 건 분명 고객 잘못이었다. 게다가 물건도 못 받으면서 면세물품 구입 조건으로 받은 여행지 렌트카 할인권을 쓴 것도 고객 잘못이었다.

귀국 후 환불 처리 하면서 할인권으로 사용한 금액 만큼 환불액 에서 차감 처리할 때 고객이 화나서 고함을 질러도 밝은 표정으로 규정을 이야기 했고 고객도 결국에는 수긍했었다.  

그런데 며칠 후 홈페이지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

 “~ 설령 이 모두 저의 책임이라고 하고, 제가 이 상황을 인정한다고 해도, 환불 처리 과정 내내 저를 위로하는 듯 말은 했지만 억지 웃음과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더욱 기분 나쁘게 한 김혜은 판매원은 제대로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하도록 철저히 교육을 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 아니 상무님! 저는 정말 억울 합니다!  제가 억지로 웃는지, 좋아서 웃는지 고객이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이건 고객의 억지에요, 제 마음을 어떻게 안다고 진정성 운운하면서 말하죠?”

 상무님과 면담 과정에서 김 주임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상무님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1. 뒤센미소와 팬암미소

  


  위 사진을 살펴보자. 같은 얼굴에 같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느낌이 좀 다르다.

어느 쪽이 호감이 가는가? 아마 대부분은 사람들은 왼쪽이 더 호감이 간다고 이야기 한다. 왼쪽 미소

가 좀 더 진정성이 있어 보이고 편안하다. 반면 오른쪽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진다.        

      

 미국의 정서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은 미소 연구를 진행했다. 사람의 얼굴 근육 42개를 다양하게 조합해서 총 19종류의 웃음 혹은 미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밝히는데 그중 18종은 가짜웃음이고 오직 하나만이 진짜 웃음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광대뼈와 입술 가장자리를 연결하는 협골근, 입술 가장자리 근육인 구륜근이 웃을 때 주로 사용되지만, 진짜 웃음이 되려면 눈 가장자리 안륜근이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 안륜근은 의도적으로 움직이기 좀처럼 어려운 근육이다. 그래서 진정성 있는 행복, 즐거움이 동반 되어야 안륜근이 움직이는 미소가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이를 처음 밝혀낸 프랑스 신경심리학자 기욤뒤센(Guillaume Duchenne)을 기리기 위해 뒤센 미소라고 이름 지었다.      


 이러한 뒤센 미소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팬암 미소가 있다.

 팬암! 정식명 “팬아메리카 월드 항공”으로 1927년에 설립되어 1991년 파산할 때 까지 226기를 보유하면서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을 운항하고 최고의 기내 서비스를 자랑하던 세계 최고의 항공사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Catch me if you can” 영화를 보면 디카프리오가 사기를 치기 위해 팬암 항공사 조종사의 제복을 입고 다녔고 이 제복에 수많은 은행원, 여성들이 그를 믿고 가짜 수표를 받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을 보면 팬암의 과거 인기가 어땠는지 짐작을 할 수 있다.


 전성기를 누리다 유류파동, 미정부의 규제 완화로 인한 저가 항공사의 출현으로 비틀거렸고 70년대 후반부터는 항공기 사고, 테러 등으로 신뢰를 잃어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 이 항공사의 광고에 촬영되었던 승무원들의 미소 사진이 공교롭게도 진정성 없이 형식적으로 웃는 인위적인 미소를 대표 한다고 하여 팬암 미소라고 약간은 조롱의 느낌으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를 광풍으로 몰아붙인 고객 만족 경영과 그 맥을 같이한다.

고객이 왕이다 라는 개념으로 고객에게 어떻게 좋은 서비스를 할 것인가를 서비스 최우선 접점에서 고민했던 백화점, 호텔, 항공사 등에서 고객 만족 교육, 워크샵을 진행할 때 이 두가지 미소를 비교하면서 뒤센 미소를 짓도록 강조하고 마치 팬 아메리카 항공사가 팬암 미소로 파산한 것처럼 팬암 미소를 비판했다.     

 문제는 뒤센 미소가 단지 인위적인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표현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 이었다. 안륜근을 움직이려면 실제 마음에 행복감이 들거나 친절하고 싶은 정서가 들어야 했다. 그래서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야 하며 고객은 서비스 담당자의 미소가 정말 마음에서 우러난 것인지, 인위적인 웃음인지 구별할 수 있으므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서 뒤센 미소를 지으라고 훈련을 시켰다.      

이후 벌어진 후속 연구 에서는 이러한 생각을 더욱 강화 시켰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밀즈카리지 졸업생 141명을 대상으로 30년간 추적 조사한 하커(Haker)와 켈트너(Keltner)는 졸업사진을 분석해보니 50명의 졸업생은 눈꼬리 근육이 수축 되는 뒤센미소를 짓고 있었고 나머지 91명은 카메라를 보면서 인위적이니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이 졸업사진 주인공들이 각각 27세, 43세, 52세가 되는 해에 인터뷰 하면서 그들의 삶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비교했는데 뒤센 미소를 지었던 집단 50명은 인위적 미소를 지었던 나머지 91명 집단에 비해 훨씬 건강하고, 병원에 간 횟수도 적고, 생존률도 높았으면 결혼 만족도가 높았고 평균소득도 높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 김주임이 억울할 거야.. 그런데 이것 하나는 기억 하자구, 내가 진정성 있게 고객을 대하는 것은 결국 나에게 이로운 거야, 내가 억지로 웃으면 고객은 분명히 알게되요, 그러니 본인을 위해서, 고객을 위해서 진정성 있게 웃는게 필요하다는 것이지”     


 상무님은 결국 진정성 있는 고객응대를 하는 것은 고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비스 응대자 본인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과연 이 논리가 지쳐있는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힘이 될까?        



심리학 레시피

  

2. 표면 행동과 내면 행동     


Hochshild는 자신의 실제 정서와 상관없이 직무에서 기대되는 규정된 정서를 표현하는 것을 정서노동 (emotion labor)이라고 정의한 이후, 서비스 노동자들의 정서 노동 전략을 표면 행동과 내면 행동으로 구별하여 설명한다.


 김혜은 주임처럼 내면의 감정은 고객의 억지로 매우 괴롭지만, 겉으로는 그 감정을 숨기고 서비스 매뉴얼에 맞게 웃으면서, 친절한 표정으로 고객의 불평에 응대하는 서비스 방법을 표면 행동 이라고 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객에게 친절하게 웃으면서 표정, 제스처를 할 때, 마음까지 스스로 바꾸어 고객을 진정으로 응대할 수 있도록 공감하여 표현과 실제 정서를 일치시키는 방식을 내면 행동 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 둘의 차이를 발생케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Hochshild는 두가지를 이야기 하는데 

 첫째가 정서지능이다.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은 좌절 상황에도 스스로를 동기화시키고 자신을 지켜 낼 수 있게 하며, 내면행동을 높이고 표면행동을 낮추는 효과를 보여준다.


 두번째는 공감배려이다. 

도움이 필요한 타인에게 호의와 동정심을 갖게 되는 성향으로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이나 배려를 수반하고 고객과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도움으로써 역시 내면행동을 높이고 표면행동을 낮춘다.

     

 그로 인한 결과는 표면 행동의 경우 서비스 노동자의 정서와 표현 사이의 불일치를 발생케 하여 에너지를 소진 시켜 번아웃 상태로 가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반면에, 내면 행동은 정서와 표현의 일치로 에너지가 덜 소진되고 직무에 몰입 하게 하여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 그동안의 주된 논의였다.      

 이는 자연스럽게 뒤센 미소와 팬암 미소의 맥락과 연결된다.

 뒤센 미소는 내면 행동이고 팬암 미소는 표면 행동이다. 그래서 서비스 성과 측면에서는 물론 서비스 노동자의 자기보호 차원에서도 내면 행동인 뒤센 미소를 강조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실제로도 그러할까?    

          


3. 서비스 노동자의 사람 중심적 접근     


 김혜은 주임은 아침 일찍 거울에 섰다. 상무님 말씀대로 이제는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표정으로 다가서기로 결심했다. 마인드 콘트롤 부터 시작한다.  

“그래 이제 내가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으로 되어 보는거야, 비행시간 때문에 면세물품도 못샀지, 그런데 할인받은 비용까지 다시 반환해야 한다면 얼마나 화나겠어, 그 마음을 알고 환불 처리에 대해야지, 이렇게 마음을 먹어야 표정까지 연결될 거야”     

이렇게 뒤센 미소를 짓고, 내면 행동을 하면 이후 이들의 에너지는 소진되지 않고 활력이 넘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아마도 김 주임은 온몸에 진이 빠지고 축 늘어졌을 것이다.

정신적, 육 체적 피로감으로 퇴근길이 천근 만근일 것이다. 다음날 또 회사에 나와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이상하다. 분명 뒤센 미소와 내면 행동은 에너지 소진을 줄여준다고 했는데 왜 온몸에 진이 빠질까?      

우리는 그동안 변인 중심의 연구를 지속해 왔다.

즉 내면 행동, 표면 행동이라는 각각의 요소가 실제 어떻게 인과관계를 나타 내는가를 연구하면 그동안의 연구대로 내면 행동과 뒤센 미소는 에너지 소진을 줄여주고,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맞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변인이 혼자서 움직이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는 것은 변인이 아니라 변인을 내포하고 있는 사람이다. 변인은 사람을 통해 실현되는데 그 사람은 하나의 변인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대부분은 내면 행동은 물론 표면 행동 모두를 가지고 있고 이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개별 판단에 의해서 사용하게 된다.      


만약 내면 행동만, 표면 행동만 하나의 행동만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어떤 행동이나 습관화로 인해 반복되면서 에너지 소진이 덜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에너지가 소진되는 이유는 뭘까? 바로 내면 행동과 표면 행동을 불규칙적으로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면 행동을 할 때는 실제 정서와 드러나는 행동이 달라서, 내면 행동을 할 때는 실제 정서를 드러나는 행동에 맞추려고 하는 과정에서 기억을 회상하거나 상상력을 동원하여 감정을 내면에서 불러 일으키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상황에 맞는 감정노동전략을 쓰는 것이다. 내면 행동을 사용해야 할 상황과 표면 행동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 다른데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서 에너지 소진이 더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에너지를 보존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방의 감정노동전략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감정노동전략을 세워서 적절하게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황에 맞는 감정노동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     


 첫째 고객 대면 지속시간에 따른 대응이다.      

고객과 서비스 노동자가 상호작용하는 데 통상적으로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용건만 간단히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진정성 있는 감정 표현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표면 행동으로 감정표현을 최소화하고 후자의 경우 원만한 상호작용을 위해서 내면 행동으로 공감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둘째 보상의 유무에 따른 대응이다

고객으로부터 감정노동에 시달려 일이 마무리가 된다면 모두 에너지 소진을 경험한다. 그런데 적절한 보상이 있다면 서비스 노동 자체가 도전적 스트레스가 되어서 에너지 소진이 아닌 오히려 직무에 몰입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 이 경우에는 내면 행동으로 몰입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보상이 없거나, 크지 않다면 이는 에너지를 소진 시키는 방해적 스트레스가 된다. 이 경우는 에너지 소진을 막기 위한 적극적 정서조절이 필요하다. 이 경우는 표면 행동을 통해 감정 조절을 적절히 하여 대응하는 것이 좋다.      

서비스 노동자는 고객에게 진정성있게 내면 행동을 하고 뒤센 미소를 지어야 할까?

변인 중심의 연구라면 그것이 맞지만 사람 중심의 연구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활용할 수 있는 감정노동전략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지속시간이 길다면 뒤센 미소를 통해 내면 행동을 잘 보여주면서 고객에게 공감하며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발휘해야 할 것이며 지속시간이 짧다면 간단한 팬암 미소로 대응하면서 적절하게 필요한 것 만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보상이 충분한 영역이라면 뒤센 미소를 통해 내면 행동으로 진정성 있게 성과를 내야 하고 보상이 충분치 못한 영역이라면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팬암 미소가 노동자 스스로를 지키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김혜은 주임은 이제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적절한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응대하려고 한다.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려면 무엇보다 서비스 노동자 자신이 즐겁고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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