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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Dec 09. 2024

혼독일상 훔쳐보기 23화

23.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장소 하나 바꾸는 것이, 우리가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마치 꿈을 잊는 것처럼 깨끗이 잊어버리게 만드는 데 그렇게 많은 기여를 한다면, 그거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페터 한트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단순히 좋다는 말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그가 그녀는 마음에 들었다. 그와 떨어져 있는데도 나란히 걷고, 숨 쉬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던 그의 손, 애틋하게 쳐다보던 눈빛, 온몸을 관통하는 숨소리. 모든 것들이 그녀를 위해 신이 준비한 선물 같았다. 


힘들었던 지난 날들이 먼지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를 다시 만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녀는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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