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의 끝에서, 결국 터졌다.
처음 이 회사를 입사했을 때부터 쎄한 기운을 느꼈다.
마지막 면접을 본 지 단 몇 시간 만에 "합격"통보 연락을 받았다.
그다음 날, 인사팀과 한 시간을 통화했었다. 대화의 핵심은 단 하나였다.
"대표님을 조심하세요"
아니나 다를까, 입사하자마자 그 말의 뜻을 바로 알게 됐다.
곧 퇴사하게 될 전임자를 들들 볶는 대표님의 모습 때문이었다.
내게 인수인계를 해줘야 할 사람을 잘해주기는커녕, 매일 압박하는 모습을 보고 기가 막혔다.
덕분에 전임자는 마지막 날까지 냉랭한 태도로 나를 대했고, 나는 눈치를 보며 인수인계를 받아야 했다.
알고 보니 대표님은 유독 우리 수입팀을 괴롭혔다고 했다.
그 결과, 그해 팀원 두 명 중 한 명은 퇴사하고 남은 한 명은 두 사람 몫을 하다가 결국 환승이직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도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
하지만 "곧 후임을 뽑아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6개월간 혼자 두 사람 몫의 일을 버텼다.
연말 마감을 마치고 새해가 되었지만 후임은 오지 않았다.
대표님은 마치 스타오디션 "방시혁"이라도 된 듯, 3개월 내내 면접만 보고 있었다.
"A 후보는 스펙은 좋은데 너무 약해 보여"
"B 후보는 경력이 있은데 너무 드세보여"
..
....
이런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인 이유로 면접만 반복하던 대표를 나는 견딜 수 없었다.
"대표님 이번 달까지 사람 안 뽑아주시면 견디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에 대표님은 내 눈빛에서 "얘 이러다 나가겠다"는 위기감을 읽은 듯했다.
마법처럼 그 달, 드디어 후임이 들어왔다.
그런데 약속과 달리 완전 신입이었다.
외국업계 경험은커녕, 수입 업무 자체가 처음인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래, 뽑아준 게 어디냐’ 싶었다.
나는 처음으로 후임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고 1:1 과외하듯 열과 성의를 다해 교육했다.
대표님의 마이크로 매니징에도, 후임의 속도와 케파에 맞춰 천천히 반복하며 가르쳤다.
그렇게 9개월이 지났을 무렵, 우리 모두 안정되었을 때 후임에게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B대리님, 대표님이 저랑 대리님 업무를 바꿔서 해보는 게 어떻냐고 하시네요.."
그 순간,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랐다.
나는 이전에 후임이 메인 고객사 한 곳을 더 맡아보는 것으로 업무 조정을 요청했지만,
대표님은 내 제안을 깡그리 무시한 채 입사 1년도 안 된 신입에게 내 업무 로테이션을 제안한 것이었다.
여기서 내가 화난 부분은 세 가지였다.
1) 팀 내 위계질서를 무시했다는 것
- 숙련도가 높은 업무는 내가, 비교적 간단한 업무는 후임이 담당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직급이 다른 두 사람의 업무를 바꾼다는 건 나를 전혀 존중하지 않은 생각이었다.
2) 내 고충을 무시했다는 점.
- 나는 이미 후임 교육으로 지쳐 있었다. 후임은 의존적이고 질문이 많았고,
그로 인한 부담을 여러 번 대표에게 토로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자리를 잡은 후임에게 더 어려운 업무를 맡긴다는 건,
또다시 나더러 1:1 코칭을 떠맡으라는 뜻이었다.
3) 내겐 의무만 있고 권한은 없는 점.
- 신입을 가르치는 일,
질문에 답하는 일,
이슈가 터졌을 때 해결하는 일,
그리고 수입 업무 전반을 책임지는 일까지,
모든 건 내 몫이었다.
하지만 정작 신입의 업무를 어떻게 분장할지는 내가 관여할 수 없었다.
그날,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계급장이고 뭐고, 대표님께 들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