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불이익 또는 무기

by 은수달


오래전,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주인공을 지나치게 피해자처럼 그려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난과 여전히 변함없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구시대적 가치관을 잘 그렸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여자라는 생물학적 전제를 벗어나긴 힘들다. 아무리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대우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급여뿐만 아니라 처우 차이가 확실하게 난다.


운 좋게 남초 집단 혹은 성비가 비슷한 환경에서 일해서 여초 문화를 직접 경험하진 못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겪은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자한테 가혹하고 냉정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모 디자인 회사에서 기획자를 구한다고 해서 면접 보러 간 적이 있다. 면접은 순조롭게 이루어졌지만, 여자 직원들을 비하하는 사장의 태도에 실망했다. 카페일을 할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 여자라는 이유 만으로 반말을 함부로 내뱉고, 조롱하고, 무시하는 손님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면접 볼 때 미혼 여성인 저한테만 결혼이나 출산 계획이 있는지 묻더라고요."


이직 때문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본 지인의 경험담이다. 대규모 병원에서는 여의사가 임신할 경우 자발적으로 그만두게 만들고, 사기업에서는 육아휴직 후 복귀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버티거나 출산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라서 이득을 보는 경우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구내식당에서 줄이 길 때 몇 안 되는 여자라서 양보를 해주거나 무거운 짐을 누군가 대신 옮겨준다. 복지가 잘 된 회사에 들어가면 생리휴가도 쓸 수 있다. (중소기업에선 꿈같은 일이지만) 간식을 사거나 회식 메뉴를 정할 때 여직원들이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생각해 보니 이런 사소한 배려 말고는 여자라서 이득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 한 가지 더 있다. 손님을 접대할 때 여자라는 무기를 활용하면 좋다. 무뚝뚝하고 막무가내인 업체 담당자를 상대할 때도 특유의 섬세함과 직감을 발휘하곤 한다.


여자라서 손해 본다고 생각하기 전에 타고난 성향이나 생물학적 특성을 이용하면 좋지 않을까.


화요일 연재
이전 03화공시생의 기쁨과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