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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Apr 04. 2024

이모만큼 동생이 많은 이유


[누나 사장님한테 얘기해서 가불 좀 해주세요]


내 주위엔 날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친 남동생부터 아는 동생, 외국인 직원들까지. 예전엔 누나라는 호칭이 그리 달갑지 않았는데, 이젠 그러려니 한다.


"저보다 연상이었어요? 그럼 누나라고 불러야겠네요?"

학창 시절에 즐겨 듣던 노래를 얘기하다 자연스레 나이를 밝히게 되었는데, 나보다 세 살 어린 직원이 장난스레 물었다.


"누나, 여기서 돈 보내려고 하는데 좀 도와주세요."

하루는 은행에 업무 보러 갔다가 현금인출기 앞에서 도움을 청한 외국인도 있었다. 그들은 마치 교육이라도 받은 것처럼 자기 또래의 여자를 '누나'라고 불렀다.


어릴 적엔 순진해서 엄마가 '이모'라고 소개해주는 분들이 진짜 이모인 줄 알고, 속으로 '엄마한텐 여자 형제가 많구나.'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들은 '이모'라고 통칭한 엄마의 친구들이었다.


친가에서는 사촌 언니 다음으로 내가 연장자이고, 외가에선 장녀의 장녀라 사촌들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다. 그러다 보니 아랫사람을 챙기고 돌보는 일을 자연스레 떠맡게 되었다.

 

오늘은 필리핀 국적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가 허리 통증을 호소해서 병원에 직접 데려왔다. 다행히 근육통이라 물리치료받고 약 먹으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누나'라고 부르며 은근슬쩍 기대거나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적절히 사용하면 밥 사주는, 든든한 누나를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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