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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Dec 22. 2022

한 달 동안 뭘 할 수 있을까?

"한 달이 남았는데 뭘 할 수 있을까?"

답답함에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글쎄..."


얼마 전 딸의 재수생으로 결과인 수능성적표가 통지되었다.

기존에 가채점했던 것보다 점수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국어에서 예상했던 표준점수가 많이 떨어져서 나왔다. (입시전문기관의 예상 등급이라는 것이 이처럼 불신하게 될 줄은 몰랐다)

실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점수를 가지고 가, 나, 다군의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학교를 정해야 그 학교에 맞는 미술실기 시험을 준비해서 1월에 3차례 실기시험을 치르면 대단원의 미대입시가 마무리가 된다.


성적표를 가지고 딸과 함께 학원 원장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공기가 많이 바뀌었다.

재수생이어서 그런지 작년 고3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작년 고3 때에는 원하는 학교와 학과를 말하면 한번 해보자 라는 분위기였지만  재수생에게는 어디든지 절대 합격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원장님의 말씀에 냉정함이 크다.

“거기는 안됩니다.”

“ 아니.. 입시기관에서는 적정한 지원이라고 하던데요?"

“ 입시기관은 성적만 보고 말하지만 저는 oo이의 실기실력과 그 학교의 성향을 감안해서 적절한 합격가능한 곳을 정하고 있습니다. “


“ 그럼 oo대학은 하향 안정으로 지원할 수 있나요?”

“ 아버님! 하향 안정이라뇨.. 그 대학은 실기 고수들이 집중해서 지원하는 곳입니다. 오히려 oo 이는 수능성적은 좀 남아도, 실기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요”

“ 그럼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씀이세요?”

“oo대학교는 좀 안정적으로 지원가능합니다”

“oo대학이요? 그게 어디에 있는 학교입니까? 처음 들어봤는데..”

“oo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마 통학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부드러웠던 상담이 과열되다 보니 딸은 많이 불편했나 보다.  

성적으로 갈 수 있다고 믿었던 곳이 실기 때문에 안된다고 거절을 계속 당하자 마침에 불만을 쏟는다.

“제가 그렇게 그림을 못 그리나요?”

원장님도 당황, 나도 당황, 딸은 눈물..


분위기를 가라앉히고자 원장님은 내게 자리를 피해줄 것을 요청하셨다.

그리고 딸과 단둘이서 실기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누셨다.  

원장실 밖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그동안 막연히 낙관적 생각만을 했었나?'

30분쯤 있다가 진정된 딸이 나왔다.

그리고 원장님은 딸을 근처 카페로 가있으라 하고 나를 부르셨다.

“그동안 너무 좋은 이야기만 했었나 봐요.. 아무래도 저는 지금 냉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더 세게 나갈 수 있으니 아버님이 집에서 많이 위로해주세요..”


속상했지만 어쩌겠는가.. 받아들여야지..

“네 원장님.. 지금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걸 oo이가 이겨내서 성장하면 좋은 것이고요, 여기서 좌절하면 할 수 없죠.. 모두 그 누구도 아닌 oo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장님과 상담을 마치고 딸이 기다리는 카페로 갔다.  케이크와 음료수를 먹고 있다.

먹고 있는 것을 보니 그래도 기운 내려고 하는 것 같아 안심이다.

“아빠 억울하고.. 창피해..  원장님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게 억울하고..”

“아빠는 지금 눈물을 흘리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  좋은 게 좋은 것처럼 웃고 즐기다가 정작 시험에 떨어지고 그때 눈물 흘리는 것보다 훨씬 나아 보여..”

“그동안 너무 자만했었나 봐..  조금 칭찬받으면서 하니 마치 대학 간 것처럼 행동했고… 원장님이 오늘 내게 해준말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려는 모습이 대견하고, 마음 아프고, 안타깝고..

여러 마음이 교차했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을 흘리는 게 지금이라서..

아직은 그래도 한 달이나 남아있는 시간이 있으니..

한 달 안에 뭘 할 수 있을까? 가슴이 답답하다.


문득 떠오르는 말..

성공은 실패와 좌절을 안 하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그 실패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오늘의 눈물이 딸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서는 그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다시 한번 생각한다.

한 달 안에 뭘 할 수 있을까?

음…  뭐든 할 수 있다.

우리 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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