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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현 Dec 26. 2019

테드 창 - 숨

서평

순수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문득 떠오른 순수의 종류에는  정도가 있는  같다. 누구도 건들지 못한 태초의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적 순수’, 머릿속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개념적 순수’, 마지막으로 생물적 욕망을 초월하여 오롯이 신비를 파헤치는 ‘목적의 순수’.

나는 테드 창의 소설을 읽을 때면, ‘목적의 순수 느낀다. 우리에게 주어진 동물로서의 욕망을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닌, 지적인 호기심으로 무언가를 치열하게 파고드는 순수. 우리는 육체라는 껍데기 때문에 각자의 개인적 느낌이라는 아주 아주 강력한 체험 인식을 갖고 있다. 시간 감각, 자유의지, 고통, 즐거움 등의 욕망까지 인간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감각과 인식들. 이러한 체험 인식은 우리가 완전히 다른 외계인이 되지 않는 이상 벗어날  없는 필연이다. 특히나 시간을 선형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우리의 복잡한 의식이 그러하다.

이러한 필연적 체험 인식을 깨는 상상은  자체로 발칙하며, 흥미진진하다. 다중 우주, 인공지능의 의식, 자유의지, , 인간의 의식, 엔트로피로서의 우주 . 우리가 우주를 인식하는 필연적인 방법을 넘어선 상상. 그것도 이토록 아름다운 문학과 치밀한 과학적 사실로 파헤치는 소설은 테드 창이 처음이었다.

주로 다루는 주제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정말 ‘자유인지, 만약 시간이 선형적인 게 아니라 이미 선언되어 있는 것이라면, 우리의 자유의지란 어떻게 반영되는가? 등의 복잡한 질문. 우리가 체험적으로 믿는 자유의지가 없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걸 떠나서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세상이 100% 우연하다고 한들, 그걸 우리는 어떻게 견디는가. 모두 어렵지만 가슴 벅찬 질문들이다. 쨋든 목적의 순수와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선택, 그리고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선함 추구. 하드 SF지만,  어느 장르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번 단편에서 가장 강렬했던 작품은 단연코 ‘소프트웨어 생애 주기. 의식이란, 특이점에서 단번에 생기는 것이 아닌, 우리의 개인 개인의 경험과 각자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 그리고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과제, 사랑, 우정 등에 수반되는 굉장한 모순과 아픔, 그리고 아름다움.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경이로운 세상에  아이를 내보내는  심정이란.  경이로운 슬픔이란.

회상또한 우리가 가진 좋은 무기였다. 회상은 우리가 놓치고 왔던 것, 놓치고 있는 것, 놓치면 안 될 것들을 다시 한  되찾게 해 주면서, 넓은 관점 혹은 다른 관점에서 지금을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에 읽었던 , ‘100 인생 그림책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각자의 나이, 각자의 상황에서 바라보는 세계를 엿보는 것, 문득 떠오르는 노래의 가사. ’급히 따라가다 보면, 어떤 게 나인지 잊어가 점점, 우린 중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놓쳐’   우리의 불안전한 기억에 주관적인 해석과 합리화가 들어가면서 만들어지는 개인적인 경험과 추억.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는 단편의 제목이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느낌. 우리는 자유를 선택함으로써 안정 감각에 대한 평형장애를 느낀다. 그래도 중심을 잘 잡고, 때론  사람의 손도 잡아가며 아찔한 탐험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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