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의 기쁨과 슬픔

by 은수달


무한대의 경쟁으로 내모는 시뮬레이션의 폐해는 정규직 취업을 포기한 니트족과 불필요한 경험치를 쌓아나가는 스펙 경쟁으로 양극단에서 새로운 세대를 압박하고 있다.

-송길영, <시대예보: 호명사회>

돌이켜보면, 공시생 시절이 내 인생에서 그리 행복하진 않아도 나름 지낼만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긴 아니다. 비교지옥과 반복절망의 늪을 제 발로 걸어 들어갈 만큼 어리석진 않으므로.

부모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하지만 요즘엔, 아니 오래전부터 부모 말은 적당히 들어야 하는 것 같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던 고학력 취준생에게 '공무원 시험'이라는 당근이 던져졌고, 그걸 거부할 힘도 용기도 없었다.

그렇게 말로만 듣던 공시생 신분이 되었고, 처음 3개월은 학원에 다니면서 기본기를 다졌다. 그 뒤론 하루 열 시간 남짓 인강 듣고 복습하면서 루틴을 만들어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합격이라는 오아시스를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매일 일정한 시간에 먹고 자고 공부하는 생활이 한편으론 체질에 맞았다. 엄친딸과 비교만 안 당했어도, 암기 과목에 좀 더 매달렸다면 합격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시험에는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2년 만에 접었다. 처음엔 부모님 지원을 받았지만, 나중엔 직장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사람을 안 만나니까 대화할 일도 없네. 이러다 입안에 가시 돋는 거 아냐?'

공시생 신분에 완벽히 적응하기 위해 일 년 가까이 인간관계와 담을 쌓았다. 외로움은 참을 수 있었지만, 가끔 수다 떨 상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는 대신 인강을 들으며 혼잣말을 하거나 열심히 대답했다. 그리고 평소에 멀리했던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미친 듯이 웃었고, 그렇게 혹독한 시절을 견뎠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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