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로원데이 후기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까 #제로원데이
현대자동차에서 ‘창의 인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제로원. 주로 기술과 예술 관련한 프로젝트/스타트업을 지원하고 1년에 한 번씩 축제를 연다. 2019년에도 큰 충격과 영감을 얻었는데, 오늘도 역시 새로운 개념을 많이 만났다. 퍼포먼스도 챙겨보고 이것저것 물어보다 세 시간이 호로록 지나감.
기술을 예술의 경지로 이끈 작업,
예술을 기술로서 활용한 흥미로운 작업들
<Web On The Body> 송예환
몸이 가상공간의 인터페이스가 되는 작업. 무엇이든 가상공간을 설정하면 현실의 몸은 가장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인데, 신체언어나 햅틱 반응으로 웹이 작동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이 몸 없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The Flight> 이선주
뻐꾸기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 날려 보낸 뒤 움직인 경로(한국-아프리카-한국)를 보여주는 작업. 지역명을 검색해 나오는 영상 장면을 스크린에 보여준다. 인간, 비인간, 기술의 합작품. 고생한 뻐꾸기에게 박수를.
<Phantom> 오도함, 최기쁨
CRPS(복합부위 통증증후군)를 진단받은 무용가 최기쁨의 퍼포먼스. 무용가인데 통증을 달고 살아야 한다면, 그 고통은 얼마나 더 ‘고통’스러워질까.
<Mint Factory> Team Void
드로잉 공장과 NFT가 결합된 작업. 선의 종류와 개수, 가격이 담긴 코드를 미리 발행해두고, 고객이 민팅(구매)하면 곧바로 로봇 팔이 그림을 생산한다. ’내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 공장은 내 소유가 된다‘고 설명해주셨는데, 실제 세계와 NFT 세계 모두에 소유의 개념이 들어있어 흥미로웠음.
<WOW-FLOW: 인공와우 사용자를 위한 음악> WONWOORI
인공와우 수술 후에는 적응을 위해 소리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음악이 소음이 아니라 감상할 수 있는 소리로 들릴 수 있게 하면서 훈련도 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프로젝트. 기술을 위한 기술에 예술이 녹아있어 무지 흥미로웠다.
<미시적 연결 감각> 김대희
미생물 연구원 시절, 미생물과 교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작업으로 이어진 케이스. 버섯을 건드리면 어떤 장치를 거쳐 ‘위용위용’하는 소리가 난다. 반려 버섯, 나아가 반려 미생물의 가능성을 봄.
<Inscape: Sonantian> 고휘
주변 온도, 습도, 풍향 등 정보를 취합, 소리로 변환하는 기계를 이용한 작업. 작가는 기계에 인격을 부여하고, 실시간 중계 화면을 통해 새로운 연결을 제안한다. 덜 장엄한 오르간 연주 같아서 쉬는 느낌이었음.
기술과 예술은 똑같은 ’재주 술‘자를 쓴다. 그리고 둘 다 사람 가까이에 존재하면서,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최첨단 기술로 표현된 작업들 속에서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까 가만히 생각했다.
2019년에도 썼지만 이만큼 큰 판을 짜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전체 프로젝트의 방향을 정하고, 콘텐츠를 어떻게 보여줄지 결정하고, 작업 하나하나가 전체에 연결되어 모든 것이 제 자리에서 잘 굴러가게 만드는 일. 하고 싶은 게 없는 것 같다가도 이런 경험 후에는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