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어린이의 4박5일 집사 체험
고양이야 늘 예쁘고 귀엽긴 하지만.
뭘 저리 호들갑 떨며 귀여워하는지. 시끄럽고 유난스러워서...
음... 거울치료 제대로 당했습니다.
퐁듀를 처음 맡았던 건 5년 전. 난임시술에 몇 차례 실패하고 지쳐있을 때였어요.
퐁듀는 너무 어리고 여린 몸으로 새끼들을 밴 채 거리에서 발견됐대요.
새끼들을 낳고 임보를 거쳐 친구 집에서 적응을 잘 마치고,
저희 집에 잠깐 맡겨졌던 그 때도 아직 만 한 살이 안 됐다고 들었어요.
첫날부터 제 무릎에 누워 태연하게 그릉거리는 퐁듀는 참 따뜻하고, 보드랍고,
그 자체로 위로가 되었는데요.
그 와중에 그 작은 동물에게 질투가 일 때가 있더라구요.
너는 한 살도 안 돼 엄마가 되었는데,
난 마흔을 앞두고도 아이를 품지 못하는구나.
어이없는 말을 건네곤 했습니다.
형편없이 마음이 약해져있던 때였어요.
그런데, 때 맞춰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토한 걸 닦아주고,
놀아주고 만져주기까지 해야 하니,
하루종일 늘어져있던 몸을 일으킬 수 밖에 없더라구요.
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누군가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아이를 안 주시는 건가,
생각한 적도 있는데,
내게도 '돌보는 마음'이 있긴 있구나,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퐁듀는 5년 전의 저를 기억할까요.
송이는 다섯 살 때 4박5일동안 같이 지낸 고양이를 기억할까요.
마지막날엔 "고양이, 이제 갔으면 좋겠어." 하더라구요.
송이가 미술학원에서 공들여 만들어온 작품을 퐁듀가 조금 망가뜨렸거든요. ㅎㅎ
가고도 한동안은 안 찾더니,
2주쯤 지난 요즈음 가끔 찾네요.
하원해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으며,
없는 거 알면서도 괜히 "고양이야!" 불러보네요.
뭐 그 정도.
나중에 어찌 될 진 몰라도, 당분간은 동물을 키우자는 말은 안 할 것 같네요.
제가 돌볼 수 있는 몸은 하나뿐이거든요.
제 몸 말고 송이 몸이요.
우당탕탕 송이 등원시키고 돌아오면 지쳐서,
퐁듀가 오토바이처럼 그릉거려도, 강아지처럼 장난감을 물어와도,
만져주거나 놀아줄 힘이 안 남아 있어,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이번주 내내 송이랑 저랑 같이 감기를 앓고 있는데,
송이 약을 챙겨 먹이고 나면 이상하게 제 약은 까먹고 맙니다.
나이가 많지 않았어도 전 둘째는 포기했을 거예요.
느리고 둔하고 멀티가 안 되는 저는, 두 사람은 절대 케어 못해요. 암요.
(둘째 안 낳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하는 말입니다.)
송이가 제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자랄 때까지,
제 몸이 (세심히 보살펴주지 않더라도) 알아서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에요.
저랑 비슷한 엄마들도 있겠지요?
내일은 잠깐이라도 혼자 이불 푹 뒤집어쓰고 감기를 쫓아보고 싶지만...
주말이네요. ^^
약이라도 잊지 말고 잘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송이야. 이젠 약 먹을때마다 온 집안 헤집고 도망다니면서 엄마 혼 좀 빼놓지 말아줄래?
이번 주말도, 육아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